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고토부키야 2008
휴케바인박서 런너

무릇 덕후라면 능히 가져야 할 몇 가지 덕목이 있을 것인데, 그 중 하나가 수집한 컬렉션을 잘 보관하는 것... 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쌓아놓기만 할 뿐, 이 보관을 잘 하는 것에는 영 재능이 없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린 컬렉션 들 중에 이 고토부키야의 프라모델 킷, 휴케바인 박서가 있다. 


중국에서 카피한 킷

런너도 모두 그대로

폴리캡만 수급하고 나머지는 처분..

내가 컬렉션을 망가뜨리는 방법(...) 중 가장 잦은 것 중 하나가 '수해'인데, 베란다, 창고 등등 다양하게 비를 맞혀서 컬렉션을 허무하게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다. 이 휴케바인 박서의 경우, 언젠가 기분 좋은 날 즐거이 만들 것을 기대하며 창고에 보관하던 중, 비를 많이 맞아 박스와 설명서를 모두 버리게 된 킷이있다. 런너와 봉투만 겨우 살려 이삿짐 박스에 넣어 10여년을 보관하던 도중, 방정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꺼내어 세척 후 이렇게 만들어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


휴케바인 mk3 소체

그라비톤 라이플도 있지만 생략

마이크로 미사일도 가동하지만 생략

조립감이야 고토부키야 킷 답게 매우 빡빡하고, 어지간한 손꾸락힘으로는 조립이 어려울 정도라서 중간중간 핀을 가공하면서 조립하였다. 가조립만으로 색분할이 살아있다거나, 일부 부분도색이 되어 있는 런너가 들어있다거나 하는 점은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2021년에 조립하기에는 번거로운 킷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휴케바인 mk3를 다 만들고 박서 런너를 꺼내 보니... 세척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폴리캡이 없는 것이었다....


박서 유닛 완성

의외로 이 상태로도 박력이 있다.

손, 발, 등짐을 떼고 휴케바인 합체 준비

2008년에 생산된 후 이런저런 문제로 다시는 재생산이 되지 않은 걸로 알려져 있는 고토부키야 오리지널 킷의 폴리캡은 구할 방법이 없어, 결국 알리를 뒤져 중국산 카피 킷을 알아보게 되었다. 초창기 고토부키야 킷의 폴리캡의 악몽을 걱정했지만, 일단 완성하고 보니 폴리캡의 퀄리티는 중국산이라고는 해도 쓸만한 것이었다. ...애초에 고토부키야 구판 킷의 플라스틱 질이라는 것이 반다이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추가지출까지 해가며 만들어 본 나름 전설의 킷, 휴케바인 박서에 대한 감상은... 고토부키야 킷이 줄 수 있는 최대 수준의 만족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반다이와는 설계 사상이 아예 다른 부품분할과 올드한 관절 구분 방식, 비효율적인 것 같지만 완성하고 나면 감탄이 나오는 색분할과 디테일, 그리고 아쉬운 가동범위. 2021년에 와서야 도색없이 가조립으로 완성하게 된 킷이지만, 충분히 그 매력을 즐길 수 있는 킷이었다. 반다이에서 스타일 좋은 사이바스터도 나와준 덕분에, 뭔가 내 안에서 슈퍼로봇대전에 대한 뽕이 조금씩 차오르기는 하는데... 과연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