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나이를 먹을수록 일반인, 평범한 보통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어째 점점 덕력만 높아져가는게 좀 무서운 요즘이다. 나도 모르게 자동 덕후 인증이라는 하쓰네미꾸를 건드리지 않나 세간에 욕을 배부르게 먹으면서도 흥행가도를 달리는 케이온의 노래들을 흥얼거리지 않나. 하기사 이미 몇 년 전부터 영덕대게라는 소리를 들어오고 있으니...뭐 사실 이젠 그런 것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인기가 많은 만큼 보는 사람도 많은 케이온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일본어로 경음악부라는 밴드부에 소속된 4명(중간에 5명이 됨)의 소녀들의 일상을 그린 4컷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 되겠다. 밴드의 구성원들이 주인공인 음악만화를 기대하면 크게 배신당하는 작품이고, 아즈망가-라키스타 라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덕후물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는 작품이라고 보는게 맞겠다. 개인적으로는 좀 천재인 오사카(유이)가 주인공이고 부끄럼쟁이+모에 속성을 부여한 사카키(미오), 요미를 롤모델 삼아 성장한 치요(코무기), 토모의 성격을 조금 닮은 카구라(리츠)와 귀엽게 어려진 또 하나의 사카키(아즈사), 그리고 똑부러지는 요미(노도카)와 아주 쓸모있어진 유카리 선생님(사와코 선생님)이 등장하는 아즈망가 애니메이션의 먼 후속작이라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
 그렇지만 명색이 밴드-경음악부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작품인지라 이따금씩 꽤 괜찮은 노래와 공연장면이 등장하긴 하는데, 최근 방영된 20화에서는 고등학교 마지막 축제의 마지막 공연을 아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음악부원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그 성공적인 무대의 묘사와 연출에서 나는 쾌락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는데, 쾌락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어감에서 오르가즘과 같은 말초적이며 본능적인 느낌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느끼는 쾌락에는 이러한 공연에서 얻는 쾌락 또한 존재하는 것 같다.

 뮤지컬, 락 콘서트, 연극과 같은 현장감 넘치는 공연을 접하다 보면, 공연을 즐기는 입장에서 느끼는 쾌락과 공연에 동참하면 느끼는 쾌락이 있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감히 상상만 해볼 수 밖에 없는 공연을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쾌락이 있다. 그리고 그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멤버들의 얼굴에 떠오른 성취감과 쾌락의 흔적은, 일상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감동과 즐거움, 그리고 오르가즘마저도 뛰어넘은 지극한 재미와 쾌락이 거기에 있었음을 능히 느낄 수 있다. 물론 모든 종류의 공연이 성공적일 수는 없기에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공연도 존재하지만, 많은 입소문과 관객으로서의 내가 만족하고 감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났다면 아마도 어떠한 종류의 쾌락을 즐긴 사람들의 흔적을 만나본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쾌락을 느껴보고 즐겨보고 싶어서 사람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것이 '문화'와 '교양'이라는 이름의 형식과 척도를 가지고 취미라는 형태로 각자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리라. 그러한 어떠한 종류의 지극한 쾌락을 직접 느껴보거나, 그 현장에서 동참함으로서 그 조각이라도 나누어 느껴보기 위해서. ....그런데 어째서 내 인생의 쾌락에는 건담과 전자오락이 이렇게 크게 자리잡아버린 걸까나... 15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사춘기와 중2병이 좀 나아야 할텐데... 그래도 그 속에서 작건 크건 인생의 쾌락을 느끼고 있으니 이를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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