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한 달의 마지막을 실감하게 되는 29일 쯤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한살한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가속도를 느끼게 되는 세월의 흐름? 지난 한 달 동안 무엇을 했는가에 따른 반성? 얼마 안 남아있는 시간 동안 해치워야 할 이 달의 목표? 월 구분 따위로 삶의 경계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조금 튀는 생각?

 오늘 점심으로 간단한 백반을 먹고 나오면서 초보 유부남의 재정 상태와, 동시에 내 지갑을 들여다 보며 든 생각은 하나였다. .....월급받은 달이 아직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여전히 가난한거지?

 재정상태를 스스로 관리해야 하고, 가장은 아니지만 가정 경제의 일부분을 당연히 떠안아야 하는 나이가 되어 보니 언제나 돈이 쪼달린다. 나름 유흥비도 캐지름도 잔뜩 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언제나 가난하다. 월급쟁이들은 로또를 4주 연속 당첨되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가난의 늪에서 살아간다는 말이 실감으로 와닿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도 밀리거나 깎이는 일 없이 꼬박꼬박 나와는 내 노동의 댓가에 늘 감사하고 있긴 하지만.

 6월부터 8월까지를 여름이라고들 하더라. 그렇다고는 해도 6월은 분명 초여름일텐데, 주말에 번화가를 나가보면 감사의 인사를 날리느라 걸음을 옮기기 힘들정도로 더운 날들이 계속되었더랬다. 헐벗은 언니들은 눈요기가 되긴 하지만 헐벗었다는 장난섞인 표현이 떠올라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물론 그 헐벗음이 가난에 기인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니, 오히려 가난하면 헐벗을 수가 없겠지만. 이따금 가난에 대한 궁상맞은 자학이 치밀어 올라오면 감사의 인사를 날리다가도 쓴웃음이 올라온다. 실로 궁상맞기 그지없지만, 어쩌랴, 이게 내 삶인 걸.

 그래도, 부모님이 맞이해 주시는 집이 있고, 내가 굶지 않는 한 삼시세끼 챙겨먹을 수 있고, 총싸움하는데 필요한 총알도 살 수 있고, 건프라도 살 수 있다. .....여기에 연애가 끼어들면 어떨까? 부러워하긴 하지만, 연애는 재정상태의 빈곤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에 당분간은 덕후놀이나 계속해야지 싶다.
 
 그나저나, 점심에 나왔던 파김치의 냄새를 지우려고 좋아하지 않는 껌을 오물오물 씹고 있자니 턱이 아프다. 그래도 파김치는 맛있다. 하루 남은 6월의 마지막에, 또 파김치가 되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7월에는 뭔가 좋은 일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