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겨울이 다가오고 떠남을 언제 느끼는지? 나는 아무래도 밤하늘의 오리온 자리를 보며 겨울을 실감하게 된다. 오리온은 겨울철의 대표적인 별자리로, 오리온의 허리띠 부분에 해당하는 삼태성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겨울 밤하늘의 볼거리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초겨울이 되면 동쪽 하늘에서 올라와 천천히 서쪽으로 움직여가는 오리온 자리는, 그 크기와 밝기 덕분에 찾아보기도 쉽고 서남향을 하고 있는 우리집에서는 집을 나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면 곧바로 볼 수 있는 별자리이기도 하다.

네이버에서 찾은 오리온 자리의 사진.

실제로 하늘을 올려다 보면 삼태성과 큰 4개의 별, 도합 7개의 별만이 또렷이 보이긴 하지만, 아무튼 오리온 자리는 저런 구성.



오리온 자리에 얽힌 신화의 주인공 오리온은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아폴론의 동생이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와 사랑에 빠진 사냥꾼으로, 두세가지의 다른 이야기로 인해 죽음을 맞는 인물이다. 한 이야기에서는 달과 순결의 여신인 아르테미스가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 아폴론이 꾀를 내어 아르테미스로 하여금 활로 쏘아 죽이게 만들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르테미스가 슬퍼하며 별자리로 올렸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오리온의 죽음을 슬퍼한 아르테미스가 아폴론의 아들에게 부탁하여 오리온을 되살려 내지만 죽은 자를 멋대로 살려내면 명계의 질서가 허물어진다는 하데스의 불만을 들은 제우스에 의해 아폴론의 아들은 죽임을 당하고 오리온은 스스로 별자리가 되기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이야기에 따르면 죽임을 당한 아폴론의 아들은 땅꾼자리가 되어 그도 별자리가 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마지막 한 이야기는 오리온은 유능하고 잘생긴 바람둥이 사냥꾼으로, 아르테미스조차도 오리온에게 반하지만 새벽의 여신(이름이...)도 동시에 오리온에게 반하게 되었다고 한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아르테미스는 전갈을 보내어 오리온을 죽이게 되고(전갈을 보낸 것이 아르테미스인지 새벽의 여신인지는 잘...) 오리온의 죽음을 슬퍼한 새벽의 여신은 오리온을 별자리로, 그것조차도 용서하지 못한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죽인 전갈을 별자리로 올려 하늘에서 오리온을 쫓아다니게 만들었다고 한다. 겨울에 동쪽하늘에서 떠오른 오리온은 새벽이 다가오면 전갈을 피해 황급히 북서쪽 하늘로 도망가게 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한다.

시골틱한 집에 살아온 덕분에 밤하늘의 별은 제법 많이 보았고, 덕분에 카시오페이아(가시오가피 말고...)자리와 북극성, 큰곰자리(북두칠성)는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찾을 수 있을 만큼 유명한 별들이긴 하지만서두... 물론 겨울이 되면 자신있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오리온 자리. 별자리라는 것이 있고, 그것들에 얽힌 그리스 신화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학교와 친구집에 있던 그리스 신화와 별자리 책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었던 기억도 있고, 겨울밤 가장 크고 밝게 빛나며 찾을 필요도 없이 한 눈에 들어오는 오리온 자리는 차가운 공기와 새까만 밤하늘에서 가장 눈길을 많이 잡아끌기도 했던 기억도 난다.

9시에는 꼭 잠들어야 한다고 믿었던 착한 어린이였던 시절도 있지만, 어느덧 퇴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9시가 지나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흐리지 않은 날이면 그런 나의 귀가를 내려다 보던 오리온 자리도, 이제 다시 찾아오는 봄에 밀려 밤하늘의 걸음걸이를 재촉하게 되었다. 이번에 저 오리온을 보내고 나면  이 풍경에서 다시 오리온을 보게 될 일이 있을까 싶어서 괜시리 처연하게 올려다보게 된다. 기분이 울적해지니까, 크고 화려한 별자리도 처연해 보인다. 사실은 저 오리온이 나를 내려다 보며 한심해하고 있을지 모르는데도.


- 첨부한 이미지는 네이버 검색으로 찾은 http://image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detail&query=%BF%C0%B8%AE%BF%C2%20%C0%DA%B8%AE&from=image&ac=-1&sort=0&res_fr=0&res_to=0&merge=0&start=14&a=pho_l&f=tab&r=14&u=http%3A%2F%2Fblog.naver.com%2Fbluefoxy7%3FRedirect%3DLog%26logNo%3D70002757427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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