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말, 무척이나 기다리던 영화가 개봉을 했으니, 한국에선 로다주라는 별명을 새로 얻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신작 철서방3-아연남3-아이언맨3 되겠다. 개봉 전부터 수많은 떡밥을 던지며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 영화를 꼭 볼 생각이었던 관계로 다소 허름하고 작은... 그러나 한적한 영화관을 골라 보고 왔더랬다.
스포일러를 가득 담아 썰을 풀어보자면...
- 꼭 볼 필요는 없지만, 이야기는 영화판 어벤저스에서 이어진다
- 주적은 만다린과 익스트리미스. 최근 코믹스로 발매된 아이언맨-실드 국장과 비슷하면서도 판이하게 다르다.
- 매번 3가지 씩 선보이던 아이언맨 슈트는 이번엔 엄청 많이 나온다.
- 그러나 주로 쓰는 건 사고뭉치이자 집나간 자식 마크42
- 마크42와 익스트리미스를 엮어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원작에서는 마야 한센이 토니 스타크의 그녀이며, 익스트리미스를 발명하지만 토니 스타크만이 익스트리미스에 적응,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손상된 인체 조직이 복원되고 높은 열을 제어하는 초인이 된다는 설정은 영화만의 이야기이며, 토니는 익스트리미스의 능력에 힘입어 생각만으로 주위의 전자기기와 네트워크 장치를 제어할 수 있으며, 아이언맨 수트는 익스트리미스의 능력으로 불러내어 장착한다.
영화판에서 마크42는 수트 자체의 대단한 특징이랄 것은 없지만, 익스트리미스와 관계없이 토니 스타크의 의지로 토니 및 다른 사람에게도 원격으로 날아와서 장착하여 아이언맨으로 변신할 수 있다. 이는 원작보다는 디즈니의 만화 스크루지 덕 이야기에 등장하는 기즈모 덕과 차라리 닮아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원작의 설정을 완전히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마크 42의 각 파츠에 추진장치가 붙어있어 먼 거리에서도 토니의 부름에 따라 날아온다는 설정이 추가되어 나름 그럴 듯 하기도 하다.
또한, 익스트리미스는 영화에서 나오는 설정처럼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은 초인이 되지만 실패하면 즉사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이기도 하다. 코믹스 실드 국장에서는 만다린이 마야 한센을 조종하여 익스트리미스를 이용한 대규모 테러를 기획하는데, 이번 영화판에서는 이 근본적인 플롯을 잘 살렸다고 할 수도 있겠다.
- 이야기의 흐름은 전작들과 같이 볼거리 많은 초반 -> 위기에 빠진 토니 -> 사람에 따라서는 꽤 지루할 극복 과정 서술 -> 극!뽁! 이라는 구성이라, 중간에 하품을 하는 사람이 제법 있더라.
- 아이언맨 영화판 시리즈에 갖고 있는 개인적인 큰 불만인데, 최종보스를 쓰러트리는 건 아이언맨 혼자만의 초인적인 능력이 아니라, 주변의 무언가를 이용하는 과정이다. 이번 3편에도 그런데, 거대 아크원자로의 폭주였던 1편이나 워머신과의 협동 작전이었던 2편과는 달리 무려 누군가가 완력으로 해결해 준다는 게 나름 신선하달까.....
- 이번에도 건재한 스탭롤 후 추가 영상에선 헐크가 나오는데, 인크레더블 헐크가 아닌 어벤저스 버전의 헐크이니 주의. 게다가, 살이 좀 붙으셨는지 인상이 꽤 다르므로 처음엔 어? 싶더라.
- 원작에서는 스파이더맨의 고블린이기도 하면서 영화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주적으로 예상되는 노먼 오스본이 차지하는 슈트 '아이언 패트리어트'는 이번엔 워머신의 다른 컬러 버전이라는 것으로 설정이 변경.
- 1편에서 토니 스타크의 목숨을 구해주고 죽는 호 잉센이 매우 초반에 잠깐 등장한다. 영화판 시리즈의 팬이라면 반가울 듯.
- 원작의 만다린은 아이언맨 최대의 적이자 시리즈의 주적이며, 아이언맨을 수도 없이 궁지에 몰아넣는 엄청난 악역 빌런이지만, 여기서는 전혀 다르게 등장한다. 특히, 만다린의 특징인 10개의 반지와 그 능력에 대한 설정은 온데간데 없고, 테러집단 텐링스(10개의 반지들)라는 이미지로 변경되었는데, 사실 1편에서 걸미라(호 잉센의 고향)를 습격하기도 하고 알고보니 아이언 몽거의 사주를 받았던 테러집단이 텐링스였다.
이번 영화판에서는 익스트리미스의 능력을 완전히 소화한 과학자 엘드리치 킬리언이 자신의 능력과 익스트리미스의 능력을 이용하여 초인 군대를 만들고, 텐링스마저 흡수하고, 대역 인물을 내세워 만다린이라는 테러범을 만들어 그 이미지를 조종하면서 자신에게 굴욕을 준 토니 스타크에게 복수한다는 설정인지라, 원작의 말도 안되게 강한 만다린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1 대 1 의 전투가 아니라 아이언맨 슈트 군단과 익스트리미스 군단의 전투를 생각해 보면 실사 영화에 걸맞는 괜찮은 각색이라고 할 수도.
- ...그러나 SF액션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중반 부분은 미스터리인지 휴먼 코미디인지 탐정물인지 장르를 헷갈리게 하기 충분한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 2편에서는 죽음을 곁에 둔 외로운 천재의 극복기였다면 이번엔 영웅이라는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천재의 사랑 지키기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미안하지만 작년의 다크나이트 라이지즈와 비하면 좀 부족한게 사실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토니 스타크의 이야기가 재미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 시리즈 개근 캐릭터 중 하나인 경호원 겸 운전기사 해피 호건은 이번엔 초반과 엔딩에서만 등장하는데, 1편에서 페퍼가 첫번째로 만들었던 아크 리액터에 붙였던 명패처럼, 3편의 토니 스타크에게 따뜻한 심장이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한 듯.
- 개인적으론, 임팩트 있는 적 캐릭터 중 하나인 '사빈'을 처치할 때가 가장 속 시원했던 것 같다. '이것도 재생시켜봐 강아지야'
- 영화판의 각색이겠지만, 마야 한센의 취급이 조금 안습한 것 같기도.
- 엔딩에서 토니 스타크는 모든 슈트를 파괴하는 '새출발 프로토콜'을 발동시키고 가슴의 아크 리액터도 떼어내 버리지만, 원작에서도 그러했듯이 아이언맨을 은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과연 어벤저스2 말고 아이언맨4는 있을 것인지는 조금 갸우뚱...
- 음. 기네스 펠트로는 참 예쁘게 나온다. 싸우는 히로인은 아름다운 법.
- 다음은 토르2와 캡틴 아메리카2, 그리고 어벤저스2 가 나올 것 같은데... 헐크도 새로 나오려나? 아무튼.... 아이언맨 3 브루-레이가 나올 때 쯤엔 1,2,3 합본 브루-레이도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