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덕질이라 함은.. 덕후같은 짓을 하는 것을 축약한 것이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덕후라는 말은 일본의 오타쿠 라는 말을 (의미에 대한 설명은 생략) 오덕후라고 한글화(?)하고, 오를 떼어버리고 덕후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많은 취미인들에게 붙여진 별칭 같은 것이다. 심지어는 그 사람의 전문분야를 앞에 붙이고 뒤의 후 까지 떼어버리고는 ~~덕 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게임 오타쿠는 겜덕후, 건담 오타쿠는 건덕후 또는 건덕, 미소녀 오타쿠는 미소녀덕후 또는 미소녀덕, 뮤지컬 매니아는 뮤지컬덕후 또는 뮤지컬덕 등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러한 '덕후'들이 자신의 취미 생활에 매진하는 것을 두고 '덕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이야기 되겠다. 

 이 포스팅의 몇 개의 시리즈로 이어질지는 감도 안오고, 심지어 두 번재 포스팅이 있을지의 가능성도 없지만 일단은 '수집편'이라고 부제를 붙여 본다.

 나는 별로 그런 줄 모르겠는데, 어떤 사람들은 나를 영덕대게라고 부른다. 영원한 덕후, 대책없는 게이머의 준말인데, 누가 나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뭐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뭐 어쨌든. 서로 다른 분야의 덕후들에게서 공통점을 꼽아본다면 '덕질하는 분야와 관련한 수집품이 많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무형의 공연 문화인 뮤지컬이나 영화의 덕후들도 자신이 관람한 티켓, 오피셜은 아니지만 팬클럽에서 자작한 팬북 또는 무크지, 팸플릿이나 DVD 또는 브루-레이 등을 모아 놓기도 하고, 겜덕이나 음악덕후 들은 게임이나 음반을 모아 놓기도 하고, 건덕들은 건프라, 건담피규어, 건담게임, 건담음반, 건담의류, 건담생활용품, 건담전자기기 등을 모아놓기도 하고.. 등등등등.

 서설이 길었는데, 일단 여기서는 부제인 수집에 중점을 둬서 나의 덕질을 돌아보고자 한다.

 아는 사람을 알겠지만, 나는 꽤 이것저것 많은 분야를 손대고 관심을 둔다. 기본적으로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 탓인데, 곧 해당 분야에의 덕질로 이어지곤 한다. 이를테면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님의 저서를 모으고, 좋아하는 가수 B'z의 음반과 공연실황 브루-레이를 모으고, 건프라와 건담피규어는 말할 것도 없으며, 재미있게 즐긴 게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들도 차곡차곡 모아둔다.

 덕분에 이사할 때마다 짐을 챙기는데 무척 많은 시간과 신경을 쓰고 있으며, 늘 공간활용에 대하여 고민하고 압박을 받는다. 정말이지 이렇게 살다간 구중궁궐에서 살게 되더라도 덕템(덕후의 수집품, 덕후의 아이템)에 짓눌려 나 한 몸 누울 자리 확보하기 어려워지는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사실 서적류는 스캔 또는 eBOOK 구매를 통해서 부피를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역시 책은 종이에 인쇄된 것을 종이냄새를 맡으며-빳빳한 새 책의 냄새도 좋고 퀘퀘한 고서의 냄새도 좋고-손으로 넘기는게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지라 답이 안나오기도 하고, 많은 음원파일을 갖고 있긴 하지만 역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형태의 음반이 가진 매력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의 경우는 좀 심각해서, 어림잡아도 200종 이상은 되는 게임들은 판매를 고려하지 않고 보관한지라 상태도 별로인데다 과연 내가 죽기 전에 저 타이틀들을 한 번 이상 구동하며 플레이 당시의 추억을 되새겨 볼 만한게 몇 가지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표지를 보는 순간 평생 안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또 다시 머릿 속을 채워버리게 되긴 하지만, 역시 공간에 대한 압박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은 홀몸인데다 집도 대략 공간을 허락하고 있는 수준이긴 하나... 과연 저 덕템들을 머리에 이고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을런지는 알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나이를 먹어가는 증거라고들 하던데, 언제까지나 게임을 좋아하고 마음 편해 좋게 사는게 이어졌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마음도 한결 같을 수 많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 주변의 한 수집가분이 수집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언젠간 내게도 저런 날이 오려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나는 영덕대게,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온대로 장식장에 머리를 들이받거나 말거나 지금은 나 좋을대로 신명나게 모아나갈 밖에.

 ...다음 편은 뭘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