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문장으로 시작해도 이제는 그 소개 자체가 식상할 것 같은, 격투게임이라는 장르 속에서 가장 유명한 한 작품인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 지난 세기의 끝자락과 이번 세기의 시작에서 3편의 3번째 배리에이션 이후 그 정통 시리즈의 명맥이 끊겼던 스트리트 파이터는 2008년, 일본과 미국의 아케이드에서 당당하게 정식 넘버 4를 달고 화려하게 컴백했었다. 다소 매니악한 조작과 그로 인해 순수 매니아만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3편 시리즈와는 그 궤를 달리하는, 전 세계의 게이머들을 격투가로 둔갑시켰던 2편의 테이스트를 가득 품고.
절친 nabbori 군과 smoo 군의 선물.
예판 한정이었던 달력과 소프트.
정식 넘버링 시리즈 최초로 풀3D로 만들어진 스트리트 파이터 4(이하 스파4)는 아케이드 발매 전 스크린 샷이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기존 스파 시리즈 팬들에게 많은 불안감을 안겨주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완전히 미국만화식 캐릭터 디자인으로 둔갑한 캐릭터들에게서 오는 저항감과 2000년대 들어 트랜드가 되어버린 길고 미려한 다른 격투게임의 3D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짤뚱해 보이는 모델링, 그리고 4편이라는 신작에 걸맞지 않는 2편 시리즈 출연 캐릭터들의 대대적인 컴백과 매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4명의 오리지널 신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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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케이드 격투게임 사상 최초로 솔로 플레이 중 네트워크를 통한 난입을 통한 대전 시스템과 격투게임 역사에 있어 교과서로 칭송받는 2편의 테이스트에 초보에서 고수까지 아우를 수 있는 세이빙 어택의 존재, 동전의 양면같은 식상함과 친숙함의 상대성, 그리고 우려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2D 격투 게임으로서의 시스템과 스파 시리즈 본연의 재미까지. 이리하여 일본과 미국 아케이드에서 다시 한 번 커다란 인기몰이를 해낸 스파4는 2009년 2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와 MS의 XBOX360 으로 동시 이식됨과 함께 전세계 정식발매라는 쾌거를 이루어내며 내 시스템 안에도 들어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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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지만, 벌써 몇 년 동안 서로 멀지 않은 생일을 챙기고 있는 절친 녀석들의 선물로, 나름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스파4를 무사히 생일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그저 고마운 nabbori군과 smoo에게 닥찬을. 굽신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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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를 오픈하고 사진을 좀 찍고 달력을 벽에 걸고, 디스크를 PS3에 넣고 플레이를 시작해 보았다. 옵션에서 컨트롤러 배치를 확인하고, 약 10분 정도 걸려서 하드디스크에 게임을 인스톨 한 후, 아케이드 난입 설정을 끄고(켜두면 아케이드 1인 플레이 중에 네트워크 난입이 들어온다) 블랑카의 아케이드 모드를 클리어 해보았다. 화질은 좋지만 잘 만들었다고는 하기 힘든 오프닝-엔딩 애니메이션과 함께 짤막한 아케이드 모드 클리어를 달성하였다. 그리고 뒤이은 네트워크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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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네트워크 플레이 소감. 한 달 전에 구매했던 PSN용 수퍼스파2터보HD리믹스의 엄청난 렉 때문에 긴장하고 있었는데, 훨씬 간편하고 잘 만들어진 퀵매칭 시스템과 훨씬 많은 한국 유저분들 덕분에 상당히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더랬다. 살짝 스틱이 아쉽긴 하지만, 원래 명장은 말을 탓하지 않는 법이라 했다. PS 순정패드 두 개로 밤을 세워가며 SF2, ZERO 시리즈를 플레이했던 10년 전의 감각을 찾는 느낌으로 바로 옆에 친구가 있지는 않지만 랜선 너머에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을 누군가와 당분간은 오래도록 권을 겨룰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다.
.....이러다 엑박판도 지르게 될 것 같은 예감... 뭐, 상대만 있다면야, 한 판에 200원 잡고 250판만 하면 뽕 뽑는 건데 스파를 250판만 하고 말건가? 평생하는게 스파인걸. 자!! 그러니 PS3와 XBOX360을 가진 당신, 당장 스파4를 질러봅시다!! 그리고 세계의 강호들과 권을 나누어 봅시다!! I'll trust you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