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연신내 모 맥주집에서.

연신내 모 맥주집에서.

 우리 맥주나 한 잔 할까? 독일에 가면 물보다 자주 먹는다는 맥주. 독일만 그런건 아니겠지만, 아무튼 맥주라는 음료-술은 참 대중적이면서도 핑계거리가 되기 좋은 술이다. 같은 맥락에서 소주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많겠지만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 사실 요즘은 호프-생맥주-병맥주-기타 등등 술집이 너무 많은 가운데에서도 정말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를 파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으면 좋은 것이고, 맛있는 맥주와 함께 먹가리가 아닌 이야깃거리가 더 좋은 자리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고.
  과거를 묻어두고 미래를 깊게 생각지 않으며 현재를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말을 고르기 어려워서 저렇게 적어놓았지만, 풀어보자면 이렇다. 좋은 추억이건 잊고 싶은 기억이건 과거는 과거에 흘려보내두고 과거의 영광이나 악몽에 구애받지 않으며, 미래에 일어날 일을 지나치게 리얼하게 시뮬레이트 하여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현재 내 발 밑을 제대로 확인하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 능숙하게 춤을 추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적어본 말이다.

 맥주관을 매일 깨끗이 청소하여 상쾌하고 맛있는 맥주와 함께 하건 허름한 포장마차
연신내 모 맥주집에서.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였다.

에서 닝닝한 국물을 안주삼아 소주와 함께하건, 과거에 대한 씁쓸하거나 아련한 추억담을 펼치거나 미래에 대한 설계도를 그려보며 웃음지어보거나 하는 일에서 내가 정말 찾아야 할 것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고통을 감수하고 발버둥쳐 나가며 온전히 내 것인 삶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동력을 얻는 것이 아닐까.

 고기가 듬뿍 든 대신 순대가 꼬다리 포함 2개 밖에 들어있지 않은 맛나고 푸짐한 순대국밥을 후후 불며 퍼먹다가 든 생각이 이런 거라니, 정말이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하기야, 이런 생각에 어울리는 먹거리가 뭐냐고 물으면 할 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