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때는 2016년 12월. 3번째 결혼기념일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아무 생각없이 해리포터도 보고 바이오 해저드도 즐기자는 생각으로 오오사카 항공권과 호텔을 결제했더랬다. 그리고 여행 출발이 코앞으로 다가온 2017년 2월 하순, 익스프레스 티켓을 검색해보니 비용이 예상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결국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언젠가 먼훗날로 미루고, 그 비용으로 맛있는 걸 먹자는 닌텐도스위치를 지르자는 은밀한 미션을 품고 공항으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1. 2017년 3월 03일, 20시.

  하루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설렁설렁 캐리어를 챙기기 시작했다. 겨울이 막 끝나고 날이 풀리는 시점이라, 아무래도 일본은 한국보다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작은 캐리어 하나만 들고 가기로 했다. 출장 짐을 챙기는 기분으로 내가 입을 속옷과 티를 소량 챙기고, 퇴근이 늦어지는 아내의 기본적인 짐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약간 챙겼다. 여권과 국제면허증을 찾아 늘 들고 다니는 작은 가방에 넣었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니 뭐가 많이 생기지는 않겠지.


 2. 2017년 3월 04일, 02시 07분

...아내가 돌아오지 않는다. 비행기 이륙시간이 08시 30분이라 6시 반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잘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정도 밖에 없는 것 같다. 아내는 한시간 정도면 퇴근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잡는 야근을 강요하는 헬조센에 욕이 한바가지 목구멍을 넘어오려고 하다가, 그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먼저 잠을 청하기로 했다.

3. 2017년 3월 04일, 05시 10분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아내를 일으켜 욕실로 들여보내고 여권을 다시 확인하다가, 국제면허증 쓸일이 뭐 있을까..하고 도로 꺼냈다. 참 바보같은 짓을 했다. 아무튼, 여행준비를 마치고 캐리어를 차에 떄려넣고 시계를 보니 06시.. 올레내비는 김!포!공항까지 28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내가 가봐서 아는데 막히면 한시간이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한적한 국제선 주차장에 차를 대고, 늘 하는 데이터무제한 로밍을 신청했다. ...기억이 안나는데, 과거에 일본가면 그냥 데이터무제한 (하루 1만1처넌)이 되도록 해놨다고 한다.... 2층 출국장에서 아시아나 티켓을 끊고는 멀리가기 귀찮아서 땅콩항공 기계에서 대충 신청했다. 헷갈려서 땅콩항공 직원에게 물어보고, 기내에 보조빳떼리를 들고 타도 되냐고 물어보는 뻔뻔함을 과시했다. 마흔 다되어가는 한남충이 이렇게 뻔뻔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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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17년 3월 04일, 08시 30분 이후.

 출국장에서, 보안검색에 뭐가 걸렸다고 해서 확인해보니 아무생각없이 자동차열쇠에 매달아놨던 작은 스위스아미나이프가 흉기로 인식되어, 공항 직원에게 선물로 주고(그러나 버려진듯)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예전에 본 기억이 없는 면세점에서 아이스와인과 후배에게 줄 낙지젓을 하나 사고, 졸음과 싸우다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작고 아담한 종류였는데, 기내에 거의 없는 어린이가 내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디스 이즈 쏘 테러블... 결국 어린이는 비행기를 독수리요새로 착각했는지 1시간 40분 남짓한 비행시간 내내 비명과 웃음을 번갈아 시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기내영화로 럭키를 골라 해드폰으로 귀를 막고, 별 감동없는 소고기덮밥을 먹고 나니 비행기가 간사이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었다.


5. 2017년 3월 04일, 간사이국제공항-남바-도톰보리

 함께 여행계획을 짠 친구 부부와 공항에서 만나, 언제봐도 패닉을 유발하는 전철 노선도 앞에서 표를 샀다. 래피드는 좀 오버 같아서 매번 타는 난카이를 타고 남바에 도착하니, 캬- 관광객이 된 기분! 일단은 정말 먹고 싶던 이찌란을 목표지점으로 잡고, 남바역의 코인로커에 캐리어를 넣으려... 했으나 코인로커빨을 못받고 결국 저녁때까지 캐리어를 끌고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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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언젠가 지나갔던 길을 더듬어 남바에서 신사이바시 방향으로 올라가 글리코 간판앞에서 사진도 찍고, 이찌란에서 무사히 라멘을 먹을 수 있었다. 주문은 역시 기억을 더듬어 반숙영웅달걀을 추가한 진함-기본-대파-소스2배-보통면으로. 라멘을 다 먹고 나와서 여기서부터는 서로 원하는 쇼핑을 위해 남자덕질팀과 여자오샤레팀으로 나눠지기로 했다....


6. 2017년 3월 04일, 스위치를 쫓는 모험. (빅카메라-수퍼포테이토-아-츠-오타로드 등등)

 프리미엄 1만엔에 눈탱이 되팔렘매장에서 아무튼 스위치를 구할 수 있었다. 사실 비밀미션이라고는 하나 생일선물로 구두결재를 득한 부분이라 사면 사는 거고 없으면 마는거고..하는 생각이었는데, 처음 들렀던 빅카메라에서 혹시 재고 없냐는 물음에 대답한 여직원의  엄근진단호한 '엄서' 라는 답변에 근성 스위치가 켜진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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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덴타운을 헤매돌다 얻어걸린 매장에서 아무튼 구할 수 있었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물어본 시점에서 재고가 2개 남아있었고, 내 바로 앞에서 컬러 버전을 구해간 대만 관광객들 3명을 바라보며 애간장이 탔던지라, 구다사이!!을 소리높여 외칠 수 밖에... 그렇게 스위치를 집어들고, 키즈랜드 등의 하비 매장들을 둘러보다, 다리가 너덜너덜해짐을 느끼며 세계인이 사랑하는 맥도날드에서 다리를 쉬었다. 햄버거집이라기보다 카페처럼 앉아있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앉아, 도쿄의 동생에게 스위치 액세서리 구매에 대한 조언을 듣고, 저녁에 만나기로 한 후배군과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며 다리를 쉬다, 우메다 요도바시를 목표로 다시 남바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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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17년 3월 04일, 16시 이후 우메다 부근

 오오사카를 몇 번인가 방문했었지만, 내게 있어 오오사카는 교세라돔, 덴덴타운, 우메다 요도바시가 최고의 핫스팟이었다. 지금은 오키나와로 본부를 옮긴 지인 부부와 함께 스시를 먹으러 간 적도 있긴 하지만, 우메다는 요도바시 카메라를 가기 위해 가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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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그런 우메다의 존재의의 요도바시 카메라를 가기 위해 역에 내리니, 드디어 빈 코인로커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 종일 운동을 강요당했던 캐리어를 코인로커에 쑤셔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요도바시 카메라를 향했다. 지하 2층에서 거대한 가샤퐁코너를 음미하다 야심차게 도전한 란마 가샤에 농락당하고 (300엔, 3회도전, 남자란마-겐마-겐마)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게임코너로 향했다. 동생의 조언을 되새기며 몇 개의 액세서리와 소프트를 지르고, 후배군과 여자팀을 햅 파이브 앞에서 만나 규카츠를 먹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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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도 들어왔다는 승우-가쓰규였는데, 시간이 살짝 늦은 탓인지 가게가 한가해서 어글리 코리안의 시끄러움을 뽐내며 느긋한 식사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느날 갑자기 일본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 후배 노R뎅군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다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 다시 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언제 다시 볼지는 모르겠지만, 또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일 자리를 만들 수 있길 바라며 각자 떠날 방향으로 향했다.


8.2017년 3월 04일, 심야. 호텔 타워 발리 덴노지

 예약한 숙소는 덴노지역 부근의 호텔 타워 발리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반응이 괜찮았던 곳이었는데, 입구를 들어서면 느껴지는 발리냄새와 자잘하지만 풍부한 무료제공품, 인테리어와 자잘한 편의시설이 맘에 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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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객실이 작다는 불만은 인터넷의 평가가 그대로 전해졌달까... 객실에 짐을 풀고, 일본여행의 밤은 역시 콤비니라는 격언을 떠올리며 호텔 앞의 편의점을 찾아가 맥주와 군것질거리를 샀다. 친구 부부와 함께 객실에서 맥주를 마시고 다음날 일정을 이야기하며 일본 여행 첫날의 감상을 나누다 다소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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