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기적의 사과

표지

기적의 사과

뒷면



  간염으로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친우 nabbori군이 추천해 준 책. 당시에는 1Q84 3권의 마지막을 달리고 있던 참이라 받아만 뒀다가, 퇴원후 집에서 요양중에 읽었더랬다. 감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매우 쉽게 단숨에 읽히는 사상서' 라고 하겠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이시카와 다쿠지씨라는 일본의 프리랜서 작가가, 말 그대로 기적의 사과를 일궈낸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이야기를 담담한 필체로 담아낸 책이다. 어째서 사상서라는 표현을 썼느냐 하면 본문 말미에 기무라 아키노리씨와 이시카와 다쿠지씨가 스스로들 그렇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기적의 사과라는 것은, 기무라 아키노리씨가 일궈낸 사과로, 전혀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너무나 맛있는 사과를 수확해 내기에 기적의 사과라고 불리운다. 하지만 그 기적은 무비료 무농약 재배를 성공시키기까지 기무라 아키노리씨가 도전해 온 과정과 인생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농업에 있어 농약과 비료는 당연한 상식이라는 것을 비전문가도 알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무농약 무비료라는 것은 얼핏 생각해 보아도 말이 안되는 도전일 것 같지만, 이 책의 전반부와 중반부에 걸쳐 묘사하고 있는 정경은 단지 말이 안되는 도전이 아니라 기적을 일궈내기 위한 위대한 도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무라 아키노리씨는 기적의 사과를 일궈내는데 성공했고, 지금은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일도 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으로 인간승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종류의 도전기와 신화는 현대사회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종종 들려오는 이야기이기에 어쩌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게 보일지도 모른다. 고생과 노력, 포기의 유혹.. 뭐 그런 이야기들은 간간히 여기저기서 들려오기도 하니까.

 그러나 이 책, 기무라 아키노리씨의 이야기가 한 가지 더 특별한 것은, 무농약 무비료 재배를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기무라 아키노리씨가 발견하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그것은 바로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비료이자 농약이라는 교훈이다. 책 내용을 적는 것보다는 비슷한 예를 들자면, 지구 온난화를 감안하더라도 더위에 지나치게 약한 지금의 어린이들. 여름이라는 계절을 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더위를 에어컨의 공기라는 농약과 비료에 둘러싸여 자라나는 현대의 어린이들은 과거의 어린이들보다 더위에 약하고, 계절변화에 민감하며, 과거의 어린이들이 앓지 않았던 계절병과 피부병 등의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견디고 적응하고 자연스럽게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이기고 정복하고 거부하는 노력이 현대의 사과나무를 약하게 하고, 인간을 약하게 하고, 결국은 더욱 강한 농약과 비료를 부른다는 사실.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하고 자연의 이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농약이고 비료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기무라 아키노리씨와 이시카와 다쿠지씨는 전하고 있다.

 물론 자연에 가까운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척 많다. 그리고 현대 고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렇게 살기가 어렵다는 것 또한 현실이고. 그러나 스스로 꼭 일궈내고 싶은 기적의 사과를 찾아내고 싶다면 상상을 뛰어넘는 노력과 함께 자연스럽고 정당한 길을 걸으면 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 책에서 받아들였다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 같은 소인배는 엄두도 안나는 길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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