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 이번 토요일에는 올해의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러 간다. 아주 어릴 적에 '시간을 거스르는 소녀'라는 이름으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보러 가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그 후속작에 해당하는 이야기란다. 원작은 이미 몇십년 전에 씌여진 소설이고, 그 주인공의 조카가 주인공인 새로운 이야기가 보러가는 영화. 보통 1년에 한 번 정도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봐 주는 편인데, 올해는 아직 확 땡기는게 없었다. 작년에는 괴물과 케로로 극장판 1탄이었던가. 뽀개진 등짝산도 있었구먼. 암튼... 올해의 영화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정했다. 뭐, 케로로 극장판 2탄이 개봉하거나 트랜스포머가 충분히 재밌다면 생각해 볼 만 할 듯...

 - 시간 여행-타임립이 소재이고, 청춘 드라마가 주제라는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제목을 들을 때마다 추억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추억이 없으면 삶이 까칠하겠지만, 나는 추억에 너무 매달려 사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한다. 추억의 게임, 추억의 애니, 추억의 장난감, 추억의 사람들, 추억의 사진들. 현재라는 일상을 살다가도 여가시간의 많은 부분을 추억에 관련된 놀이에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현재를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병행해 나가고 있긴 하지만, 즐기고 투자하는 대상들이 존재했던 시간이 추억이라는 먼 시간 속에서만 뛰어다니고 있는 것을 억지로 현재에 붙잡아 와서 혼자 좋다고 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되돌리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시간을 달리고는 있는게 아닐까.

 - 아무튼 이런 뻘글을 쓰느라 키보드를 내달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추억에 대해서 현재 생각하고 지금 키보드를 달리고. 추억의 재상산이라고 하기엔 그 가치가 너무 떨어지는게 아닐까 싶지만, 그 낮은 가치의 재생산을 통해 배고픈 현재의 굶주림을 조금 달랠 수 있다면 나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자기합리화이려나. 이렇든 저렇든 간에, 또 시간을 계속해서 달려나가보자. 그러면 뭔가 보이겠지. 혹시 아나,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