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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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세개의 키워드. 초코, 케로로, 바둑. 그렇지만 어떻게든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것은 위 사진의 먹거리 때문. 내 기억에 적어도 15년 이상은 된 듯한 미니 바둑이라는 가공 초콜릿류 과자가 케로로를 등에 없고 다시 나왔더라. 86%를 고집하게 되어버린 지금의 입맛에는 아무래도 초콜릿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긴 하지만, 어쨌든 하얀색 까만색으로 코팅을 한 초콜릿이라고 우기고 있더라. 어렸을 적 처음 먹었을 때는 안에 종이로 된 작은 바둑판도 들어있어서 동생과 사이좋게 놀면서 나누어 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게 벌써 언제야...

 초코는 최근엔 롯데의 86%를 주로 먹고 있다. 아니, 거의 저것만 섭취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출장을 다녀오신 회사 직원들이 선물로 몇가지 사온 것을 먹어보기도 하고, 독일제 초코인데 같은 브랜드의 다른 산지 카카오를 사용한 것을 나중에 진지하게 비교하기 위해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뭐, 아무튼.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초코는 나와 함께 있어주...겠지?

 케로로는 요즘도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는데, 작년에 나름대로 인기를 끈 초등학교 여학생 2인조 유닛인 '키구루미'가 맡은 엔딩곡이 좋다. 케로로 답게 가사도 황당하고 엔딩 영상도 재밌고. 만약 키구루미가 뮤직스테이션에 나오거나 PV를 내놓는다면 그 댄스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케로로 내용 자체는... 뭐 도라에몽이나 사자에상을 목표로 분발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만, 그만큼 처음 케로로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강렬한 황당함은 많이 없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하기야 만 3년 넘게 주구장창 시청하고 있는 걸 보면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조만간 케로로로보 mk2 프라모델도 들어올텐데. 흐음.

 바둑이라고 하면 지금도 어린이 바둑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출판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흑군-백군의 캐릭터들이 바둑의 각종 수를 가르쳐 주는 삽화와 함께 바둑을 설명한 책이었다. 바둑도 재미있었지만 책 자체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동생과 함께 책이 헐도록 보고, 어느 순간 책이 너덜너덜해져서 버렸던 기억이 난다. 바둑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는 이 책을 통해 우리 형제가 바둑을 배우기를 바라셨고, 또 그 소망은 어느정도는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죨리게임 시리이즈를 접하고 비디오 게임을 알게 되면서 바둑은 자연스레 잊혀졌고, 지금은 그냥 돌만 놓을 줄 아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렇지만 바둑은 정말 매력적이고도 재미있는 두뇌스포츠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비디오게임처럼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흑과 백이라는 두가지 색으로 나뉜 돌들을 이용해 바둑판 위에서 펼쳐가는 치열한 두뇌싸움은 상대의 성격까지도 그대로 투영하는 진정한 대인전對人戰이니까.

 맛있는 카레와 매운 풋고추를 먹고 들어와서, 문득 눈에 띈 과자를 바라보며 잡생각을 해 보았다.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그 분들의 희생 덕분에 평화롭게 지낸 현충일이 끼어있던 한 주라 그런지,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반가우면서도 놀랍기도 한 그런 기분이다. 이번 주말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