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연휴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 복귀한 화창한 화요일. 아침 8시에 느즈막히 눈을 떴다. 평소 같으면 회사에 거의 도착해 가면서 마을 버스가 제 시간에 오기를 기도하고 있을 즈음의 시간이지만, 오늘 아침은 여유가 넘친다. 강제로 전원이 휴가를 하루 사용해서 쉬기로 정한 날이기 때문에. 연차에서 하루가 까지는 걸 생각하면 좀 속이 쓰리지만, 그래도 어쩐지 공짜로 얻은 하루라는 생각에 흐뭇한 아침이었다.

던져뒀던 프습을 집어들고 지제네를 하며 멍한 머리를 깨우고, 클박에 올라온 울트라맨 뫼비우스 44화를 다운받아 본다. 지제네는 이제 턴에이 시나리오의 마지막화의 총 출격을 행하고 있으니 대략 2주 정도면 시드 데스티니까지 제대로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뒤에는 아마도 수퍼로봇대전W를 달리게 되겠지. 30분 정도 지제네 노가다를 마치고 다운이 종료된 뫼비우스 44화를 돌린다. 전화에서 야플의 습격 탓에 핀치에 몰린 뫼비우스는 가혹한 싸움을 계속하고, 달의 GUYS 대원들은 울트라맨 에이스가 지원하여 무사히 위기를 탈출한다. 에이스의 전투가 좀 방정맞은 느낌이 있지만, 달로 돌아간 뒤 20년만에 재등장한 유코대원의 모습은 올드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리라. 내겐 이렇게 머리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정보이긴 하지만서두.

울트라맨 감상을 마치고, 대략적인 계획에 따라 외출 준비를 한다. 광화문의 영풍문고와 신촌의 스카이모형에 들러 전격 플스와 SD건담을 사고, 갈현동 사장님께 들러 오랫만에 인사를 드리고 아버지가 쓰실 광마우스를 사서 집에 돌아온다. 친구녀석의 차를 타고 한적하지만은 않은 서울 시내를 차로 휘적휘적 마음편히 쏘다니는 기분은 가히 나쁘지 않았다.

스모그가 느껴질만큼 맑은 날씨와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포근한 공기, 점심시간을 지났던 탓에 분주하게 사무실로 돌아가는 교보빌딩 부근의 샐러리맨들. 나도 당장 내일이면 그 일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데도 한가로운 공기에 취해 그저 좋기만 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일상에서 다시 싸움을 시작한 선배들과의 문자 메세지를 나누며, 살짝 열외하여 대열을 바라보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푸른 하늘이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평소라면 절대로 구경할 수 없을 광화문 우체국 부근의 분주한 공기와 한적함과 기대감이 뒤섞여 있던 신촌의 공기, 그리고 눈을 감으면 막바로 떠오를 듯한 내 한때의 나와바리 갈현동의 공기가 나를 한껏 여유롭게 했다. 돌아와서는 결국 건프라와 게임을 하며 오후를 소진해가는 중이고... 이제 이미 저녁이 되었지만, 백수가 된 듯한 여유가 가득한 오늘 오후가 마냥 즐거울 따름이다.

아아, 이제 슬슬 연휴의 흔적을 지우고, 현해탄 건너에서 다시 정주행을 시작한 동생 녀석의 의욕을 나눠 받아 이른 아침 속에 있을 내일을 준비할 차례다. 여유와 휴식은, 마치 준비태세 같다. 단독군장을 하고 총을 전투화 사이에 내려놓고 철모의 무게를 느끼며 사이렌을 기다리는 군바리같은. 이번 주말에는 꼭 서바이벌을 뛰어야지. 탕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