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여행 2일차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외국에 나오면 오분 십분을 아쉬워하며 일찍 일어나 호텔 조식 또는 동네 먹거리를 챙겼었는데, 나이를 먹고 보니 여행지의 아침도 보통 주말의 아침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며 아침을 보냈다. 호텔 조식을 신청하지 않았던 것도 있고, 상상이상으로 걸어다녔던 전날의 피로를 잠으로 보충하다, 전날 저녁 먹고 남은 군것질거리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목적지 고베로 향했다. 텐노지 역에서 신오오사카 역으로 전철로 이동하려다 문득 호텔 뒷편을 보니, 렌터카 업체가 바로 코 앞에 있었더랬다. 인원이 4명이고 왕복 교통비를 생각하면 보다 편하게 렌터카를 빌릴까..하다가 국제면허증을 집에 놓고 온 것을 이 때 후회했다. 가격을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빌렸더라면 조금 더 편할 수 있었겠지.

 전철을 타고 신오오사카 역에 내렸더니, 이 역 또한 대단한 환승역이었다. 늘 그렇듯 역무원에게 물어 알맞은 노선에 올라타 고베를 향해 출발했다. 역은 번잡했지만 전철 안은 한가한 주말 느낌이었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아이패드와 키보드를 꺼내들고 전날의 행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포스팅하게 될 날이 있으리라 기대하며 키보드를 예뻐해주고 있다 보니, 40분 정도 걸려 목적지인 고베 신나가타 역에 도착했더랬다. 여행지와 북적거리는 분위기의 오오사카와는 달리, 주거지구로 보이는 다소 한적한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고베를 찾아온 가장 큰 목적은 이 곳에 있다는 실제 사이즈 철인28호를 보기 위함이었는데, 사실 이 일본여행의 시작점이 이 날 전시가 종료된 오다이바의 건담을 대신하여 겸사겸사 찾아오게 되었다...라는 것은 뭐 개인적인 욕망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이뤄지게 되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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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인28호 앞에서 포즈를 따라하며 사진을 찍고 놀다가 사진을 찍어달라는 일본 어르신의 부탁도 들어주고 또 사진도 부탁하고 하면서 살짝 날뛰다보니, 부실하게 때웠던 아침에 사과하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인28호가 있던 공원 근처의 상점가를 기웃거리며 뭘 먹어볼까 하다가, 구글신의 힘을 빌려 약간 거리가 있는 오코노미야키집을 찾아갔다. 


 일요일이라 그런건지 경기가 좋지 않아 그런건지, 음식점이 위치한 상점가는 대부분 문을 닫아 살짝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는데, 다행히 목적지였던 오코노미야키집은 문을 열었었다. 점심시간 근처라 그런지, 그리 크지 않은 가게에는 자리가 없어 조금 기다려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4명이서 야키소바 2개와 오코노미야키 2개를 시켜 맥주를 곁들여 먹었는데, 살짝 배가 고프기도 했고 맥주가 맛있기도 했고 아무튼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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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채우고 카페를 찾아 역 근처를 걷다보니, 군데군데 한국 요리점과 한글 간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득 몇 해 전 동생이 살던 도쿄 외곽의 다케노즈카처럼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은 동네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고... 다음으로는 아이쇼핑과 저녁메뉴 와규 스테이크를 해결하기 위해 몇 정거장 떨어져있는 모토마치 역으로 이동했다. 모토마치는 세기의 명곡 이얼 팬클럽(...) 가사에도 등장하는 고베의 거리로, 목적지였던 와규 스테이크 집도 그렇고 유서깊은 쇼핑거리라고 한다. 일단 다이마루 백화점에 여성팀을 안내해주고, 남자팀은 근처 상점가의 다소 고풍스러운 카페를 찾아 다리를 쉬기로 했다. 상점가 자체도 일본적인 상점가 느낌이었고, 카페도 약간 나이가 있어야 할 것 같은 취향이었는데, 뒤이어 합류한 여성팀들이 주문한 디저트도 맛있고 어떻게 보면 근사한 느낌이 드는 카페였다.


한국 블로그에서도 유명한 집와규 올라가실께요~씹는게 아니라 녹여먹는 맛...


 다리를 충분히 쉬고, 아직 점심이 다 꺼진 것 같진 않았지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상점가 길 건너편에 있는 와규 스테이크집을 찾아갔다. 전날의 규카츠 집에서 느꼈던 만족감을 기대하며 가게에 들어가보니, 아직 시간이 이른 탓인지 일요일 저녁이라는 시간 탓인지 비교적 한가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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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을 하고 맛을 보는데, 도전하기 위해 주문한 육사시미는 아쉬웠지만 그 외의 스테이크들은 정말로 입에서 녹는 고기가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감탄과 만족 속에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이것이 나이인가..를 느끼며 졸다깨다를 반복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마지막 밤을 장식한 야식들사쿠라 푸딩!! 맛은... 어땠더라..

 친구 부부는 우리보다 하루 더 휴가가 있었기에 다음날 아침 교토로 이동할예정이라 이 날 밤이 오오사카에서 다 함께 보내는 마지막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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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달래려 다시 방에 모여 전날 구한 스위치로 1,2 스위치를 즐기며 맥주를 기울이다, 다음날 일정을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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