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JTBC 라는 종편 방송사에서 만들어진 여러 걸작 예능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그 중 개인적으로 사랑했던 프로그램 중에 '크라임씬' 이라는 것이 있었다. 몇몇 예능인들이 고정으로 등장하고, 매주 게스트와 함께 롤플레잉을 곁들인 사건 현장 수사와 추리를 통하여 사건의 범인과 동기와 트릭 등을 찾아나가는 추리게임 방송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방탈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기 전 이 방송을 통해서 대리만족과 나름의 추리를 즐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는 그 포맷으로 다시 '크라임씬'이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다른 OTT 서비스의 '여고추리반' 등을 통하여 비슷한 포맷을 즐기고 있기는 하다.

책의 표지. 표지 자체가 수록된 사건 중의 하나 그 자체이다.

 이 책은, '당신은 사건 현장에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그 자체가 '크라임씬' 게임임을 보여주고 있다. 제목 옆에 노란색 작은 글씨로 '일러스트 한 장으로 즐기는 추리게임' 이라는 설명인지 부제인지 그런 문장이 붙어있는데, 메인 일러스트 한 장으로 사건현장을 보여주고, 추리에 필요한 근거가 부가적인 몇 개의 일러스트로 주어진다. 책에 수록된 사건은 총 12개의 CASE(사건)이며, 각 CASE 에 따라 사건현장일러스트와 각종 세부 일러스트 또는 증언이 주어지고 3개 가량의 단서와 상세 해설, 사건의 전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JTBC의 '크라임씬'이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는 구성이라 하겠다. 

대충 외국에서 히트친 추리게임책이다.. 뭐 그런 내용 되겠다. 저 그림도 수록된 사건 중 하나.

기본적으로는 추리게임책이지만,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당연히 별도의 메모용지와 펜, 스마트폰 또는 노트북이 필수적이다. 일부 케이스에는 스마트폰의 기능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인터넷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케이스들의 경우에는 책 앞에 둘러앉아 펜대를 굴리며 그림과 텍스트를 읽고 있는데도 뭔가 현장감이 느껴지는 매우 신선한 경험을 즐길 수도 있었다. 특히 '크라임씬'을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방영 당시 본방사수를 하며 '나도 저런 거 해보고 싶다!' 라는 대리만족을 느껴볼 수도 있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소위 '연역적 추리'라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단서가 붙어있는데, 이것이 가끔 '멘사퀴즈'라는 그 어떤 무언가 같은 '이게 저거로 어떻게 연결되냐?' 같은... 나 같은 범인에게는 참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없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는 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약 2개 가량의 케이스의 해석을 보면서 '이게 왜 저거랑...' 하는 느낌을 받은 경우가 있었더랬다.

풀컬러에 하드커버로 구성된 고급진 책이기도 하고, 추리게임이나 방탈출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내와 둘이서 주로 플레이했고 일부 케이스는 동생 부부와 넷이서 플레이하기도 했는데, 대채로 한시간 남짓 가량 그림과 해설을 뚫어져라 읽고 보고 관찰하면서 즐길 수 있었다. 2022년 7월 초 시점에서 한국은 이미 코로나 팬더믹이 끝난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방탈출을 다시 시작하고 있지 않다보니 좋은 대리만족이 되는 추리게임책이었다고 하겠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