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께서는, 내가 어릴 적에 갖다버린 장난감 나부랑이가 마대로 몇 포대였다고 늘 말씀하셨다. 사실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고전프라에 대해서는 대체로 알고 있다고 자부할 정도로. 자부할만큼 잘난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4살이던가 5살이던가, 아무튼 무척 어릴적에 마징가 제트 프라모델을 만든 것으로 덕후 포스에 눈을 뜨게 된 shikishen 어린이는 고전프라들과 함께 어울리며 유년을 보내던 중 좁은 공간에서도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죨리게임 시리이즈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면서 곁다리로 둥우리(금메달), 아카데미 파티게임도 교양삼아 알아 두었다. 그러면서 또 어느 시절엔 전투기 만들기, 레이싱카 만들기 등의 페이퍼 크래프트, 쥬라기 공원 등의 게임북, 색종이접기 등의 장난질에도 몰두했다. 학교에서 부모님을 설득해서 구매했던 과학상자도 골백번은 조립하고 해체했더랬지.

 그러던 어느날, 집에 훼밀리 오락기가 들어왔다. 그 전에 파퓰러스, 데스트랙으로 뽕을 뽑았던 100만원 짜리 오락기 AT 흑백 컴터는 뒷전이 되었고, 수퍼마리오1 번들팩 하나로 출발했던 게임라이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수퍼패미콤, 도시락 게임보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보이 포켓, 세가새턴, PCE-DUO, 게임보이 어드밴스,  PS2, 드림캐스트, 엑박, 엑박 한바쿠, 프습, DS, PS3 등으로 자가 증식을 거듭해나갔다. 이미 덕후포스는 뇌 전두엽에서 끊임없이 하악하악 덕후 아이템을 갈구하고 있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언젠가부터, 한 일본 가수가 좋아졌다. 그 이름도 찬란히 빛나는 B'z. 노래를 진지하게 들어보다 보니 악기에도 관심이 생기고, 전부터 건드리기만 했떤 드럼매니아를 넘어 드럼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것 하나 극에 달하지 못했던 리듬게임 시리즈지만, 드럼매니아 만큼은 계속해서 흥미가 가면서 드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별만 보고 있다. 꿈이 아니라 별인 이유는 강마에 선생님이 움직이지 않으면 꿈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별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고 움직여야 비로소 내 꿈이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꾸기라도 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드라마 대사 하나에 진심으로 감동하는 것도 후두엽 뒷쪽에 숨쉬는 덕후 포스 때문이다.

 아무튼.... 뭔가 하나에 매진해서 내 비록 덕후지만 이거 하는 진짜 제대로 좀 할 줄 안다고 자부하는 영역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하나만 가지고 놀 수가 없다. 조금만 눈을 돌리고 있으면 또 추억속의, 현재의, 미래지향적인 장난감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라서. 이제 덕후 포스는 좀 축소하고 북치는 아저씨가 되고 싶은데, 맘대로 안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호주 여행을 대비해서 영어공부도 하고 싶은데.

 서른살이 되고 나서 처음 맞이하는 남자다운 가을앞에선 내 안에 숨겨진 노란 무지개같은 소녀적인 감성이 연약한 척 꼴값을 떨고 있다. 시간은 점점 속도를 올려가고, 장난감들은 쏟아지고, 놀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갈 것 같다. 아아... 그러고보니 총싸움도 있었네 그랴....

...그러고보니, 그러고보니라는 말을 몇 번이나 적어댄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