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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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의 표지 형식을 파괴한 10권

 만화라는 매체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쉬운 매체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전하는 이야기가 다양하고, 창작의 과정이 만만치 않은 관계로 실로 다양한 장르로 소화되는 장르이다. 그 중에서도  한 권을 다 읽고 닾을 때 유쾌하고 뒷 이야기가 궁금한 작품이 존재하는가 하면, 책을 덮을 때 한없이 꿀꿀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하는 작품도 있다. 건슬링거 걸은,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다.

 표지와 설정, 언뜻 보이는 소내에서 총기와 미소녀를 결합시킨 그저그런 액션물이라는 첫인상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은 이 작품은, 실제로 읽어 보았을 때 그런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우울함이 존재한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굴절되어 있고, 어두우며, 결여되어 있다. 간혹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있지만, 이 작품의 두 축-의체소녀들과 담당관이라는 인물들은 대체로 그렇다.

 그저 불행하다는 한 마디 말로 압축하기에는 지나치게 슬픈 죽음을 한 번은 맞이한 소녀들이 새로운 생명과 사명을 부여받아 지난 몇 년간의 연재 기간에 걸쳐 활약하고 울고 웃었고, 최근 몇 권의 전개에 들어 새로운 바람이 불고 조금의 희망을 들려주는 듯 했지만, 바로 전 권인 9권과 이번 10권의 전개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생명, 이별, 사명, 인간애, 그리고 슬픔을 느끼게 되었다. 다시 한 번 1권부터 10권을 쭉 읽어보고 싶지만, 창고의 짐정리가 마무리 되지 않은 관계로 당장 꺼내볼 수가 없어서 아쉬울 뿐....

 인간은 누구나 정해진 수명대로 살다 간다. 그 정해진 수명이 조금 길고 짦을 수도 있고, 사고로 인해 무척 짧아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둥바둥 있는 힘껏 살아가야 하는 거겠지. 가끔은 여유도 찾고, 꽤나 자주 일에 쫓겨가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슬슬 이야기의 전체적인 마무리를 준비하는 인상을 주는 10권이었다.  내년 봄이나 여름쯤에는 11권도 나오겠지. 이 작품의 예정되어 있는 결말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기대하면서 다음 권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