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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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미친 건지 꽃샘추위가 뭔지 보여주려는 건지, 눈발 날리는 날이 절반을 차지했던 한 주였다. 그러더니 토요일인 오늘은 비가 와서 남아있던 눈의 흔적을 말끔히 녹여버렸다. 그나마도 지금은 그쳐, 구름은 꾸역꾸역 끼어있지만 햇빛도 나고 있다. 비 그친 하늘은 상쾌하지만, 조금 남아있던 눈의 흔적이 사라진 것은 아쉽다.

그러고 보면 3월 초쯤에는 폭설이 내리는 날도 제법 있었던 것 같다. 심각할 때는 4월에도 그랬고, 어느 먼 과거에는 5월에 눈발이 날린 날이 있기도 했다. 어느 처녀가 그렇게 한을 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녹은뒤의 질척질척함과 더러움은 치워버리고, 나는 눈을 좋아한다. 비는 싫어하는 편이지만, 아직까지는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속을 우산없이 걷는 것을 좋아한다. 옷을 버려도 관계없는 상황에서라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지난 겨울 어느날에는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거리를 걸어보기도 했고, 그런 날들이 해마다 하루씩은 있으니 나름대로 보람찬 겨울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시골틱한 우리동네와 우리집을 3월에 내린 눈이 살짝 덮은 광경을 출근길에 똑딱이로 얼른 찍어보았다. 볼만한 풍경은 아니지만, 내 삶의 작은 LOG로 남겨보려고 작은 썰을 풀어보았다. 아직 꽃샘추위는 남아있다니 또 눈을 기대해 봄직하지만, 저 사진속의 눈은 이미 녹아버리고 없다. 뭐, 인생이 다 그런거지. 녹아내리고, 비가 되어 흐르고, 또 얼어 눈이 흐르고. 물의 상태변화와 기상변화... 그리고 사람의 변화와 내 인생의 변화.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인생이, 아직은 즐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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