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7일 읽기 시작하여, 출퇴근길에 야금야금 읽어나가기 시작하여 2013년 6월 14일에 완독한, 2013년 첫 원서 소설. 고3시절 처음 알게 되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팬으로 있을 것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의 2013년 신작 소설. 책의 감상은 조금 묵혀두고 생각을 정리한 후 적는 편이 좋지만, 막 책을 덮은 시점에서의 감상을 남겨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바로 적어본다.
- 주인공 다자키 쯔꾸루(=츠쿠루=쯔쿠루=쓰꾸루)가 고교시절 유일하지만 너무나 친했던 친구들에게 일방적으로 절교당하고 나서 16년의 세월이 지나 새로 사귄 여자친구의 권유에 따라 친구들을 다시 만나며 자신의 인생과 사랑에 관한 순례를 펼치는 이야기.
- 엔딩은 완전히 열린 결말. 도중에 등장하는 하이타(하이다?)의 후일담이 궁금하긴 하지만 이 또한 완전히 열린 결말.
- 6개의 손가락을 가진 사람, 피아노, 죽음을 받아들이고 얻게 되는 능력... 시로=유즈키=유즈의 죽음은 어쩌면..
- "두려움과 쓸데없는 자존심을 위해서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는 안돼"
- 하루키 선생님의 작품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데, 처음 댄스댄스댄스의 '나'를 만났을 때 그의 나이 37살은 내게 오지 않을 나이 같았지만... 이 작품을 읽는 지금은 다자키 쯔꾸루와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도 일본식 나이계산과 한국식 나이계산을 무시하고 봤을 때의 이야기.
- 아오=파랑과 아카=빨강을 거쳐 쿠로=까망=에리에 이르는 그의 순례길은 순례라는 말이 어울리는 느낌.
- 주인공 쯔쿠루는 도중까지 별볼일 없는 소년이지만 그나마 집안은 유복하다는 정도만 장점이라는 식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뒤로 갈수록 엄친아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살짝 혼란스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갖지 못하면 자신이 실제로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아마 스스로 덕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많을 듯.
- 따지고 보면 다자키 쯔쿠루는 '역(정거장)' 오타쿠인데, 그렇게 생각해보면 진정한 엄친아 덕후인 듯....
- 주위에 용기를 북돋워주고 없는 행운을 불러보기도 하지만 행운이 오지 않아도 낭패하지 않는 아오보다는, 머리가 좋고 뭐든지 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겪어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아카의 슬픔이 더 와 닿았다.
- 이야기의 무대는 나고야, 도쿄, 신쥬쿠역, 핀란드의 헬싱키, 핀란드의 하멘린나(일본어 표기;;) 어째 다 가보고 싶어지는 기분...
- 너무 열린 결말이 아닌가..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이 이야기의 장르는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각자의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좋겠지.
- 하루키 선생님의 작품들이 늘 그렇듯, 중반부터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 흡인력이 장난아니다. 순례가 시작되고부터는 책장을 넘기는 속도와 집중력이 무척 늘어나는 느낌....
예전에 번역본은 7월에 발매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언제 나오려나.. 번역본으로 나오면 두어번은 더 읽어보고 싶은 느낌이 남는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무엇을 두고 왔고 무엇으로부터 버려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