shikishen의 기억 제4막

 나는 아무래도 영덕대게로 살다보니 때에 따라 이런저런 슬로건을 내걸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오락은 오락기로' 였다. 사실 이 말을 하게 된 건 90년대 후반 스따그래프트가 유행하면서 PC방이 당구장에 이어 오락실을 점령해 가던 세태를 개탄하던게 원인이었는데, 2010년대에 들어와보니 PC가 아니라 스마트폰이 오락기의 가장 큰 적이 되어 있었다. 사실 적이라기엔 이제 오락기(오락실 및 콘솔게임기)가 가진 영향력이 스마트폰에 비하면 너무 약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늦은 나이에 전자오락을 시작하여 취미로 삼아온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역시 살면서 전자오락 정도는 하고 살아야 풍요로운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삼다수, 비타보다 접근성이 좋았던 스마트폰으로 전자오락을 즐기기 시작했고, 어느덧 게임계의 대세인 소셜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더랬다. 그것도 내가 하는 덕질 중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건담게임으로. 그 이름도 G제너레이션 프론티어.



 제목과 같이, 게임을 접으면서 이 역사적인 사실을 포스팅거리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게 벌써 일주일도 더 시간이 흘러 이제야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건 혹시 모를 복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였다. 소셜 게임이라고는 했지만 요즘 대부분의 스마트폰용 게임들이 갖고 있는 특성이 '소셜 기능'이기 때문에 복귀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긴 했더랬다. 그러나 아무리 미련이 많고 잔정이 많은 나이지만 이 게임에는 어느 정도 정이 떨어진지 좀 되었나보다. 부계정에 남아있는 UR 카드들을 정리하고는 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고, 아무튼 이 게임에는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은 해 본다.


 플레이한 시간이 대략 1천일이 좀 넘으니 대충 3년 정도 했다고 치면 기억을 더듬어 볼 때 출시되고 얼마 안되어 게임을 시작했었나보다. 기억이 맞다면 1년 쯤 지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플레이했던 것 같지만. 스마트폰 소셜 게임 특성 상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새로운 유닛과 시나리오가 업데이트되고 그게 모두 내가 좋아하는 건담 시리즈에서 나오고 그 방대한 카드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즐거움은 물론 대단했지만, 더 이상 '게임'이 아니라 자동에 가깝게 컴퓨터가 플레이한 결과물을 정리하는 매니지먼트 행위에 가까워지는 걸 느끼게 되면서 이 게임을 슬슬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이 게임은 요금 대신 내 인생을 갈아넣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다닐만큼 방대한 플레이타임을 강요받다가 게임을 접고 보니, 확실히 자투리 시간이 확보되는 것을 느낀다. 게임같은 게임을 하고 싶다는 느낌도 더 받게 되고, 다소 소홀했던 일들에 대해 조금 더 신경도 쓰게 되고. 내가 꼬셔서 이 게임을 시작한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여러분도 언젠가 시원하게 접자는 생각이 들 때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담은, 굳이 이 게임을 즐기지 않더라도 즐길 거리가 많기도 하고. 역시, 오락은 오락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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