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능숙한 솜씨로 끓여낸 미역국과 노릇하게 구워낸 자반 고등어와 맛깔나게 무친 마늘쫑은 달아난 식욕을 잡아오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 잘 만들어진 것이 역할 또한 잘 수행하니 밥 역시 잘 먹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무언가를 능숙하게 만들고 창조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그 결과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좋은 결과를 잘 물어오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사무실로 돌아오니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더라.

  그러고 보면 난 잘하는게 별로 없는 것 같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게임이나 건프라도 중수 이하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어느 것을 둘러보아도 특출나게 잘하는 구석이 없다. 장점이 없는 인간이라고 단정짓기엔 무척 서글프지만, 스스로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도 정말 이런건 나한테 맡겨주면 끝장나지! 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무엇을 둘러보아도 그저 남들하는만큼 정도. 단순한 성격이라 순간적으로 확 끌리는 경우는 많지만 냄비왕국 국민답게 식는 것도 빠르다. 그래도 마음 속에 잘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 떠올라 정리해 보았다.

 하나. 악기 - 드럼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마법과도 같은 것이다. 그 음악을 실제로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다는 것은 어찌보면 마법을 익히...는 것은 30넘어 동정인 남성이어야 하니... 으음... 아무튼, 기타와 피아노를 거쳐 내 마음이 기울어진 악기가 있으니 바로 드럼되겠다. 기타는 손가락의 굳은살 때문에 패스(별...), 피아노는 쉽게 가질 수 없어서 패스(그럼 드럼은?), 해서 드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실 기타도라의 세션 플레이를 하면서 제대로 잘 되었을 때의 흡족함이 다른 게임에서 느낄 수 있는 만족감과 차원이 달랐던 것이라 마음이 크게 기운 것이라, 언젠가 민폐끼칠 정도가 아닌 실력을 기르게 되면 꼭 합주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뭐, 이제 겨우 막 시작한 수준이라 1년 후가 될지 2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언젠가 그런 날을 맞이해 보고 싶다.

 둘. 인간관계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말도 잘 못하고 어디 앞에 나서지도 못하는 내가 참 싫은데, 아무튼.... 인간관계의 달인이 되어보고 싶다. 이 세상 사람 모두와 친구는 될 수 없을지라도 내가 지나간 뒤에 최소한 욕은 먹지 않을 정도루다가.. 그정도면 달인이 아닐까. 이건 어쩌면 그저 단순한 내 이기심일지도 모르지만, 배려심과 사려깊음을 길러서 나쁠 건 없겠지. 쓸데없이 오지랖만 넓다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뭐든지 능숙하게 잘 해내면 좋겠지만, 평범한 소시민으로 태어나 살아가고 있기게 그게 잘 되지는 않는다. 냄비왕국 국민이지만, 얼른 끓고 얼른 식지 말고 내년 이맘때, 내후년 이맘때를 생각하면서 한발한발 내딛어 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ㄷ. 정오 - 에비스

 JR 하라주쿠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에비스역. 개찰구를 나와서 가든 플레이스 방향으로 나오니 이동보도(스카이 뭐였는데...)가 등장하더라. 공항이나 종로3가 정도에서만 구경했던 이동보도가 제법 길게 이어진 길을 나름 속보로 성큼성큼 걸어서 몇개인가를 통과하니 가든플레이스가 나왔다. 가든플레이스는 코엑스몰을 연상하게 하는 쇼핑 거리였다. 가든 플레이스 한가운데에 그렇게 크지 않은 광장이 있었고 광장 가장자리에 벤치가 많이있어서 부근의 직장인들이 이 곳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테이크 아웃 커피를 마시거나 하고 있었다. 건물은 지하와 지상에 의류나 장신구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잔뜩 위치해 있었고,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동생에게 추천받은 지하 2층 푸드 코트의 라멘야(라면집) 만류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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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생각지 못했던 해혼 갤러리도 잠시나마 구경할 수 있었고, 긴자역에 전시되어 있던 스누피 관련 상품들도 본 것을 소득이라 여기고 다시 지하철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이번 일본행에서 가장 기대했었고 가장 실망했던 아사쿠사를 향해 갈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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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으로 글이 길어지고 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적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이 쪽이 나중에 읽을 때 더 떠올리기 쉬운 관계루다가... 아무튼, 16일 오후 2로 이어진다. ...16일 3은 나오지 않기를...

추가 : 이글루스 인기 블로거 존 군의 요청에 의해 트랙백 추가했심..

ㄱ. 한가함과 분주함을 적절히 섞어 2인분으로 나누어 가진 듯한 아침.

 더운 공기를 한껏 느끼며 동생이 맞춰 둔 시계의 알람을 들으며 눈을 떴다. 열대야라고는 들었지만 피곤했던 탓인지 자면서 깰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놀러온 형 때문에 동생이 지각하는 사태를 만들기 싫어서 괜해 동생을 급하게 깨우고 호들갑을 피웠지만 동생은 오히려 시간도 넉넉하고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TV를 틀어 아침방송을 보며 교대로 세면실을 이용하고, 씨리얼과 우유로 간단한 아침을 해결한 후 동생의 아파트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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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파트 부근은 전체적으로 사무실이 많은 동네였고, 덕분에 열심히 출근하는 샐러리맨들 틈에 섞여 괜한 우쭐함을 느끼며 전철역을 찾아갔다. 이 날은 지하철을 많이 이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지하철 1일 프리패스를 끊었다. 1,000엔이라는 가격이 결코 싸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거리를 움직일 계획을 잡고 나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돈을 번 셈이었다. 다만, JR은 환승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JR을 탈 때에는 동생에게 빌린 파스모(PASMO. 우리나라의 교통카드와 같은 개념이지만 상점에서 물품을 구매할 때에도 사용이 가능한 전자 화폐 기능을 갖추고 있다)를 충전하여 사용하기로 하였다. 오봉야스미 기간이라 그런지 출근 시간에도 한가한 전철을 보며 동생은 감탄을 했다. 소곤소곤 담화를 나누다 히비야역에서 동생은 직장을 향해, 나는 메이지신궁을 향해 각자 다른 노선으로 환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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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도 많고 글도 많아져서 양을 나누었다. 아무래도 또 한달 이상 걸려서 완결할 것 같은 느낌이 팍... 여튼, 16일 정오-오후편으로 이어진다. 언제 올릴 지 기약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