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90년대 막바지에 침체되어가던 아케이드 격투게임의 부활과 건담 컨텐츠의 아케이드 진출을 동시에 꾀하여 새로운 브랜드로 정착에 성공한 VS 시리즈의 최신작의 프습 이식판. 다행히 일본과 동시발매로 정식발매가 되어, 저렴한 가격에 즐겨볼 수 있게 된 게임. 다만 이름에 건담만 3번 들어가는지라 좀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온통 건담판.

표지. 이 얼굴들을 보고 모든 건담의 이름을 알 수 있는 당신은 건덕후.

등짝.

아직도 좀 어색한, 한글로 된 표지.

 드림캐스트로 이식되면서 가정용 이식도 시작되었던 VS 시리즈는 연방 대 지온(이하 연대지), 연방 대 지온 DX, 에우고 대 티턴즈, 건담 대 Z건담, 연합 대 자프트, 연합 대 자프트 등의 시리즈가 아케이드->추가요소를 넣어 가정용->가정용의 피드백과 추가요소를 더 넣어 아케이드->가정용으로 완전이식 또는 차기작 요소 탑재 이식 등의 패턴으로 아케이드와 가정용을 아울러 온지가 어느덧 10년이 되어가는 게임이기도 하다. 이 건담 대 건담은 아케이드에서 올 여름에 가동된 작품을 이식하면서 아케이드용 차기작에 등장하는 건담 엑시아(from 건담OO)를 사용할 수 있는 등의 요소를 탑재하고 있다.
움드.

움드에는 모든 건담의 선조이자 원조, 건담이 그려져 있다. 근데 포즈가 어째...

 게임성은 연대지에서부터 이어 온, 원작에서 가져온 기술이 다소 엉뚱한 성능을 가지고 전개된다는 느낌과 MS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건담이면서 건담답지 않으면서도 건담스러운 격투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있다. 움직임도 경쾌하고 빠른 편이며, 아케이드 격투/슈팅 게임을 위해 디자인된 게임성이기에 속도감 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화려하기 그지 없는 역대 건담 사가의 주역 기체들이 모두 모여 있으니 아케이드판 지제너레이션이라는 느낌도 들고 말이지. 게다가 정발되면서 저주받은 환율에서 다소 편안한 가격으로 구할 수도 있는... 장점이 믾은 게임이다.

매뉴얼.

매뉴얼. 건프라를 연상케 하는 모델링의 건담들이 주루룩... 올해 나왔던 다른 건담게임과는 그래픽에서 압도한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 일단 아케이드모드와 네트워크 배틀 모드 밖에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건타쿠-건담팬들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기체를 운용하면서 건담 사가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고찰해 나가기를 원하는 유저가 많은 편인데, 아케이드 이식작인 탓인지 그런 배려가 전혀 없다. 몇 년전에 PS2로 나왔던 건담대제타건담(아케이드용 에우고 대 티턴즈의 완결적 이식판)에서 보여주었던 추가요소+서비스의 탑재가 자꾸 아쉬워질 만큼. 엑시아 하나로는 역시 좀 부족한 느낌이고, 기묘하기까지 한 아케이드 모드의 페어 구성은 원작을 뒤집고 비틀어 놓은 점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자극이 강한 음식이 쉽게 질리는 것과 비슷한 감각을 제공한다. 특히나, 그래픽적으로는 많이 떨어지지만 올해 발매되었던 건담 배틀 유니버스의 장대한 건담 사가 체험 요소와 넉넉했던 미션모드, 풍부한 기체와 게임 모드와 자꾸 비교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전혀 장르가 다른 게임이긴 하지만 3D 액션/슈팅 게임이라는 기본 골격이 비슷한만큼 자꾸 비교가 된다.....

 단점, 아쉬움도 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과거 격투게임의 명가 캡콤에서 디자인한 게임성을 기본으로 한 만큼, 대인전의 재미를 즐기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무선랜이 있는 사람은 카이를 통해서, PS3가 있는 사람은 애드혹 파티를 통해서, 건덕+격덕+프습유저인 친구들이 많은 사람은 기체빨과 운빨로 무조건 압도하는 대전이 될 수 밖에 없는 건담 배틀 유니버스 대신에 센스와 순발력, 게임 운용으로 진득하게 대전을 즐길 수 있는 이 건담 대 건담을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문제는 건덕이면서 격덕인 사람이 얼마나 되냐는 점이지만... 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