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38 무자백사귀 - 무샤햐쿠시키
파이널 판타지 12에 빠져 한동안 등한시 했던 건프라 복귀작(?)은 무자 백사귀 형제. 원래 기동전사 Z 건담에 등장했던 곽달호크와트로 버지너 대위의 기체 백식(百式)을 모티브로 한 기체인지라 금빛이 번쩍번쩍한 맥기를 사용한 것이 포인트인 킷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벌써 20년 가량 전에 SD 킷의 런너 한 벌이 통째로 금맥기로 되어 있다는 것은 제법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 킷의 재미있는 점은 SD 전국전의 설정에 등장하는 무자 백사귀 형제인 형 무자 백사귀(일어 발음으로 햐쿠시키[백식]와 같은 발음이다)-동생 백귀환(햐키마루) 중 취향에 맞는 하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머리와 어깨 장갑-가슴받이, 무장을 제외한 몸통과 양팔, 양발은 동일한 구성으로 되어 있어 어느쪽이건 마음에 드는 녀석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몸통-팔-발은 금맥기 런너로 되어 있는지라 그대로 햐키마루를 만들면 아무래도 어색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내 경우엔 형제라는 설정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양쪽 다 포기할 수 없어서 공유 파츠인 몸통-발-팔을 제공해 줄 국산 카피 프라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것이 자주 가는 고전프라 쇼핑몰에 하나가 운 좋게 입고되어 손에 넣을 수가 있어, 오랫만의 건프라로 선택하여 만들게 된 것이다.
오른쪽의 햐쿠시키는 백팩을 제외한 모든 파트가 일판 킷 그대로. 햐키마루를 만들 수 잇게 된 부품 제공의 고마움과는 별도로 플라스틱의 재질과 미미하지만 완성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금형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었다. 햐쿠시키의 발부분을 건담마커로 붉게 칠해주기 전에 건담마커 지우개펜으로 맥기를 살짝 녹여서 닦아주면 도색도 잘먹고 효과도 좋다.
킷 자체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국민학교 4~5학년 때 쯤, 여기 사용한 강남모형과는 다른 곳에서 같은 킷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기엔 몸통이 두개 들어있어서 하나를 사서 동생과 나누어 가졌던 기억도 나고. 이번에 고전프라 쇼핑몰에서 이 킷을 구매하면서 내심 그녀석을 기대했지만 이 강남모형제 킷은 원작의 충실한 카피였던지라 몸통은 하나뿐이었다. 그래도 국산 킷(후기 아카데미도 피해갈 수 없었던)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잘 깨지는 폴리캡과는 다른 튼튼하고 질긴 폴리캡이라 다행이었다. 허접한 도색이지만 이렇게 형제킷을 비교적 간단히 완성하고 나니 무척이나 뿌듯하다. 다음번에 준비하고 있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