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토요일 밤의 늦고 깊은 술자리는 참으로 행복하지만, 그로 인해 무너지는 일요일의 밸런스는 뼈아프다. 그런 기분으로 일요일을 마무리 지으려는 이 시간이 뭔가 억울해서, 돌지 않는 머리 대신 활어처럼 팔딱거리는 손가락에 기분을 맡기고 오랫만에 키보드를 달려본다.

 최근에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이사를 했다. 결과적으로 집이 매우 넓어지고, 그에 따라 쾌적한 느낌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가구 배치가 아직 정리되지 않아서 풀지 못한 짐을 끌어안고 결국 주말을 넘기게 되었다. 기타 자잘한 불만들이 고개를 드는 느낌도 있지만 그건 좀 더 살아보고 생각해 볼 일인 것 같기도.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진삼국무쌍6도 크로니클 모드를 클리어하는데 성공. 플레티넘 트로피를 딸려면 못 딸 것도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더 이상 노가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진삼은 플투용 4편을 본편과 맹장전 모두 소장하고 있는데 어째 이 진삼6는 없애버릴까 하는 느낌도. 전혀 쳐다보고 있지 않는 건담무쌍3는 소장할 생각인데 말이지...

 반면 프습용 택틱스 오우거는 노가다가 지겨워서 진도를 빼려고 하고 있는데, 점점 프습용 타이틀이 쌓여가는 느낌이라 얼른 클리어만 하고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까 고민중. 하지만 3가지 루트는 모두 타보고 싶긴 한데 말이지... 공략만 읽고 넘겨버릴까.. 싶기도.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마련. 바로 위에 게임에 관한 고민만 잔뜩 늘어놓았지만,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갈 때마다 가장 귀 기울여야 하는 건 자기 스스로의 마음이 정말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하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슬프게도 이제껏 받아온 교육이라는 것이 그 마음을 속이고 감추는 것을 겸양과 예의로 포장하여 정말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교육과 전통에 대한 책임전가가 슬며시 드는 요즘이다. 나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략 이렇지 않을까 하고 틀린 방향을 향해 휘적휘적 어슬렁거리고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구심이 또 다시 고개를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나는 사회성있는 덕후로 살고 싶기에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 속에서 주의깊게 다음 스텝을 살펴보고 몸치인 몸을 흔들며 춤을 춰나가야만 한다. 관객들을 만족시키진 못하더라도 함께 플로어에 서 있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능숙함은 몸에 익히고 싶다. 스스로 생각할 때 비교적 잘 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으니...

 아... 그나저나 벌써 5월 중순이 흘러간다. 얼른 뭐라도 시작해서 습관을 들여야 올해 12월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텐데, 늘 물리치고자 경계하지만 인류 최강 최대의 적 '귀찮아'와는 영원히 적과의 동침 관계를 유지해야하나... 싶다. 에휴.

 여러분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까?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듣더라도 냉정해지 못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운 요즘이더랍니다. 그게 만들어내는 후회라는 건.... 결국 스스로가 짊어지고 가야만 할 짐이겠지요.  

Comment +4

  • kyung 2011.05.15 22:52

    꿈을 꾼다는 것의 영역을 넓히기는 커녕 계속 줄여나가야하는 현실이 슬프지만, 열심히 살아서 후회없이 세상을 뜨고 싶어요.

    • 그 꿈을 줄여 나간다는 것이 내가 가고 싶고 또 가야 할 길을 선택했기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면 모르겠지만...여전히 갈팡질팡하는 것만 같아 두렵기만 해요. 하지만 역시 후회없이 살고는 싶어요.

  •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바른 풍조라고 배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지나치게 도적적이다 싶은 분들을 볼때는 특히 그래요. 그냥 사고 싶어서라고 말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그런 이유들을 붙여서 불편함을 줄이려는 것이 눈에 보일때는 참 가슴이 아파요. 저도 좀 많이 그랬던 과거가 있던지라... 많이 속상하지요.

    불편함이나 짜증남이나 여러가지 것들을 느끼면 관찰 일기를 쓰시다보면 자기가 몰랐던 부분을 많이 발견하게되어요. 그날의 감정상태나 뭘샀을때 어떤 느낌이 든다던가... 그런거 관찰하고 기록하다보면 자신의 패턴을 좀 알게되고 그리고 이전보다 자신에 대해서 좀더 이해하게 되는 것같아요. 그런식으로 반복하다보면 자신의 감정상태나 원하는 것들을 알아채는 기간이 조금씩 줄어드는것 같아요.

    제도권 교육이라는 것이 참... 교에서 좋은걸 배운 기억이 거이 없어요. 심지어 좋은 선생님을 만난적도... 그래서 은사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학교의 교수님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개강파티에서 격이 없는 모습을 보구요. 아 제가 아는 분들은 정말 다 권위적인 인간형이었거든요. 학생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면서(음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시선에는 그랬어요) 옆으로 가서 술잔을 함께 기울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그나저나 이사를 하셨군요.
    최근에 이사를 하신 분들이 주위에 참 많은것 같아요. 역시 5월은 이사의 달인가요. ^^:;

    • 저도 점점 나이가 들면서 쓸데없이 참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더라구요. 지나놓고 보니 마음에 소리에 귀를 기울였더라면 지금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도덕적으로 착하게 사는 것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금욕적으로 사는게 과연 정말 행복하게 사는 길인지는.. 계속 의심이 드네요.

      예정에 없던 이사를 해서 아직 좀 적응이 덜 된 감은 있지만 전보다 조금은 쾌적해져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