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중반을 지나온 소년들이라면, [지아이 유격대]라는 이름을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프큰(AFKN)에서도, 명절 특집 [용감한 팰콘 중위]로도, 너무나 익숙한 CM송 [코브라 군단 덤벼라~ 지아이 유격대]로도, 무엇보다 형힐헙에서 발매했던 3.75인치 사이즈 액션피규어(인형)으로도. 나 역시 그런 소년들 중 하나여서(참 가지가지 한다...) 5~6개의 인형과 1개의 탱크(전문용어로는 유닛이라고 한다더라)를 가지고 있었고 동생 ANTIDUST도 그정도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형제는 뭔가 하나 사면 비슷한, 혹은 라이벌에 해당하는 걸 같이 사곤 했었으니까. 내가 건담이면 ANTIDUST는 자쿠 하는 식으로 구매했었기 때문에, 나는 지아이 유격대 쪽을 모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것은 스톰쉐도우(섀도우?셰도우? 암튼 STORM SHADOW) 라는 이름의 닌자 피규어.
국내에서 인기가 식으면서, 형힐헙에서도 자연히 수입물량이 적어지고, 그래서 인기는 더욱 적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이제는 거의 잊혀진 장르였던 이 지아이 유격대는, 놀랍게도 지금까지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고 2005년에는 사이즈와 디테일을 대폭 키운 8인치 시리즈가 발매되었다. 새로운 8인치 시리즈의 이름이 바로 SIGMA6(시그마6-시그마식스)로, 얼마전 웹서핑 중 우연히 발견한 모 피규어 샾에 있는 것을 발견해 하나 질러 보았다. 당연히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스톰쉐도우로.
위에 언급했듯이, 내가 좋아했던 스톰쉐도우는 지아이유격대(말하자면 착한 편)측 소속이었는데, 위 사진의 가슴팍을 보면 알겠지만 이 시그마6버전 스톰쉐도우는 코브라군단 소속이다. 스톰쉐도우는 원래 80년대 초반 처음 나올때부터 나왔던 멤버로, 아라시카게 류 닌자의 계승자이기도 한데, 살해당한 부모형제의 복수를 위해 코브라군단에 위장 잠입하여 활동해오다가, 88년에 발매된 두번째 버전에서 사촌동생 징크스(쿠노이치로 스톰쉐도우와 같이 코브라에 있다가 스톰쉐도우를 설득해서 지아이로 넘어오게 만든다고 한다.)의 설득과 스스로의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코브라군단을 탈퇴, 은둔생활에 들어가 이따금 라이벌이자 친구인 스네이크 아이즈(시커먼 놈이라 어릴 적 무척 싫어했었다.)의 요청에 따라 이따금 지아이 유격대의 은밀 작전 의뢰를 수락해 준다는 설정이었다고 한다. 국내에 소개되었던 스톰쉐도우는 이 88년 두번째 버전 뿐이라, 나는 당연히 스톰쉐도우를 정의와 신비감이 공존하는 닌자라고 믿어왔던 것이다. 그 이후, 코브라군단에서 완전한 은둔에 들어간게 아니라 은밀히 지아이를 돕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스톰쉐도우를 생포, 브레인워시(세뇌...)를 거쳐 스톰쉐도우는 코브라군단의 멤버로써 스네이크 아이즈를 증오하게 되었다는 전개가 지금까지 펼쳐지고 있는듯 하다. 시그마6 버전의 스톰쉐도우는 코브라군단을 위해 어떤 컴퓨터 칩을 훔쳐 달아나다가 스네이크 아이즈와 결투를 벌이고 결국 스네이크 아이즈에게 패배하여 칩을 돌려주게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어릴적 추억에 조금 배신을 당하긴 했지만, 여전히 멋진 캐릭터이기에 다 수용하기로 했다.
피규어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1/144 스케일 및 SD 건프라가 전문인 내 입장에서는 뭐라 말하기 어렵긴 해도 종래의 지아이 유격대 피규어에 비해 대단한 발전을 한 관절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바와 같이 최근의 MG 건프라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히 훌륭한 가동성을 가지고 있고, 골반, 어깨 등의 무게를 견뎌야 하고 마모가 잘 될 것 같은 부분에는 요철이 심어져 딱딱 걸리는 느낌으로 고정이 잘 되게 되어 있다. 가동의 범위가 넓고 튼튼한 구조이므로 어릴적 지아이 시리즈의 특징이었던 고무줄 허리가 끊어진다던가 사타구니가 부러진다던가 하는 고장은 일어날 일이 없을 듯. 물론 무리하게 가지고 놀다 부러지면 쓰레기통으로 가야겠지만.
지아이 유격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풍부한 액세서리가 들어있다. 十手(십수-짓떼)라는 이름의 무기와 등에 멘 태도(치곤 좀 굵지만..)와 단도(치곤 좀 길지만...), 등반용 크로(손과 발에 장착), 갈고리, 태도와 단도를 연결할 수 있는 나기나타(창), 칼날이 달린 쌍절곤, 검을 놓을 수 있는 거치대 등이 들어있어, 이것저것 손에 들려놓고 이런저런 포즈를 잡으며 놀 수 있게 되어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과거 지아이 인형들의 특징 중 하나였던 등짐이 없다는 것. 이 스톰쉐도우의 경우 몸에 멜 수 있는 벨트(기로로를 닮았...)를 이용해서 검과 짓떼를 등에 장비할 수 있긴 하다.
지아이 유격대는 아무래도 특징상 밀리터리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고 거기에 약간의 SF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것이 큰 매력인데, 이 스톰쉐도우는 같은 닌자인 스네이크아이즈와는 달리 순수히 동양적인 무기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전에 구해 두었던 모노노후 두 종류를 활용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이전의 샤이닝건담 이상으로 무리없이 잘 어울린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활을 이용해서도 한번 찍어봐야겠다.
파트너를 맞춰주기 위해 스네이크 아이즈도 하나 사볼까... 싶긴 하지만, 일제 수입품들은 가격이 많이 내려간 반면 이 지아이유격대가 생산되는 하스브로사는 미국에 있는 관계로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뭐, 당장 급하게 목을 메고 있는 건 아니니 나중에 천천히 한 구해봐야겠다. 과거와 현재의 모든 지아이를 구경해보고 싶은 분들은 http://www.yojoe.com/sigma6/files/ 를 방문해 보시라. 지아이와 추억을 함께 했던 분들에게 좋은 시간이 되시길. 아,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거대화 한다. 뫼비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