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 일본에 대지진이 발생했다. 동생이 일본에 살고 있는 관계로, 관심있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인데, 일요일 오후가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는 일단 진정국면으로 들어간 것 같아 다행이다.

 우리는 100% 안심할 수는 없다고는 해도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부터는 비교적 안전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산불이나 산사태, 물난리는 해마다 반복해서 겪는지라 마음의 준비도, 충격도 적지만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지진과 대해일(쓰나미)은 영상으로 보는 것만해도 매우 충격이 컸다. 식상한 문장이지만, 자연의 힘 앞에 사람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잘 알게 해준다..

 - 지진과 해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종되고 죽고 다쳤지만, 아직 위급한 사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지금 키보드를 달리는 키보드도 건전지가 들어가는 무선이고, 컴퓨터, 모니터, 스피커, 손전화, 게임기 등 놀기 위한 도구만해도 전기 없이는 부피만 차지하는 덩치들이 지금도 나를 감싸고 있다. 물을 쓰고 싶어도 전기 펌프가 물을 퍼올려주고, 춥거나 더운 실내의 온도를 조절하고 싶어도, 지하철을 타고 멀리 이동하려고 해도, 전기는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이다. 

 요즘은 기온의 변화를 참지 못해서 조금만 추워져도 집안에서 속옷차림으로 돌아다녀도 추운 줄 모르게 온도를 올리고, 조금만 더워져도 파카와 마스크를 준비해야 할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 온도를 내리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다. 과연, 전기와 에너지가 없다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 하고 싶은데로만 하고 살면 하고 싶은 것도 못하게 된다는 뚱's의 고칼로리를 새겨볼 때다. 에너지를 아끼자는 말이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면 촌스러운 사람이 되는 우리 인식을 좀 바꿔야 할 때다. 우리나라 발전소가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 사람은 누구나... 특히 한국 사람들은 무언가 싫어해야만 할 대상을 마음 속에 정해놓지 않으면 못 사는 것 같다. 지리산 양쪽편의 두 지방도, 현해탄 양쪽의 두 나라도. 인터넷 게시판의 전라도-경상도의 대립도 무시무시하지만, 그 보다 더 위에 존재하는 한일관계의 증오가 뿌리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고, 그 양상은 '우리 민족'이 설정한 불구대천의 원수에 대한 태도 그 자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한국, 한류, 한국인, 한국놈이라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듯이, 자연재해로 하소연할 길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에게 60년전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잡아간 '일본놈들'이라며 싸잡아 욕하고 심지어 잘 죽었다고 좋아하는 것은 배울만큼 배웠다는 사람들이 취할 자세는 분명히 아닌 것 같은데.

 - 당연하다면 당연한건데... 고 장자연씨 편지 사건과 덩여인 사건은 참 찾아서 클릭하기 어려워졌다. 일본이 곧 침몰할 거고 도쿄가 체르노빌처럼 된(건 아니지만 그리 될지도 모를지도 아리까리한 것 같은데 아님 말고) 양 찌라시 스타일로 써재끼는 자극적인 타이틀 패턴은 좀 어떻게 하고 기존 국내 이슈들의 진척 상황은 있는 그대로 좀 알려줬음 좋겠다.

 - 그리고 일요일 오후... 올해 들어 갑자기 급전 나갈 일이 많아져서 주름이 늘어날 기세. 그나마 동생이 이번 지진으로 그리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는게 위안이 된다. 어디 주말 알바 자리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