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여행 마지막날 아침은 늘 괴롭다. 지난 며칠간의 습관으로 눈은 떠지지만, 뭐라 할 수 없는 허무함과 안타까움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느낌이랄까. 이번 여행길에도 그 느낌은 변하지 않고 마지막날 아침을 깨웠다. 형의 귀국날을 함께 해주느라 휴가를 내 준 고마운 동생과 불청객 아주버님을 싫은 내색없이 상대해 준 제수씨와 마지막 아침식사를 함께 하고, 두고 가는 짐 없이 몇 번이고 가방을 챙기고는 동생의 아파트를 나섰다.

 조금은 이른 오후 비행기를 타고 가는지라 약간 시간이 남았었는데, 어디를 들러볼까 하다가 리뉴얼했다는 우에노 요도바시를 갈 생각을 하고 우에노로 향했다. 전날의 인신사고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젠 너무나 익숙한 타케노츠카역에서 전철을 타고, 우에노에서 내렸다. 역을 올라가자, 언젠가 우에노에서 아키하바라까지 걸어갔던 암울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땐 참 지루하고 재미없는 길을 골라서 갔었는데 말이지. 우에노역을 올라가자, 요도바시보다 아메요코시장을 들러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중에 한국에서 날아온 미션도 하나 있었고 말이지.

 우리나라로 치면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 쯤 되는 도심속의 시장통이 우에노역의 아메요코시장이다. 캐리어와 가방을 둘러메고 영락없는 여행객 행색으로 이런저런 가게를 둘러보며 돌아다녔는데, 양 손이 캐리어와 가방에 묶여있던 관계로 이런저런 사진을 찍지 못한게 아쉽다. 생선, 기념품, 양품, 과자, 먹거리 등의 상점들이 어우러진 시장통을 헤메이다, 슬슬 점심을 먹고 하네다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 되어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몇 가지 메뉴를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은 돈부리(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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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보이는 비교적 흔한 체인이었지만, 나름 고르고 고른 보람이 있는 맛있는 집이었다. 서빙하고 주문 받는 호쾌한 아주머니도 멋있었고 말이지. 동생과 돈부리를 뜯어먹고는, 하네다로 가는 급행을 타기 위해 다시 우에노역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스이카를 충전해서 쓸까 하다가, 그게 더 비효율적일 것 같아 그냥 자판기에서 티켓을 구매했다. 자리가 넉넉하게 비어있는 급행 전철을 타고, 일본에는 없을 줄 알았던 쩍벌등빨남의 기세에 조금 눌려있다가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네다에 도착했다. 하네다에서 국제선으로 올라가기 전에 동생은 은행을 찾고 나는 서점에 잠시 들렀는데, 15년전 나를 컬쳐쇼크에 빠뜨렸던 19금 소설책 프랑문고가 아직도 나오고 있는 것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더랬다.

 마지막으로 지인들과 나눠먹을 히요코와 도쿄바나나를 사고, 아무것도 없는 국제선청사로 향했다. 항상 이 시점에선 정말이지 만사가 귀찮고 뭔가 서글프단 말이지. 남은 엔화를 모두 동생에게 반납하고, 언제나처럼 다소 우왕좌왕하며 작별인사를 나누며 게이트로 향했다. 항상 그렇지만, 동생과 헤어져 게이트를 통과하고 혼자 공항에 오도카니 앉아있으면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이 된다. 흐음.
뱅기

내가 타고갈 비행기... 올 때와 대동소이했다.

 
 공항에서 잠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전원을 내리고, 가지고 있는 짐에 문제 없는 걸 확인하고 곧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는 올 때와 같은 비행기였지만, 수많은 일본행 중 처음으로 통로 중간 자리에 앉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결국 비행중 남는 재미는 기내식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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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랄까... 기본적으로 기내식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돌아오는 길의 식사는 그다지..였다. 하기야 내가 기내식을 좋아하는 건 삿포로-에비스 맥주의 좋은 안주가 되어주는 탓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적어놓긴 했지만 제법 만족스럽게 쩝쩝거리며 기내식을 다 먹어치우고, 1Q84를 읽으며 남은 비행시간을 보냈다. 언제나처럼 밥을 먹고 음악을 잠시 듣고 있으면 비행기는 곧 착륙태세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일본 입국심사는 언제나 긴장되는 면이 있지만 귀국길의 입국심사는 뭔가 긴장이 풀어지게 된다. 잰 걸음으로 게이트와 세관을 통과하자 몇 번 있었던 먼 나들이 중 처음으로 공항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더랬다. 익숙한 것이 너무 많아서 감흥이 적었던 귀국길에 신선한 감동이었더랬다. 자... B'z가 부르기만 한다면 언제고 다시 일본으로 달려가겠지만 그게 또 언제가 될지,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다음 일본 여행까지, 이번 여행에서 얻은 덕력으로 또 힘내서 살아봐야지. 나름 그러고 있는 중이고 말이지. 끝으로, 이번 일본행을 전폭적을, 헌신적으로, 지지하고 도와준 antidust/아리샤인 내외와 시모키타자와-신쥬쿠의 도우미 맡쨩=#1090=ㅇㅅㄱㅇ, 공항에서 나를 기다려 준 여신님께 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또 만나자구!!


 사진 출처는 다음 검색에서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PhotoView.do?movieId=50761&photoId=503048

 원래 영화는 1년에 한두번만 보는지라, 올해는 케로로 극장판과 트랜스포머2, 지아이조만 보면 볼 것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더랬다. 열거한 건 다 봤고 거기에 박쥐와 합리파특해리포터까지 본, 이제껏 살아오면서 극장을 가장 많이 찾은 한 해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사실 이 영화는 장근석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로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건우(작은 건우, 작건) 역으로 뇌리에 박힌 청년이 군생활 재밌게 봤던 요정컴미의 까칠하고 찌질하지만 잘생겼다고 생각했던 명태의 형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 더더욱 관심이 가기도 했고. 물론 대학에 들어가서 참 많은 경험을 했던 시기의 유명했던 사건인지라 대략적인 내용도 멀게 느껴지지 않았던지라 어렵지 않게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사건의 꾸밈없는 재구성이 목적이었던가 싶을 정도의 구성이다보니 피해자 가족의 억울함이나 슬픔이 좀 약하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조금 남았다는 정도일까? 짧은 기간 개봉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짜릿한 반전과 거침없는 전개,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 볼만한 영화라고 본다.

[홍대앞] Agio

식도락2009. 9. 11. 12:57
 홍대앞은 이런저런 먹거리와 분위기 좋은 카페, 새벽이면 널부러진 술취한 여자들. 즐거운 클럽 등 여러가지로 참 유명한 곳이다. 최근에 어쩌다보니 꽤 자주 들락거리게 되는데, 가끔 가는 맛나고 분위기 괜찮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간만에 들러 잠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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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 좀 들락거린 사람이라면 대개 안다는 제법 유명한 곳으로, 일반 주택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여 레스토랑으로 바꾸는 유행의 선두에 서있던 가게라고도 하더라. 보통은 여기서 까르보나라를 먹는데 어제는 괜시리 양이 좀 적을까 해서 피자를 시켜보았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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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삿포로 생맥주를 아쉬워하며 품절인 호가든 대신 아사히를 시켜서, 나름 맛나게 얻어먹었던 저녁식사였다. 날이 더 쌀쌀해지면 또 야외에서 앉기는 힘들겠지만, 딱 좋은 초가을 저녁 괜찮은 자리였다. 최근 좀 제대로 만든 피자를 먹고 싶었더랬는데 나름 한풀이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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