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1991년, 갓 중딩이 된 똥똥한 꼬맹이가 있었다. 정장 비슷한 교복을 입게 되었고, 중학생이라는 신분을 손에 넣은 그 중딩과 그의 친구들은 그 신분을 이용한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고, 월정고사가 끝난 어느 날, 그들은 그것을 결국 행동으로 옮겼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 영화 보기. 똥똥한 꼬맹이는 생일이 빨라서 한 살 빨리 학교에 들어간지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중학생인 것도 틀림이 없었기에 친구들과 함께 익숙하지 않은 시내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종로3가 서울극장이었다. 고른 영화는 람보와 코만도 중 코만도가 나오는 영화, 터미네이터2 - 어려운 영어 데이였다.

 그리고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2013년, 그 때보다 키만 커진 한 뚱땡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친구들과 펑펑 울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극장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명동역 KGB(광고 차단 자체 필터링)이었다. 

 - 10월 중순 재개봉 소식을 듣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가, 개봉 소식을 듣고 찾아보니 딱 1주일 상영.

 - 그나마도 개봉관에서 하루 종일 거는게 아니라 드문드문. 모든 체인점에서 상영하는 것도 아님.

 - 푸대접은 서러웠지만, 니들이 아무리 그래도 전설은 전설.

 - 서경석-이윤석 콤비가 진행하던 '옥의 티' 덕분에 몇몇 장면은 더욱 눈을 부릅뜨고 보게 됨.

 - 감독판은 이미 DVD와 브루-레이로 발매되어 있고, 브루-레이도 갖고 있는지라 변경된 엔딩의 감동은 좀.

 - 삭제 장면이 대폭 추가되어 있는데, 전혀 새로운 장면이라기 보다 흐름상 빼도 되는 소소한 연출이 보강된 느낌. 

 - 확실히 요점 CG와는 다른 어색한 느낌의 CG가 우습긴 하지만, CG를 쓰지 않은 장면들의 느낌은 요즘 영화 못지 않다.

 - 옛날 영화를 보면 컴퓨터들이 참... 저런걸로 스카이넷도 개발하고 에일리언 잡으러 우주도 가고 하지.

 - 주지사님 리즈시절은 진챠ㅠㅠ 너무 멋지다ㅠㅠ

 - 에불레뽈롱 리즈시절은 진챠ㅠㅠ 아...ㅠㅠ 

 - 린다 해밀튼 하면 사실... 그의 이름은 빈센트...가 떠오른다. 이거 아는 분? ㅎㅎ

 - 그러고보니 무척 좋아하는 에일리언2도, 타이태닉도, T2도 전부 같은 감독...

 - T-1000을 연기한 배우 로버트 패트릭은 이 영화 이후 T-1000의 이미지가 너무 굳어져서 후속작이 없다던가..

 ...아무튼, 키만 커진 뚱땡이는 20년전처럼 울진 않았지만 여전히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던 IT-101의 마지막 모습에 콧날을 시큰거리며 스탭롤을 다 보고 나왔더랬다. 에일리언2는 이런거 안해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