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아이돌은 내가 키워나가는 재미, 그리고 조금만 손을 더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이 포인트다...라고 말한게 누구더라? 종종 방송출연도 하는 음악계에 종사하는 그 녀석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내가 살아오면서 내가 직접 키운다는 느낌, 손을 뻗는다는 느낌으로 힘들게 알바한 돈을 퍼부어가며 좋아했던 아이돌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가장 많은 돈을 가져간 이 아가씨를 꼽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후지사키 시오리. 일본의 버철 아이돌(...)이었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토키메키 메모리얼=두근두근 메모리얼 1탄의 메인 히로인이자 최종보스끝판왕. 후지사키 시오리는 당시 거의 최초로 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확립하여 수많은 덕후를 양산하며, 그 안에서도 여신으로 추앙받았더랬다. 사실 내 친구들은 각각 성격에 맞는 캐릭터들을 좋아했고 시오리를 가장 좋아하는 녀석은 없었는데, 대중의 취향이랄까 소속사(?)의 푸시랄까 그런 결과는 후지사키 시오리로 대동단결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 절대적인 인기에 힘입어 버철아이돌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또다시 개척해내며 정식으로 데뷔하기에 이른다. 음반 구매에는 인색한 나지만, 당시에는 그 데뷔곡 '가르쳐 줘, Mr.sky教えてMr.sky'와 데뷔앨범 'My Sweet Valentine'은 거금을 주고 구매했더랬다. 당시는 일본문화개방이 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소위 보따리상이 부르는게 값이던 시절인 만큼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금액인 것 같지만... 그런게 아이돌을 키우는 팬심이자 아이돌의 양분이겠지. 아무튼 이 데뷔싱글과 데뷔앨범은 아이돌이라는 본분에 충실한 매우 발랄하면서도 귀여운, 그러면서도 후지사키 시오리라는 차분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곡들로 채워져있었다. 특히, 데뷔싱글 가르쳐 줘, Mr.sky의 경우 충격적인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정말 적지 않은 충격을 제공하면서 이 바닥 사람들에게 나름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서설이 길었는데, 진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지금부터. 그렇게 밀어주던 후지사키 시오리와 토키메키 메모리얼 1탄이었건만, 새로운 컨텐츠는 계속 쏟아져 나왔고 거기엔 자금이 필요했다. 그렇게 후지사키 시오리의 2집엘범 memories부터는 애써 외면하고 말았고, 어떤 곡들이 채워져 있었는지도 모른체 세월이 흘렀다.

  어느덧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도구가 세상을 채우고, 한물간 노래들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구해서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후, 문득 나 스무살 적에 눈을 돌렸던 버철아이돌의 노래가 생각났다. 지금 들어도 발랄하면서도 귀엽고 차분한 곡들 뒤에 나온 곡들은 어떤 곡이었을까.
그렇게 후지사키 시오리의 곡들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귀에 들어온 곡이 memories... 정확히 말하면 후지사키 시오리의 곡이라기보다, 성우 깅게쓰 마미의 앨범'Catchy'에 수록된 곡으로, 제목이 비슷한 후지사키 시오리의 두번째 앨범과 제목의 곡이다. 참고로 그 앨범에 수록된 비슷한 제목의 곡은 'Memories-地球はメリーゴーランド-'. 도대체 알려져있지가 않은 가수의 앨범 수록곡인지라 유튜브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어 첨부할 수가 없는게 아쉽다.

글을 쓰고 있는 2014년 01월에 들어보면, 그리운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일본음악이 떠오르는 느낌의 발라드 곡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희망과 고백과 설레임이 가득했던 1집의 분위기와는 달리, 가슴 시린 어느 가을날의 이별이 떠오르는 가사... 그리고 후지사키 시오리라기보다 성우 긴게쓰 마미의 목소리라는 느낌이지만 그렇기에 조금 더 애절하게 들리는 부분들.
달콤했던 발렌타인 뒤에는 언젠가부터 변한 그 사람을 모르고 있다가, 문득 이제서야 처음보는 것 같은 생경한 그 사람을 깨닫고 기억을 더듬으며 담담히 보내는 후지사키 시오리의 오래된 노래는, 새로운 한 해를 열며 새로운 여러가지에 도전하는 내게 당시에는 듣지 못한 노래에서 추억을 찾게 해 준다. 물론 기억은 기억이고, 추억은 추억이다. 추억은 억천만이지만, 나는 오늘을 살고, 지금을 춤추고, 늘 그렇듯 처음 밟지만 짐짓 능숙하게 스탭을 밟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마저도 이미 흘러간 구작이 된 토키메모4편에서 진 히로인 유우의 친척 언니로 분위기만 등장하는 후지사키 시오리... 나이를 먹었다면 이젠 30줄일 그녀와 그녀의 동창들 중 내가 가장 사랑했던 키사라기 미오와, 공략이라는 형태로 만났던 반짝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문득 떠오른다. 덕질은 좋은거야. 즐거운 추억이 가득하거든. 역시, 추억은 억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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