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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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12에 빠져 한동안 등한시 했던 건프라 복귀작(?)은 무자 백사귀 형제. 원래 기동전사 Z 건담에 등장했던 곽달호크와트로 버지너 대위의 기체 백식(百式)을 모티브로 한 기체인지라 금빛이 번쩍번쩍한 맥기를 사용한 것이 포인트인 킷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벌써 20년 가량 전에 SD 킷의 런너 한 벌이 통째로 금맥기로 되어 있다는 것은 제법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 킷의 재미있는 점은 SD 전국전의 설정에 등장하는 무자 백사귀 형제인 형 무자 백사귀(일어 발음으로 햐쿠시키[백식]와 같은 발음이다)-동생 백귀환(햐키마루) 중 취향에 맞는 하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머리와 어깨 장갑-가슴받이, 무장을 제외한 몸통과 양팔, 양발은 동일한 구성으로 되어 있어 어느쪽이건 마음에 드는 녀석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몸통-팔-발은 금맥기 런너로 되어 있는지라 그대로 햐키마루를 만들면 아무래도 어색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내 경우엔 형제라는 설정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양쪽 다 포기할 수 없어서 공유 파츠인 몸통-발-팔을 제공해 줄 국산 카피 프라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것이 자주 가는 고전프라 쇼핑몰에 하나가 운 좋게 입고되어 손에 넣을 수가 있어, 오랫만의 건프라로 선택하여 만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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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의 햐키마루는 국산의 몸통과 양팔, 양발, 가슴받이, 어깨 장갑, 쌍인도를 건담컬러 스프레이 중 티턴즈 블루 4번 및 건담마커로 도색하여 만들었다. 머리와 백팩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산인 셈인데, 가장 불안했던 폴리캡은 튼튼한 반면 플라스틱의 재질이 특이하여 마커의 도료가 잘 입혀지지 않아 수차례 반복 도색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맥기의 색을 벗길 필요도 없고, 어두운 색을 주로 사용하는 도색이었던지라 반복 도색의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에 비해 자잘한 잔손이 많이 갔던 느낌.
 오른쪽의 햐쿠시키는 백팩을 제외한 모든 파트가 일판 킷 그대로. 햐키마루를 만들 수 잇게 된 부품 제공의 고마움과는 별도로 플라스틱의 재질과 미미하지만 완성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금형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었다. 햐쿠시키의 발부분을 건담마커로 붉게 칠해주기 전에 건담마커 지우개펜으로 맥기를 살짝 녹여서 닦아주면 도색도 잘먹고 효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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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Z MSV에서 등장한 백식改는 역시 금빛 번쩍한 기체인데, 무사건담 시리즈로 만들면서 어둠의 닌자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형제가 각기 다른 속성을 가지고 하나의 속성으로 싸워나가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유백서의 토구로 형제도 좋아했었고, 가장 좋아한느 울트라맨인 울트라맨 레오-아스트라 형제도 좋아한다. 옛날 인기 보드게임시리즈 였던 SD건담 디럭스 2편의 카드에 그려져 있는 '형제사랑'카드의 백사귀 형제가 귀여우면서 보기 좋았던 어린시절의 기억이 난다.

 킷 자체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국민학교 4~5학년 때 쯤, 여기 사용한 강남모형과는 다른 곳에서 같은 킷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기엔 몸통이 두개 들어있어서 하나를 사서 동생과 나누어 가졌던 기억도 나고. 이번에 고전프라 쇼핑몰에서 이 킷을 구매하면서 내심 그녀석을 기대했지만 이 강남모형제 킷은 원작의 충실한 카피였던지라 몸통은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국산 킷(후기 아카데미도 피해갈 수 없었던)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잘 깨지는 폴리캡과는 다른 튼튼하고 질긴 폴리캡이라 다행이었다. 허접한 도색이지만 이렇게 형제킷을 비교적 간단히 완성하고 나니 무척이나 뿌듯하다. 다음번에 준비하고 있는 건....

 덧글들을 읽고 포스팅을 다시 읽어보다가, 문득 이 쪽 업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듣지 못할 말이 제법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살아가는데 몰라도 전혀 지장이 없는 말들이지만 동종 업계 블로그나 뉴스 등에서 언급될 소지가 많은 용어를 몇가지 정리하여 보기로 한다.

FINAL FANTASY = FF = 파판 = 파이널 판타지 

NDS = NDSL = 닌텐도DS

 RPG = Role Playing Game = 롤플레잉 게임

 NPC = None Player Character


 숨겨진 무기-숨겨진 보스

 던전 = Dungeon

 키라 보살

 동인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노가다

 와리가리


꼭 여기 적은 의미들이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략 저런 의미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게임 하면서 뭘 공부까지 해가며 하느냐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자연스럽게 저런 말들이 전문용어가 되어가는 서브 컬쳐도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나온지 1년도 넘은 게임이지만, 뒤늦게 클리어하게 되었다. 이걸 구할 때 동생녀석을 죽도록 닥달해 놓고 정작 초반 끝나갈 때 쯤 개점휴업 상태로 내버려 둔 덕분에 동생녀석에세 욕 먹을 구실의 하나가 되기도 했었던 게임이기도 하다. 작년 가을 팔 골절 중에 클려에 도전해 보고자 수퍼로봇대전 전용 컨트롤러(왼손만으로 플레이가능한 패드)를 구입했었지만 NDS용 파판3 노가다에 빠져 포기하기도 하여 더욱 욕을 먹기도 했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다시 의욕이 생겨 다이렉트로 짬 날 때마다 진행하여 120시간 이상의 플레이타임으로 엔딩을 보았다. 그 감상을 몇 가지 적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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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3로 발표된 파판13도 파판12 수준으로 나온다고 한다면 아마도 그때는 엔딩만을 목표로 하게 될 것 같기는 하다. 재미있고 매력적인 RPG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장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게임은 점점 힘겨워진다는 것을 파판12클리어를 통해 여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RPG를 좋아하고, 일본어가 어느 정도 가능한 PS2 유저라면 지금이라도 충분히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추천해 드리련다. 아직까지도,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PS2 최고의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PS2 최고의 RPG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