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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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고 컴퓨터를 켰더니 트위터에 모 유명 블로거가 저 링크를 걸어놨더라. 저 글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건 몇 가지가 있지만, 내가 얼른 생각이 든 것은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결혼에 대해서 좀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이 마땅히 해야할 것으로 많이들 생각하는 게 결혼인데, 난 그보다 아직까지는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대로 살고 싶다. 다만 얼마 전부터는 아들이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나같은 부모밑에서 애가 올바로 클까 생각해보면 그것도 좀 무섭고.. 뭐 여튼.

 엊그제, 회현역에 있는 모 백화점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다른 건물 옥상에 무척 비싼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백화점의 푸드코트 치고는 가격도 합리적이고 음식도 나쁘지 않고, 뭣보다 거기서 파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 이따금 생각나면 찾는 곳이다. 유별날 것도 없는 카레라이스를 시켜서 건물 밖에 설치되어 있던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휴일인 탓이겠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어머니들이 무척 많았다. 어머니들끼리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폐허같은 음식 접시를 앞에 놓고 수다를 즐기고, 아이들끼리는 아이들답게 어른들의 다리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뛰어노는, 그런 전형적인 백화점의 옥상 풍경이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그 시끄러운 가운데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는데, 백화점 직원이 한 무리의 아이들을 데리고 내 옆 테이블의 어머니들에게 다가왔다. 내용인즉슨, 야외에 설치되어 있는... 연못이라기엔 좀 뭐한 물웅덩이랄까 분수랄까 뭐라할지 모를 물 바닥에 사람들이 던져놓은 동전들을, 아이들이 들어가서 주워담고 있더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들은 직원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아이들에게 '가서 노로 놓고 와. 얼른' 만을 반복하는게 끝이었다. 아이들은 연못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어머니들 앞에서 우물쭈물 하고 있었고, 직원은 난처해하며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성질이 급하고 보기 싫은 풍경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성격이 못되는지라 다 먹은 음식접시를 들고 그대로 일어서서 푸드코트 윗층에서 하고 있던 마릴린 먼로 전시를 보러 걸음을 옮긴지라 그 뒤에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동전들은 물 속으로 돌아갔는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그 때 느꼈던 갑갑한 마음은 저 위의 링크에서 나타나는 부모들의 행태에서 느껴지는 그 갑갑함과 같은 것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유년기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 인터넷환경, 온라인게임에 노출되어 지낸다. 소년중앙, 해적판 조립식 장난감, 죨리게임과 함께 유소년기를 지낸 내가 말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며 노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장난감보다도 어떻게 노는지 지켜봐 줄 부모들의 관심이 아닌가 싶다. 내가 갖고 놀던 놀잇감들과 지금 아이들이 갖고 노는 놀잇감의 가장 큰 차이는, 거기에 부모가 개입할 여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개입과 지도, 칭찬과 꾸중은 부모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함께.

 물론, 요즘의 부모들은 바쁘다.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과는 달리, 맞벌이는 필수적이고 아이를 낳아도 직업을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남녀차별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현실을 봐주시길-도 많고, 발전된 인터넷 기술이 전해주는 SNS 덕분에 결혼 후 곧잘 끊어지던 사회와의 연결고리는 여전히 굳건하며 포기를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아이는 저 혼자 그렇게 태어나서 크는게 아니라 부모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도가 있어야만 비로소 태어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직원 손에 끌려온 아이들이 민망한 나머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전을 되돌려 놓게 하고 그래선 안된다고 알려주는 것보다 간만(인지 이번주도 또인지)에 만난 부인네들과의 수다를 포기할 수 없는 어머니들은, 내 아아의 적성을 발견하고 교육에 대해 관심을 쏟기보다 학원에 보내고 사교육에 돈을 쓰는 것으로 의무를 다한다고 착각하는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오락기와 장난감과 스마트폰을 원하지만, 그보다 먼저 부모의 애정과 관심, 칭찬과 꾸중을 더 원하는 것이 본능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어떤게 정답일지, 서른이 넘도록 숫총각인 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요 10년 사이에 더 이상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감춰둘 수 없는 중고생의 집단 성폭행, 왕따로 인한 자살, 학교 폭력의 잔인성은... 가해학생들의 부모들을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런 걸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은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 묻혀가는 거니까. 

 ....제목과 내용이 영 동떨어져 있는 느낌은 들지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