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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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있었던 모 모임에서 섭취 해본, 일본 메이지 사의 카카오 99%. 쓴 맛이라는 것을 전격적으로 어필하고 있고, 저 건너 히흘후흐에서는 이미 유행이 한 번 지나간, 매니악한 인기를 가지고 있는 쪼꼬렛..이라고 하기엔 단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식품. 최근 우리나라의 홋헤에서도 흐힘하하오 56%, 72%를 출시하여 쓴 맛이 강조된 쪼꼬를 판매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유행에 편승하여 56%를 거쳐 72%에 적응하는 중이라 용기를 가지고 입에 넣어보았다.

식품 자체의 첫 느낌은 별 느낌이 없다가, 씹으면서 쪼꼬가 녹기 시작하자 입안에 우선 쓴 맛이 퍼졌다. 으음..나도 모르게 코로 한숨이 나오고 표정관리가 어려웠지만, 조금 더 씹으면서 녹혀보자 과연 쓴 맛이 지나가고 쪼꼬 특유의 향과 고소한 맛이 입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먹은 양이 매우 조금인지라 한개를 혼자 다 먹을 때의 느낌은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쓴 쪼꼬를 먹을 수 있고, 거기에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권할만 하다고 하겠다. 한때 허휘의 무척 단 밀크 초콜릿에 탐닉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전혀 달지 않은 이 쪼꼬도 꽤나 괜찮다고 본다.

그건 그렇고... 분명한 건, 지난 1달여의 시간 동안 회사 생활을 함께했던 56%와 72%의 쓴 맛 수행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아마도, 나름대로 쪼꼬를 좋아한다는 나라고 하더라도 99%를 처음 입에 넣었더라면 분명 화를 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이 생강-파-고추 등의 맛과 향이 강한 향신료-식품을 먹지 못하다가 자라면서 먹을 수 있게 되는 건 그 맛과 향에 익숙해 지면서 그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인간의 적응력은 비단 식품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자극에 대해 그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힘든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도... 또는 좋은 것을 접하는 태도들도, 사람들을 만나며 가지는 감정도. 힘든 것에 적응하여 강해지는 것은 긍정적이겠지만, 좋은 것에 적응하여 좋은 것을 좋다고 느끼지 못하고 더 좋은 것에 목마르게 되어 가는 것은 과연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서 받는 감동의 크기와 행복이 화려하고 거대한 것에서 받는 감동과 행복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믿고 싶기에.

.....20년 넘게 나를 살게 했던 300원짜리 가나쪼꼬렛이 문득 맛이 없다고 느껴버린 변절자 같은 내 혓바닥 때문에 이런 썰을 풀어 놓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아 쪼꼬 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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