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아침에는 기분 탓에 무척 추운 것 같더니, 밥을 먹고 오니 또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며칠만에 화창하고 잡티없는 하늘이 보이는 것도 그렇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마우스를 클릭질 하니, 여기가 사무실인지 내 방인지 잠시 잊혀지는 것 같아서 좋다. 그렇지만 또 이게 과연 포만감에 의한 만족인지 그보다 위에 있는 어떤 만족인지는 알 수 있는 길이 없다. 뭐 어떠랴.

프리허그운동이라는게 있는 것 같더라. 거저 안아준다는 건데... 우리 정서에는 얼마나 맞는지 모르겠다. 끌어안건 간에 얼싸안건 간에, 면식이 없는 사람이 안아주는 건 좀 슬프지 싶은데. 그런 면에서, 나는 좀 거만하다. 마음이 추워서 누군가가 온기를 충전해 주었으면 하고 있으면서도, 저렇게 좋은 뜻을 담고 있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걸 바라보는 모습은 팔짱을 끼고 어디건 간에 조금이라도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는 눈을 흘겨뜨고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다. 쯧쯧 혀를 차며 짐짓 여유있다는 듯.

사람은.. 온기를 품고 살아야 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손길을 따스하게 내미는 것이 내세울 것 없는 이 나라 사람들이 그나마 자랑하는 바로 '정'이라고 본다. 그 마음의 온기를 서로 솔직하고 부담없이 나누는 것이 바로 끌어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무나 끌어 안을 만큼 뜨거운 사람은 못되지만... 적어놓고 보니 왜 열혈물 주인공이 생각나지.. 아무튼, 온기를 원하고 또 나누고 싶지만, 아무나와는 싫다. 그게 내가 그어놓은 선이고 알량한 자존심이고, 쓰레기통 위에 올라서서라도 내려다보고 싶은 거만함이다.

중요한 건, 내가 끌어안고 싶은 사람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끌어안느냐..인데,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관계로 여기까지. 정답을 아시는 분은 관제엽서에 정답을 적어 우편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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