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익숙한 혼웹박스오픈하면 보이는 간단매뉴얼또 다른 자판기 설명서

카드다스 3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것은 베스트셀렉션만이 아니라, 그걸 뽑으면서 놀 수 있는 미니자판기도 있었다. 실제로 돌려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어필하겠지만, 그런 추억이 없는 사람들에겐 이런 플라스틱통을 팔아먹다니...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런 물건일 수도 있겠다. 물론 나는, 중딩시절 연천초등학교 밑에서 교복을 입고 아침마다 열장씩 뽑아대던 정신나간 중딩이었기 때문에 이건 반드시 사야한다고 생각했던.. 그런 아이템이라 하겠다.

혼웹 박스에서 꺼낸 웅장한 자태박스 옆면을 구경해봅시다.다른 면

박스를 열어봅시다박스를 막 연 모습박스에서 막 꺼낸 모습

카드다스 자판기는 국내에는 카드모음 100이라는 이름으로 대원미디어에서 발매했던 걸로 기억한다. 다만, SD건담 카드다스는 하나도 없었고 드래곤볼, 드래곤볼Z, 드래곤볼Z 슈퍼배틀, 스트리트 파이터2 시리즈, 슬램덩크 정도만 대원미디어의 정품으로 발매되었고, 가격도 1장에 백원이라는 당시 기준으로도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 카드모음 100(다들 그냥 드래곤볼 카드라고 불렀지만)은 상당히 히트를 쳤고, 금방 '종이마을'이라는 메이커에서 종이봉투에 담긴 100원에 3장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스트리트 파이터2' 카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아랑전설2, 사무라이 스피리츠(사무라이 12전사라는 이름으로..), 용호의 권 같은 게임을 기반으로 한 카드들과, 아벨탐험대, GI유격대, 신SD건담 지상최강편 파트1, SD건담 외전 성기병 이야기 등 매우 다양한 일본 카드다스의 불법복제판 카드들이 쏟아져 나왔었다. 그러나 결국 그것도 94~95년을 기점으로 붐이 식고, 드래곤볼Z 마인부우편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대원도 카드모음100 사업을 철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창기버전을 재현한 관계로 카드다스 20스티커. 그리고 테스트카드.박스에 잠들어있던 여분 국산 카드들을 소환해왔다. 국산카드는 사용할 수 없었다...

내가 봤던 마지막 카드모음 100이었던 드래곤볼 마인부우편은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언덕 아래의 문방구에도 들어와서 꾸역꾸역 뽑았었지만, 결국 어느 순간 그 자판기도 사라졌고 내 주위에선 이 취미를 가진 사람도, 인터넷도 없던 당시 결국 흐지부지 접어버렸던 그런 기억이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년 쯤 지난 오늘, 작아진 자판기 장난감을 손에 쥐고 감격해 하는 내가 있다.

30주년 기념판 시트를 넣었다

 작동여부를 확인하고자, 사진에 보이는 20년 넘은 카드들을 넣고 테스트해보았으나 잘 나오지 않았다.보이지 않는 세월이 카드에 묻어서 뭔가 작동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는데, 한 장만 넣고 돌리면 그건 또 잘 나오니 뭔가 마찰력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고.

 당연히, 테스트용 빈 카드와, 요 앞 포스팅에 있는 베스트셀렉션 카드는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100원짜리 한 장으로 뽑는 대신 10엔 동전 2개로 드륵드륵 돌려 뽑는 재미가 내겐 아주 각별한 것이었다.

 허구헌날 추억추억하면서 과거의 것에 매달려 살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느낌좋게 지금 세상에 나와주면 기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은평구 어느 중학교와 어느 고등학교를 다니며 오락실과 문방구와 게임샵을 기웃거리던 뚱땡이는 이제 대머리 아저씨가 되었지만, 오래된 종이쪼가리와 그걸 새로 만든 종이쪼가리, 그리고 그걸 20여년전에 용돈을 쪼개어 뽑아대던 추억을 곱씹으며 드륵드륵 돌리는 이 장난감은 마냥 행복하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흐뭇함이라 하겠다. 

 얼마전 우연히 밤길을 달려 돌아본 옛동네에는 이제 문방구도 오락실도 사라졌지만, 기억속에서 나는 언제나 프리즘카드를 바라며 드륵드륵 돌리고 있겠지...

Comment +2

  • JK 2018.09.14 08:46 신고

    크아 이런 게 나오다니 -0-
    거금 투자의 두려움, 손잡이를 돌리는 손맛과 프리즘의 희열, 중복 카드의 좌절....
    저는 92년도에 진짜 열심히 돌렸었네요.
    딱히 수집이란 개념을 갖고 뽑았던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는 오늘날까지 이것저것 모으게 만든 그런 추억의 아이템이랄까...

    • 이거 드래곤볼 카드도 베스트셀렉션이라는 프리즘 모음집이 나오고.. 난리도 아님.. 개인적으로 올해 최고의 아이템..인 듯 ㅎㅎ

 2017년 8월 프리미엄 반다이에서 예약 접수를 시작했던 기동전사 건담 MOBILE SUIT ENSEMBLE EX04 운드워트&댄디라이언2 세트. 기니까 EX04로. 어드밴스 오브 제타 라는, 잡지 기획으로 시작된 시리즈인데다 막나가는 오버 테크놀로지와 설정상 거대한 해당 기체들의 크기 등 입체물로는 만나보기 쉽지 않은 시리즈였다. 그래도 초반 주역기체 헤이즐 시리즈는 HG건프라로 발매되었지만 후반 주역기체 운드워트의 경우 가샤퐁전사 NEXT, NEO 정도로만 소수 발매된지라 설정의 매력에 빠진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2017년에 들어 앙상블 04 라인업으로 등장한다는 소식이 들여오고 얼마지나지 않아 이 EX04 라는 커다란 한정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설명서 앞면.설명서 뒷면


 조립설명서는 앙상블 시리즈 답게 완전 분해조립하는 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부품구성도에는 번호가 붙어있지만 실제 런너나 부품에는 번호가 적혀있지 않아, 그림과 실제 부품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만들필요가 있었다. 덕분에 만들고 사진찍고 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려버리기도 했다.


 1. 운드워트


 앙상블 04 라인업의 하나로 발매되었던 운드워트가 한 대 그대로 들어있다. 다만, 오른손 무장의 포신이 더 길고, 남색 부분이 도색되어 있는 것이 차이점. 프론트 스커트가 없는 디자인이지만 다리 상박이 크고 아름다운데다 각 관절 디자인 특성상 전체적으로 가동범위가 넓지 않은 것이 아쉬운 부분. 하지만 앙상블이 가동범위가 넓은 것을 내세우는 시리즈도 아니고 가샤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꽤 괜찮은 것 아닌가 싶기도.


2. 흐루도도(흐루두두)2

 헤이즐의 지원기로 프림로즈와 흐루두두가 있다면, 운드워트에게는 흐루도도가 있다. 그래서 합체한 기체도 헤이즐 라에 이은 운드워트 라가 된다고. 앙상블 컨셉 자체가 분해 조립을 통한 무장 재현과 덕지덕지함이라, 아주 잘 어울리는 컨셉이긴 하지만 흐루두두2의 경우는 좀 형태가 아쉬운 느낌이 있다.


3. 운드워트 라

흐루두두2와 합체한 운드워트 라. 슬슬 추가된 부품들을 절반 넘게 사용하는 느낌인데, 어깨와 다리에 부품이 추가되어 볼륨이 늘어난 덕분에 EX04에서 변경된 무장 포신이 적당해 보이는 것이 좋다.


4. 운드워트 라2


 운드워트 라의 일부 부품 위치를 바꾸고 일부 부품을 변경하여 완성하는 형태. 라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어께에 추가되는 긴 부품 탓에 인생이 많이 달라 보이긴 한다. 그리고 이 형태에서 무장을 추가하고 부품 위치를 바꿔서 댄디라이언2로 합체한다.


5. 댄디라이언

 마라사이의 AOZ 버전 배리에이션 기체 로제트의 대기권 돌입용 지원기체로 알고 있는데, 이 댄디라이언의 파츠를 재활용하여 운드워트에게 장착하여 댄디라이언2가 되는 설정이라고. 그래서 이 EX04가 등장하게 된 듯....


운드워트 라2와 댄디라이언이 만나서합체 준비를 합니다.


6. 댄디라이언2

 EX04가 발매된 존재의 이유, 댄디라이언2. 위에 만들었던 댄디라이언을 완전 분해 조립하여 재조립하는 구성이지만, 완성된 형태는 견고하고 그럴 듯 하다. 특히 가샤퐁으로 발매된 소체의 추가 확장파츠를 큰 볼륨으로 재현한 것이 감동적이고, 앙상블 EX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라인업이라고 아니할 수 없겠다. 가동 범위라고 할 만한 건 거의 없지만, 각종 조인트를 활용하여 자기 나름의 재조립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니 좀 지나면 웹상에 개인 작례들이 올라올 것 같기도 하고.


 AOZ라는 설정도 나온지 세월이 꽤 흘렀지만, 헤이즐과 흐라이루를 제외하면 입체물을 만나보기 힘든 기체들이 설정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 운드워트에 이어 댄디라이언, 댄디라이언2까지 포함된 대형 한정판이 나온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앙상블이라는 덕지덕지 라인업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또 이런 참신하고 대담한 시도의 한정판도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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