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불교에서 하는 말이라던가. 지금 생에서 한 번 옷깃이 스치려면 전생에 백겁의 인연을 쌓아야 한다고. 뭐 매일 아침 신도림역으로 출퇴근하는 내겐 아무래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로 들리긴 하지만 그만큼 사람의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뜻이겠지.

 머릿속에 최소 7명의 인격을 넣고 사는 내겐 주말에 아무런 약속없이 나만의 만족을 위한 덕질만을 하고 싶은 생각과, 아침 댓바람부터 주구장창 외출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우하하 놀고 싶은 생각이 시시때때로 마구마구 교차하곤 한다. 어제는 말하자면 제법 바삐 움직인 날이었는데, 아침에 학원에 갔다가 점심 전에 평택의 친척 결혼식에 들렀다가 오후엔 신촌에서 지인들과 노래방에 이은 저녁식사 모임을 즐긴, 움직인 보람이 있는 하루였더랬다. 그리고, 최근에 약간 쇼크였던 다른 모임에서의 이야기가 그대로 재현된 것에 대해서(이쪽은 약간 예상을 했지만) 신선찬 충격을 받아보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서울에서, 수많은 모임들이 교차하노라면 이런저런 인연들이 많이도 생긴다. 학창시절보다 더 깊게 사귀게 되는 선후배-친구도 만나게 되고, 상상치도 못했던 상대와 연애감정에 휩싸이기도 하고, 그러다 이별하면 서먹해지기도 하고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나 통성명을 하고 서로 교류를 이어가게 되는 사이가 된다면 어쨌거나저쨌거나 서로 좋은 면을 보고, 스스로의 단점을 극복해 나가며 조언은 조언으로, 잔소리는 슬기롭게 흘려듣는 지혜를 가지고 사는 요령을 배우는게 중요하지 않나...싶다.

 아무튼 어렵사리(쉽사리는 아니죠?ㅎㅎ) 스친 옷깃, 그리고 스치는데 그치지 않고 차곡차곡 인연을 쌓아갈 약속을 나눈 분들의 앞날에 지혜와 행운이 가득하길 빕니다. 전생에서 얼마나 죽고 못사는 사이였으면 다시 만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