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때는 2016년 12월. 3번째 결혼기념일에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문득 생각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아무 생각없이 해리포터도 보고 바이오 해저드도 즐기자는 생각으로 오오사카 항공권과 호텔을 결제했더랬다. 그리고 여행 출발이 코앞으로 다가온 2017년 2월 하순, 익스프레스 티켓을 검색해보니 비용이 예상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결국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언젠가 먼훗날로 미루고, 그 비용으로 맛있는 걸 먹자는 닌텐도스위치를 지르자는 은밀한 미션을 품고 공항으로 향하게 된 것이었다..


1. 2017년 3월 03일, 20시.

  하루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설렁설렁 캐리어를 챙기기 시작했다. 겨울이 막 끝나고 날이 풀리는 시점이라, 아무래도 일본은 한국보다 따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작은 캐리어 하나만 들고 가기로 했다. 출장 짐을 챙기는 기분으로 내가 입을 속옷과 티를 소량 챙기고, 퇴근이 늦어지는 아내의 기본적인 짐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약간 챙겼다. 여권과 국제면허증을 찾아 늘 들고 다니는 작은 가방에 넣었다. 2박3일의 짧은 일정이니 뭐가 많이 생기지는 않겠지.


 2. 2017년 3월 04일, 02시 07분

...아내가 돌아오지 않는다. 비행기 이륙시간이 08시 30분이라 6시 반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잘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정도 밖에 없는 것 같다. 아내는 한시간 정도면 퇴근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잡는 야근을 강요하는 헬조센에 욕이 한바가지 목구멍을 넘어오려고 하다가, 그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먼저 잠을 청하기로 했다.

3. 2017년 3월 04일, 05시 10분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아내를 일으켜 욕실로 들여보내고 여권을 다시 확인하다가, 국제면허증 쓸일이 뭐 있을까..하고 도로 꺼냈다. 참 바보같은 짓을 했다. 아무튼, 여행준비를 마치고 캐리어를 차에 떄려넣고 시계를 보니 06시.. 올레내비는 김!포!공항까지 28분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내가 가봐서 아는데 막히면 한시간이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한적한 국제선 주차장에 차를 대고, 늘 하는 데이터무제한 로밍을 신청했다. ...기억이 안나는데, 과거에 일본가면 그냥 데이터무제한 (하루 1만1처넌)이 되도록 해놨다고 한다.... 2층 출국장에서 아시아나 티켓을 끊고는 멀리가기 귀찮아서 땅콩항공 기계에서 대충 신청했다. 헷갈려서 땅콩항공 직원에게 물어보고, 기내에 보조빳떼리를 들고 타도 되냐고 물어보는 뻔뻔함을 과시했다. 마흔 다되어가는 한남충이 이렇게 뻔뻔합니다 여러분.



4. 2017년 3월 04일, 08시 30분 이후.

 출국장에서, 보안검색에 뭐가 걸렸다고 해서 확인해보니 아무생각없이 자동차열쇠에 매달아놨던 작은 스위스아미나이프가 흉기로 인식되어, 공항 직원에게 선물로 주고(그러나 버려진듯)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예전에 본 기억이 없는 면세점에서 아이스와인과 후배에게 줄 낙지젓을 하나 사고, 졸음과 싸우다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작고 아담한 종류였는데, 기내에 거의 없는 어린이가 내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디스 이즈 쏘 테러블... 결국 어린이는 비행기를 독수리요새로 착각했는지 1시간 40분 남짓한 비행시간 내내 비명과 웃음을 번갈아 시전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기내영화로 럭키를 골라 해드폰으로 귀를 막고, 별 감동없는 소고기덮밥을 먹고 나니 비행기가 간사이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었다.


5. 2017년 3월 04일, 간사이국제공항-남바-도톰보리

 함께 여행계획을 짠 친구 부부와 공항에서 만나, 언제봐도 패닉을 유발하는 전철 노선도 앞에서 표를 샀다. 래피드는 좀 오버 같아서 매번 타는 난카이를 타고 남바에 도착하니, 캬- 관광객이 된 기분! 일단은 정말 먹고 싶던 이찌란을 목표지점으로 잡고, 남바역의 코인로커에 캐리어를 넣으려... 했으나 코인로커빨을 못받고 결국 저녁때까지 캐리어를 끌고 다니게 되었다...



 아무튼, 언젠가 지나갔던 길을 더듬어 남바에서 신사이바시 방향으로 올라가 글리코 간판앞에서 사진도 찍고, 이찌란에서 무사히 라멘을 먹을 수 있었다. 주문은 역시 기억을 더듬어 반숙영웅달걀을 추가한 진함-기본-대파-소스2배-보통면으로. 라멘을 다 먹고 나와서 여기서부터는 서로 원하는 쇼핑을 위해 남자덕질팀과 여자오샤레팀으로 나눠지기로 했다....


6. 2017년 3월 04일, 스위치를 쫓는 모험. (빅카메라-수퍼포테이토-아-츠-오타로드 등등)

 프리미엄 1만엔에 눈탱이 되팔렘매장에서 아무튼 스위치를 구할 수 있었다. 사실 비밀미션이라고는 하나 생일선물로 구두결재를 득한 부분이라 사면 사는 거고 없으면 마는거고..하는 생각이었는데, 처음 들렀던 빅카메라에서 혹시 재고 없냐는 물음에 대답한 여직원의  엄근진단호한 '엄서' 라는 답변에 근성 스위치가 켜진지라... 


덴덴타운을 헤매돌다 얻어걸린 매장에서 아무튼 구할 수 있었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물어본 시점에서 재고가 2개 남아있었고, 내 바로 앞에서 컬러 버전을 구해간 대만 관광객들 3명을 바라보며 애간장이 탔던지라, 구다사이!!을 소리높여 외칠 수 밖에... 그렇게 스위치를 집어들고, 키즈랜드 등의 하비 매장들을 둘러보다, 다리가 너덜너덜해짐을 느끼며 세계인이 사랑하는 맥도날드에서 다리를 쉬었다. 햄버거집이라기보다 카페처럼 앉아있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앉아, 도쿄의 동생에게 스위치 액세서리 구매에 대한 조언을 듣고, 저녁에 만나기로 한 후배군과 장소와 시간을 확인하며 다리를 쉬다, 우메다 요도바시를 목표로 다시 남바로 이동했다.



7.2017년 3월 04일, 16시 이후 우메다 부근

 오오사카를 몇 번인가 방문했었지만, 내게 있어 오오사카는 교세라돔, 덴덴타운, 우메다 요도바시가 최고의 핫스팟이었다. 지금은 오키나와로 본부를 옮긴 지인 부부와 함께 스시를 먹으러 간 적도 있긴 하지만, 우메다는 요도바시 카메라를 가기 위해 가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튼 그런 우메다의 존재의의 요도바시 카메라를 가기 위해 역에 내리니, 드디어 빈 코인로커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 종일 운동을 강요당했던 캐리어를 코인로커에 쑤셔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요도바시 카메라를 향했다. 지하 2층에서 거대한 가샤퐁코너를 음미하다 야심차게 도전한 란마 가샤에 농락당하고 (300엔, 3회도전, 남자란마-겐마-겐마)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게임코너로 향했다. 동생의 조언을 되새기며 몇 개의 액세서리와 소프트를 지르고, 후배군과 여자팀을 햅 파이브 앞에서 만나 규카츠를 먹으러 갔다. 


최근 한국에도 들어왔다는 승우-가쓰규였는데, 시간이 살짝 늦은 탓인지 가게가 한가해서 어글리 코리안의 시끄러움을 뽐내며 느긋한 식사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어느날 갑자기 일본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 후배 노R뎅군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며 가볍게 술잔을 기울이다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 다시 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언제 다시 볼지는 모르겠지만, 또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일 자리를 만들 수 있길 바라며 각자 떠날 방향으로 향했다.


8.2017년 3월 04일, 심야. 호텔 타워 발리 덴노지

 예약한 숙소는 덴노지역 부근의 호텔 타워 발리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반응이 괜찮았던 곳이었는데, 입구를 들어서면 느껴지는 발리냄새와 자잘하지만 풍부한 무료제공품, 인테리어와 자잘한 편의시설이 맘에 드는 곳이었다.



 다만 객실이 작다는 불만은 인터넷의 평가가 그대로 전해졌달까... 객실에 짐을 풀고, 일본여행의 밤은 역시 콤비니라는 격언을 떠올리며 호텔 앞의 편의점을 찾아가 맥주와 군것질거리를 샀다. 친구 부부와 함께 객실에서 맥주를 마시고 다음날 일정을 이야기하며 일본 여행 첫날의 감상을 나누다 다소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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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서울의 번화가라면 어지간하면 눈에 띌 콩다방, 별다방 등등의 커피전문점들이건만, 세계 최고의 커피맛이라고 우기는 스타벅스를 남바에서 찾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결국 남바역과 연결되어 있는 PARKS 빌딩 안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아내어 그리로 돌격했더랬다.
  열심히 걸어간 끝에 발견한 스타벅스는 아쉽게도 사람이 너무 많아 앉을 수가 없었다. 뭐 사실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면 야외 테이블에서 오들오들 떨며 사쿠라 스티머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었겠지만 기왕 일본까지 왔는데 스타벅스보다는 일본의 무언가를 먹어보자는 의견에 한정판 텀블러만 하나 구입하고 다시 발길을 옮겼다. 결국 일행이 자리를 잡은 곳은 PARKS 건물 밖의 남바역 거리에 위치한 SUN EVER(순애보) 커피.
 커피 한 잔과 디저트로 숨을 고르고, 이제 라이브짐 2연패 도전을 노리는 3명과 오덕한 오후를 보내고 싶은 2인으로 일행이 갈라졌더랬다. 나중에 후일담에 의하면, 3명 중에서 티켓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한 명 뿐이었고 다른 두 명은 현장에서 구할 각오로 도전했는데, 한 장에 1만 5천엔을 주고 결국 티켓을 구해 공연을 즐겼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1만 3천엔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지라 사전에 입수한 가격 정보를 보고 포기했었지만 한 번 더 보고 온 사람들이 부러울 뿐.
 그렇게 3명이 어둠의 상인 아저씨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무렵, 나와 또 한 명의 동료는 남바역에서 숙소로 오는 길을 되짚어 오며 덴덴타운을 헤집고 다녔더랬다. 특촬 캐릭터 샵, 만화 캐릭터샵, 프라모델샵, 취미용품샵, 게임샵 등등.. 함께 다닌 동료가 지름신을 잘 자제하는 특기를 지닌 탓에 눈요기와 무엇을 지를지 마음속으로 결정하면서 덴덴타운을 돌파하고는 숙소에 가방을 내려놓고 첫날 저녁을 함께 했던 오사카의 지인 부부와 만날 약속을 잡고 우메다 요도바시로 향했다. 그러던 중에 아주 조금의 시간이 남아, 신사이바시 나이키점 찾기 타임어택에도 도전하고 말이지.
 사진에는 없지만 대략 이쯤..?이라는 개념만으로 나이키 신사이바시점을 찾는데 성공해서는 동행의 나이키 홀릭을 흐뭇하게 지켜보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약속장소인 우메다로 향했다. 우메다하면 우메다 3대 명물 중 하나인 요도바시를 가야 하지 않겠는가...(뭐 임마?) 약속 시간이 아주 쬐끔 남은 시점에서 지름목록에 있던 건프라들을 구매하면서 이번에 결국 오도바시 골드 포인트 카드를 질러버렸더랬다. 담번에 일본 갈 때 포인트루다가 그냥.. 단시간에 건프라 지름을 마치고 요도바시 1층에서 지인 부부와 합류에 성공하고, 지인들의 차를 타고 어딘지 모를 동네로 향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소개받은 곳은 회전초밥집으로, 한 접시에 100엔씩인 초밥집이었다. 그러나 일부러 좀 떨어진 곳까지 데리고 가 줄 정도로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 했으나 도톰보리의 타베호다이 류구테이와는 확실히 생선의 질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홋카이도에서 먹어보고 반했던 연어의 맛을 실로 오랫만에 다시 느껴본 것은 행복이라는 말 밖에는 따로 뭐 할 말이... 여기서 초밥을 먹으며 처음으로 다음번에도 오사카를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기 일본여행 계획을 그리는 나를 발견했더랬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맥도널드에서 커피로 입가심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지인 부부의 차로 숙소인 통천각까지 배웅을 받았더랬다. 답례로 다음 번에 한국에 올 때는 또 새로운 맛집을 찾아내어 두겠다는 약속과 함께 지인 부부와 서울에서 만나기로 하고 이별을 고했다.

 숙소로 돌아오자 이윽고 라이브짐 2연패를 달성한 일행이 만족감에 젖어 합류하게 되었다. 원래 이 날의 마지막 계획은 라이브짐의 감동을 안은채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가라오케를 가는 것이었으나 피곤에 지친 멤버들이 있어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으로 대신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첫 날은 일본도 이제 좀 지겹구나... 하던 느낌이었지만 막상 다음날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010년 2월 일본여행 #5 2월 28일 - 복귀 로. 이번 주말에 마무리하고 독일출장기도 좀 올려봐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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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yakO 2010.03.14 04:50 신고

    아 역시 남의 왜국여행기는 강렬한 출국욕구를 불러일으킵니다 하앍하앍

  • AyakO 2010.03.15 02:48 신고

    첫 6개월간은 일단 안 되고 그 이후에는 적당히 된다는 것 같은데 사실 어디 떨어지냐에 많이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원칙적으로는 횟수제한이 있는데 강원도에서 3년 있던 한의사 친구는 그냥 주말 여행 같은 건 조용히 다녀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일단 30년만에 처음으로 복수여권(!)을 만들 수는 있게 되었습니다

    • 아.. 미필일 경우에는 단수여권 뿐이었나요? 군대도 그렇지만 공보의도 복불복이군요.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 전 일본을 지금까지 4차례 다녀왔지만 뭔가 먹을거에 돈을 쓴적이 없었던 것 같음 (ㄱ- 4차례 다 주된 목적 하나에 치중되다보니..) 그래서 먹을 거에 대해 큰 기억은 없는 편;

    • 난 라이브짐 2번씩은 안보다보니(이번에는 좀 노렸었지만) 상대적으로.. 그리고 기껏 외국 나갔는데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싶긔

 아침에 눈을 떠보니 다행히 두통은 가라앉아 있었다. 딱히 상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전날의 여독과 오코노미야키의 반주였던 맥주, 그리고 두통이 어우러져 잠은 상당히 오랜 시간 푹 잤더랬다. 혼자만 취침시간이 유독 빨랐던 터라 두 명의 일행이 아직 자고 있던 터라 시끄럽지 않고 시간도 때울 수 있는 나의 벗 PSP를 켜고 토키메모4를 달렸다. 결국 토키메모4 나나카와 루이(=루이루이)엔딩인 일본에서 보았고. 그렇게 어느 정도 게임을 하고 있자니 일행들도 눈을 떠, 이 날 정오 경 합류하기로 한 또 다른 두 명의 멤버를 기다리며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일본의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요시노야(개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덴덴타운을 살짝 둘러보며 덕력을 과시하다가, 이 날 있었던 2010년 상반기 최대의 이슈일지도 모르는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프리 경기를 보며 일행을 기다렸다. 다행히 김연아 선수의 경기 전에 이숙희씨(가명)가 도착하여 함께 김연아 선수의 완벽한 연기를 감상하고, 뒤이은 아사다 마오 선수의 패배를 지켜보다 이 날의 최대 이슈이자 이번 여행의 최대 목적이었던 오사카돔(교세라돔)으로 향하기로 했다. 비가 질척질척 내리던 날씨 탓에 다소 우울한 기분을 안고, 덴덴타운을 돌파하여 남바역으로 갔다. 기왕지사 온 일본 여행이니 맛난 것도 먹어보기 위해서는 번화가인 남바역 부근을 가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남바역에 막상 도착하자, 어디서 뭘 먹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호르몬 야끼, 중화요리, 라멘야 등등 일본 느낌이 물씬나는 가게들은 잔뜩 있었지만 도대체 어디서 먹어야 후회를 안 할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결국 남바역 부근을 한바퀴 돌고 나서 내린 선택은 일본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라멘이었다.(아니라니까...)
 정오의 정식인지 풍미당인지 정확히 모르겠는 라멘야는 나중에 지인 오쿠다씨 부부에게 물어보니 꽤 맛있는 라면 체인이라고 하더라. 적당히 골라 들어간 가게치고는 상당히 맛이 좋았고, 다음날 여길 지날때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라기도 했었고. 라멘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근처의 북오프에서 음반과 책을 둘러보다가 슬슬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연장인 고세라돔(=오사카돔)으로 향했다. 전에 듣기로는 긴테츠 노선이 새로 생겨서 그걸 타면 금방 도착한다고 들었는데, 결국 한신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거리는 예전에 갔을 때의 기억과 비교해서 정말 짧았던 느낌이라 놀랬더랬다. 기억이란건 원래 정확하지 않은 법이니까.(젠장)
 비오는 교세라돔 앞은 평일 공연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많이 한산했다. 굿즈의 퀄리티를 보고 지르자는 생각으로 별 느낌없이 굿즈 매대를 찾았다가, 공연 타이틀인 MAGIC 처럼 좋아진 굿즈의 질을 보고는 생각 이상으로 굿즈와 가챠가챠를 질렀더랬다. 굿즈들은 모두 마음에 들었고, 평소 운과는 달리 가챠가챠의 결과도 제법 좋아서 만족스러운 굿즈 쇼핑을 할 수 있었다. 비가 오는 평일이라 사람들이 예전처럼 어마어마하게 많지 않아서 좋았지만 비 때문에 마땅히 어디 갈 만한 곳이 없기도 했더랬다. 전에 왔을 때 분명 있었던 거대한 오락실이 있던 건물이 통째로 사라지고 재개발 중이었던 탓에 결국 일행과 함께 돔 안에 있는 식당에서 맥주와 음료를 마시고 굿즈를 정리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전화기에 이상이 생겨 일행 한 명과 뒤늦게 합류하고, 또 다른 일행 한 명은 계획에 차질이 생겨 예상 이하의 가격으로 남아버린 티켓 한 장을 매각하는 등의 에피소드는 있었지만, 공연은... B'z의 공연이 늘 그렇듯 최고의 공연을 갱신한 느낌이었다. 연주에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곡을 모두 숙지하지 못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의 내용에는 감탄과 감동만이 넘쳤더랬다. 다만 낮에 마신 맥주탓인지 공연 시작 후 잠시 두통이 심해서 공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달까...

 공연을 다 보고 돔을 나오자 낮에는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어느정도 빠지기를 기다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오다가, 전날 먹었던 오코노미야키에 대한 강렬한 욕구를 감추지 못한 일행 한 명과 함께 남바역을 걸었지만, 도착한 시각이 11시를 살짝 넘긴 시간이라 폼포코테이는 가게를 정리하고 있었다... 결국 덴덴타운 중간에 있던 도시락가게에서 각자 원하는 도시락을 사서, 숙소에 돌아와 젖은 옷을 갈아입고 맥주와 함께 먹었더랬다. 공연이 워낙 좋았기에 몸은 피곤했지만 늦게까지 담소를 나눴고, 다음날 죽어도 공연을 볼 3명과 고베를 갈까말까 고민하는 2명은 각자 생각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 #3 2월 27일로 이어짐. 이날 저녁 두통 때문에 몸에 큰 이상이 있나 고민했더랬다. ....이상은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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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2월은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만큼 여러가지 일이 있던 한 달이었다. 사실 앞뒤를 생각하면 반납하고 싶은 휴가였지만... 이미 1월에 비행기와 숙박의 예약을 모두 마친 상태였던지라 어쩔 도리 없이 여행길에 올랐더랬다. 일단 떠나고 나서는 개운하게 다녀오긴 했지만. 아무튼 이번 목적은 B'z의 공연과 함께 오랫만의 오사카 유람 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덴덴타운과 남바의 지리만 익히고 끝나지 않았나 싶다. 어쩌다보니 사진도 별로 못 찍었고 말이지... 아무튼, 까먹기 전에 일단 적어본다. ...독일 출장기도 적어야 할 것 같긴 한데;;
 오사카. 내 첫번째 일본 여행지이자, 울풀즈(=우루후루즈)의 오사카 스토랏토 때문에 깊게 관심가진 도시이자, B'z의 공연을 두 번 본 곳. 오사카가 목적지였던 걸로 치면 3번째이고 잠시 들러갔던 걸 합치면 4번째이지만, 도무지 오사카에 대한 기억이라곤 덴덴타운-남바-신이마미야-오사카돔(교세라돔) 밖에 없던지라 7년전에 갔던 교토 이외에 고베나 다른 오사카 동네를 가보고 싶었더랬다.

 예약은 B'z 콘서트 여행때마다 수고해 주는 든든한 후배이자 B'z 팬카페 운영자인 이숙희군(가명, 20대 중반)이 섭외한 민박으로 숙소를, 항공편은 최근 만족도가 높다는 제주항공으로 선택해 보았다. 숙박은 1박에 3천엔이 넘는 금액이었는데, 5인 3박4일로 에약을 했더니 추가 할인이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 처음 타 본 제주항공은, 워낙 아무것도 없다는 소문이 파다했던지라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딱 돈 준만큼만 해준다는 느낌 외에, 크루들의 친절함이 재미있었고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만은 아니었기에 만족스러웠다 하겠다. 사실 한시간 반 꼴랑 날아가면서 40만원 넘는 돈을 무는게 좀 억울했긴 했거덩. 기내식이 매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영화도 한 편 다 못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개인차야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웠던 비행이었다.
 신이마미야역은 워낙 유명한데다, 7년전 처음 왔을 때 숙소를 잡았던 곳이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더랬다. 대략 방향은 맞아서 경찰에게 길을 한 번 물어보고 대략 찾아갈 수 있었지만, 그때의 기억에는 전혀 없는 홈리스 냄새 가득한 공기가 불쾌했더랬다. 홈리스 공기가 대기를 가득 채워, 동물원 앞 역 부근에 올때까지 계속되는 그 냄새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렇게 제법 되는 거리를 걸어 숙소에 도착해 보니, 통천각이 바로 보이는 곳이었다. 나름 술마시고 놀기에는 좋아보이는 동네였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덴덴타운과의 접근성이 좋아서 꽤 잘 골랐다고 감탄했었더랬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WGF의 YUNO형님의 소개로 알게 된 오사카의 지인과 연락을 취하여,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하고 잠시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먼저 도착해서 주변 관광을 하고 온 일행과도 무사히 합류하여, 이 다음날 있었던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 선수의 대결을 집중 조명하는 TV를 잠시 보다가, 약속 시간이 되어 통천각 아래로 향했다. 오랫만에 만난 지인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소개를 받아 남바역 부근에 위치한 오코노미이키 가게 폼포코테이로 향했다. 덴덴타운을 온전히 관통해 나가야 하는 관계로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지만-그리고 오사카 체류기간 내내 이 길을 걸어서 왕복했더랬다-여럿이서 이야기를 나누며 가니 금방이라고 느꼈더랬다. 요리의 맛도 상당히 좋았고, 일행 전원이 일본어가 가능했기에 전혀 무리없이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고, 갔던 길을 되돌아 오던 중간에 전세계인의 주식(..) 마꾸도에 들러 차를 마시며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숙소로 돌아왔다.
 일행들과 맥주라도 한 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오코노미야키를 다 먹어갈 때 쯤부터 편두통이 엄습해오길래 11시가 조금 지나 잠자리에 들었더랬다. 첫날은 일행이 모두 모이지 않아 3명뿐이었던 관계로 분위기가 썰렁해 질 것 같아 미안했지만, 두통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던 차에 지인 부부가 건네준 비상약을 먹고 나니 잠을 이기기 힘들어 그대로 잠들었더랬다. 다음날은 콘서트, 그리고도 이틀의 여유가 있어 여유만만할 것 같았던 첫날은 두통과 함께 저물어 갔다.

 - #2 2월 26일로 이어짐. 사실 이 날만 해도 일본은 이제 질린다.. 싶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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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존도 2010.03.07 23:11 신고

    2편도 빨리 하야꾸 하야꾸

    26일엔 뭔 일 있었나염?

  • AyakO 2010.03.08 04:10 신고

    아 부럽습니다. 자유로운 회화.
    그나저나 밑에서 3번째 사진창의 3번째 사진(남바의 오코노미야키집으로 이동...) 우측 인물이 희준님처럼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