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호텔 조식. 양 조절...
호텔 복도 창에서 본 아침


 - 3박4일이라고는 하지만 1시 비행기를 타야 하는 관계로 4일째에는 특별한게 없어, 사실상 마지막날.

 - 매우 오랫만에 들른 아키하바라 투어와 고독한 미식가에 나왔던 식당 한군데 정도 들르는게 목표였으나.... 예상치 못한 현자타임의 습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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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분들에게 이야기를 듣긴 했으나, 여전히 덕력이 넘치는 아키하바라도 뭔가 규모가 작아졌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내가 아는 가게와 장소들이 몇 군데 없어져서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점심은 고고카레. 여기에 달걀을 추가했다가 제수씨에게 패스.


 - 아침부터 들른 북오프에서 뒤통수를 좀 맞고, 게임샵에서는 마음에 차는 매물을 발견하지 못하고, 큰 짐을 들고 다니는데에 대한 부담과 뭔가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 게속 들어 결국 거의 소득없이 체력만 낭비하게 되었더랬다. 뭔가 역설적이겠지만, 실제로는 가성비가 좋지 않은 건담카페에서 다리를 쉬며 마리다 라떼를 마신게 최고의 소득이라는 감상만 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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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도바시에서 아이폰X 를 만져보았는데, AS에 대한 두려움과 한국보다 저렴하게 당장 들고 갈 수 있다는 이점을 두고 고뇌하다 결국 내려놓고 왔다. 이 글을 적는 지금 이 시점에서, 그때 당시의 나를 두들겨 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아....

 - 일찌감치 동생의 집에 돌아와 보니 생각보다 피로가 좀 쌓여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나이먹는게 무섭습니다.... 라기보다, 체력 관리를 해야겠다는 언제나 하는 생각만 하면서 널부러지는 걸로 실질적인 마지막날이 저물어갔다. 왜 이렇게 텐션이 떨어졌었는지는 두고두고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기도...

현자타임이 와서 사진도 안찍고 돌아다니다, 그래도 어머 이건 찍어야해 라고 찍었던 10주년 기념 미쿠 피규어. 미쿠는 사랑입니다.


 - 그런데 정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덕후들 사이에 낑겨서 오만 샵을 두루두루 헤집고 다니던 중에, 낼모레 마흔인데 이러고 있어도 되나..하는 그런 생각. 바로 전날에 유니콘 입상을 보고 가슴벅차하고, 건담베이스에서 살고 싶다는 설레임을 잔뜩 표출하고 다녔지만 과연 이래도 되는건가 하는... 그런 생각. 그래봤자 오늘도 오덕오덕 내일도 오덕오덕, 별로 바뀌지 않고 살아가겠지만.

귀국행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은 언제나 아쉽다


 - 혼자 덕질하러 가겠다는 철없는 남편을 흔쾌히 보내준 아내님에게 감사하고, 별로 관심없는 스팟도 있었을 텐데 쉰소리 한 번 안하고 동행하고 챙겨준 동생 내외에게 너무나 감사하고, 갑자기 연락해도 시간 내주신 선배님과 무리한 노래방에도 끌려나와 준 셀럽 부부님들께도 감사하고... 이번에도 변함없이 감사할 일 가득한.. 그런 나들이였다. 


올때도 날개샷구름 위는 화창합니다화창합니다아악!!


 - 그리고 마지막에 공항에서, 시간이 애매했던지라 라멘 한 사발도 못 먹여서 보낸 동생에게 그저 미안할 뿐....


 여행기를 맘먹고 쓰기엔 이젠 능력도 없어져버렸고, 그래도 뭔가 허무하면 허무한대로 기록을 남기는게 나중을 위해 좋다는 생각이 들어 꾸역꾸역 적어보았다. 오랫만의 도쿄는 동생네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에 대한 고마움과, 난 이미 도쿄를 잘 안다는 오래되고 그릇된 선입견 때문에 난 아직 멀었다는 반성이 남는 그런 여행길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준비성이 철저한 아내님에게 사전조사를 맡기는게 습관이 되어서일까,목표로 했던 도쿄 건베와 유니콘 입상을 클리어한 후 뭔가 동생 내외를 끌고다니기만 한 것 같아서 허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남았다. 또 언젠가 일본을 가게 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때는 이번과는 다른 것을 아쉬워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