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새벽 2시라는 시간은 어둡다고 하기엔 깨어있는 눈들이 많고, 밝다고 하기엔 잠든 사람이 많은 시간이다. 내게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깨어 있을 수 있는 한계점이기도 한 시간.

 불타는 금요일에 고기를 불태워 배를 채우고, 막연하게 걷던 을씨년스러운 거리의 카페를 찾아 들어가보니 더치커피를 내리고 있는 개인 바리스타의 비싸지 않은 아늑한 가게였다. 저렴하지만 맘에 드는 향을 내는 에스프레소를 들고 다소 쌩뚱맞은 타이프라이터가 놓인 테이블에 둘러앉은 일행들과 온세상 고기는 다 구워먹은 냄새를 풍기며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보드게임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의 영업이 끝나서야 정신차리고 시계를 보니 일행 중 몇은 막차시간을 생각해야 하는 시각.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데려다 줄 차가 기다리는 정류장을, 플랫폼으로 향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나에게는 다소 돌아가는 편을 선택하여 여유를 부리며 움직이다보니 간발의 차이로 마을버스를 놓쳐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등산로를 걸어 달동네 위의 집에 돌아왔다.

 컴퓨터의 전원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았다. 에스프레소로 씻어내긴 했지만 구강상피세포와 함께 들러붙어 있는 고기냄새를 세탁기 같은 양치질로 씻어내고, 에그를 충전기에 꽂아놓고 방의 불을 껐다. 그래도 여즉 잠과 싸우고 있는 덕심의 발로에서 아이패드를 집어들고, 자기 전에 잠시 웹서핑을 해본다. 새벽 2시라는 시간은, 웹조차 잠들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이 금요일을 지나 토요일로 가는 시간이라 그렇겠지만....

 아이패드를 내려놓고 눈을 감는다. 먹먹한 잠이 머릿속을 꾸역꾸역 메워가는 가운데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 속에 오롯이 혼자 누워있는 기분은 어제오늘 느끼는 것이 아니지만, 적막함 속에 잠을 청하며 기다리는 가운데 오랫만에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잠을 청하는 염소새끼 같은 외로움이 먹먹한 잠 속을 거닌다. 이건 그 어떤 걸로도 달랠 수 없는 근원적인 외로움, 자웅이체로 태어나 한정된 시간을 숨쉬는 존재이기에 영원히 눈 감는 그 순간까지 끌어안고 가야만 하는 상념이다. 설령 지금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과 격렬한 '사랑'을 나누고 알몸으로 끌어안고 있다고 하더라도 잠시 생각하고 있지 않을 뿐 곧 다시 고개를 들 그런 외로움.

 사람은, 결국 혼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