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1. SEGA - 아케이드판 이니셜D 용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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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한국에서는 최초로 자기자신만의 게임용 카드를 제공한 게임이 아닐까 싶다. 그 전까지는 대전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도 데이토너 USA와 레이스온(캠으로 자기 사진을 찍어 차 위에 올려놓고 달리는 게임) 정도를 제외하면 대전 레이싱이 그다지 활성화 되어 있지 않던 한국 오락실 시장에서 한 게임이 끝날때마다 자기 자신의 차량 정보를 저장하고 전에 했던 게임을 이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이 카드들이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버전 1, 2때는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다가 버전3에서는 카드를 새로 만들고 한번 갱신까지 하는 열정을 발휘했지만 완전정복에는 실패하였고 버전4에 와서는 결국 게임을 포기하게 되었더랬다. 가정용으로는 PSP판으로 한참 즐겼지만 아케이드판과는 하늘과 땅 차이인 조작성 탓에 중간에 던져버렸고...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오락실을 잘 가지 않다보니 이니셜D 플레이어를 본 적도 오래되었군....

2. KONAMI - E-AMUSEMENT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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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일본 오락실을 먹여살리는 게임들 중 퀴즈 아카데미를 위시한 코나미 게임들을 위한 카드 되겠다. 예전에는 기타프릭스-드럼매니아-파픈뮤직-비트매니아 등의 비매니 계열 리듬게임들만을 위한 카드였지만 변경된 E-AMUSEMENT PASS는 오토메디우스, 퀴즈아카데미 등의 타 장르 코나미 게임들과도 연동된다. 즉 카드 한장으로 코나미 게임이라면 대부분 즐길 수 있는 셈. 이따금 오락실에서 디제이맥스 덕후니까테크니카를 카드로 즐기는 플레이어들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3. 기동전사 건담 - 전장의 인연 용 카드
전장의 인연

카드 앞면. 08년에 타케노즈카에서 처음 만든 후 09년 여름에 신쥬쿠에서 2.0으로 갱신.

전장의 인연

뒷면엔 고유번호가 찍혀있는데 가렸다.

 프습으로 이식되어 처참한 흥행실패를 기록한 건담게임 전장의 인연용 카드. 500엔에 2회 출격이라는 비싼 가격 탓에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08년과 '09년에 갈때마다 꼬박꼬박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가득한 게임이지만 구형 스크린에 프로젝터로 뿌리는 화면과 콕핏느낌 물씬 나는 조작체계로 이 게임을 해보면 느낌이 전혀 다르다. 국내에서는 전혀 써먹을 일이 없는 카드지만 카드에 기록되는 정보들이 건담 냄새가 가득한 관계로 올려본다.

 오래전의 걸작 게임만화 브레이크 에이지에 보면 전용 디스크를 이용해서 기체를 만들고 개인 정보를 등록하는 게임 데인저 플래닛이 등장했었더랬다. 사실 그와같은 자유도는 아무래도 구현이 불가능하겠지만, 전세계가 통신으로 이어져서 (렉과는 싸워야 하지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지금의 가정용 게임환경과 아케이드의 개인정보 등록용 카드 시스템은 90년대 후반 만화 속에서 느끼고 열광했던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비록 아케이드-가정용 비디오게임 시장이 많이 축소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평생을 가지고 갈 듯한 취미인 이 전자오락이 나는 여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