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2014.7.21

이야기2014.07.21 21:29
 아직 여름은 아니야. ...라는 생각을 했던게 불과 얼마전이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해가 짧아지는 것 같은 어이없는 착각마저 드는 무더위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에어컨 바람이 닿는 팔뚝과 몸 일부만 시원한 차에서 내리니, 땀이 마르면서 큼지막한 엉덩이가 다 시원하다. 뒷좌석에 던져놓은 가방과 상대적으로 조심히 던져놓은 작은 장바구니를 꺼내고, 차문을 닫는다. 

 비교적 일찍 퇴근한 월요일은, 주말에 남은 아쉬움이 퇴적된 듯한 피곤함과, 그래도 저녁시간이 기다린다는 가벼움이 함께 한다. 꾸역꾸역 계단을 올라 아파트 문을 열자, 퇴근하면서 차문을 막 열었을 때 같은 무더운 공기가 바람이 되어 얼굴에 날아든다. 창문을 다 열고, 선풍기를 켜고 셔츠와 양말을 벗어 빨래통에 던진다. 월요일의 빨래통은 어지간하면 텅 비어 있는 탓에 바닥에 처박히는 땀내나는 셔츠가 밑바닥까지 가라앉는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며 밥솥을 열자, 제법 말라붙었지만 그럭저럭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밥이 반그릇 정도 남아있다. 후식으로 먹을 아이스크림도 사왔으니, 저 밥과 대충 남은 밑반찬으로 저녁을 해결할까 하다 뭔가 아쉬움이 남아 찬장을 열어본다. 지난주에 충동구매했던 3분 데리야끼 치킨이 살포시 자태를 뽐낸다. 오케이. 오늘 저녁은 호사스럽게 3분 치킨이다.

 사실, 아까 차문을 열었을 때 뿜어져 나오던 열기를 맞으며 시원한 치맥을 떠올렸더랬다. 언능 집에 가서 오랫만에 치킨을 시키고, 치킨을 기다리며 찬물로 샤워를 하고, 냉장고에 남아있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면 정말 인생의 쾌락이 바로 거기있겠다... 싶었더랬다.

 하지만 뭐...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게 있던가, 불쌍한 우리 색시는 야근이 확정되어 먼저 집에 가 있으라는 연락을 해왔다.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언제나 내게 필요한 건 강인한 마음. 그렇다면 집에 일찍가서 우럭서방 놀이라도 할까 하는 마음으로 차를 몰고 오는 길에 동네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해서 3분 데리야끼 치킨을 발견했다..는 이야기 되겠다.

 치느님과 시원한 맥주는 조금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지만, 착한 서방 코스프레 놀이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아이폰의 볼륨을 높여 음악을 들으며 후다닥 해치운 저녁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면서, 이걸 해치우고 나면 오랫만에 평일 저녁의 건프라라도 즐겨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는... 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들기며 지난 한시간 가량을 블로그에 떠들어본다. 이것은 포스팅강박증후군의 산물일까,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아닌 글을 써보고 싶다는 의지의 발현일까.

 그런건 사실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제 첫 날이 끝난, 무더울 것 같은 이번주 월요일의 저녁인 지금을 뭘 하며 즐겁게 지낼까 하는 고민이 남아 있을 뿐. ...빨래나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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