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폭풍같은 한주가 주말까지 휘감아 삼켜버리고, 질풍처럼 또 한주가 불어닥치려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맡고 있는 업무 중 하나가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탓인데, 진척 상황은 전혀 마무리가 되고 있지를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덕분에 토요일은 출근, 일요일은 재택근무. 조금전에 문서 검토와 입력작업을 일단락 짓고 키보드를 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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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쯤 전에 포스팅했던 우리집 강아지 막내였던 깜이. 한참 개구쟁이 본능을 발휘할 나이가 되자 구두-슬리퍼는 기본이고 자기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묶어 놓고 키우기 보다는 풀어놓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집에 입양을 보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우리 부모님께서는 빠르게 깜이를 처리해 버리셨다. 어디로 갔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워낙에 사람을 따르고 좋아하는 깜이인만큼 행복한 주말을 보내며 그 집 식구들과 한참 친해졌으리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어차피 올 가을에 이사를 가게 되면 우리집 짐승들과는 거의 모두 헤어져야만 할 터, 더 정들기 전에 더 예뻐해 줄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는 것이 더 의리를 지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안채에 들어설 때 놀아달라고 종아리를 앞발로 두드리는 똥똥한 까만 강아지가 더이상 없다는 것은 좀 허전하다. 깜이야, 말썽 그만 부리고 예쁨 받으며 살렴.

  정을 잘 주고 잘 못떼는 편이다 보니, 깜이 사진을 이렇게 보고 있자니 뭔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채 익지 못하고 떨어지는 은행 열매와 익다 지쳐 떨어지는 끝물 앵두, 조금씩 허전해지는 공장 구석구석이 차근차근 고향집과의 이별을 준비하게 해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갑작스런 이별은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래도, 집까지 싸들고 온 일거리가 일요일을 지배해 버린 덕분에 조금 덜 허전함을 느낀 하루였다. 다음주도 폭퐁처럼 흘러가겠지. 일단 한숨 돌릴 수 있는 제헌절을 바라보며 잠자리에 들어갈 수 밖에. 어지러운 마음이, 또 조금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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