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야근을 하다가

이야기2006. 11. 24. 21:28

무척이나 오랫만에, 회사에 이 시간꺼정 혼자 남아있는 경험을 한다. 어째 신입때는 곧잘 했던 것도 같은데.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하지 못하고 여기서 썩는다...라는, 졸라 유치한 자기 변명 따위는 이제는 나와 멀다. 지금 돌아보면 그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들은 너무나 막연했다. 지금 내 처지에서 말한다면 그냥 빌게이츠 반만큼만 벌고 싶다는 자조와 별 다를바 없을 만큼. 그렇다는 이야기.

사실을 말하면... 사실 할 일은 30분 전에 다 끝났다. ...라기보다,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신공을 발휘해 버린거다. 그게 뭐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고 말이지. 급한 불은 모조리 껐으니까.

세상은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유기농 야채를 떠올리는 바보들이 가끔 있어서, 혼자서는 못 살고 여럿이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여둔다. 아무튼. 내가 무언가를 얻고 싶으면 그걸 줄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 주어야 한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다는 거지. 돈을 주면 아울렛이 옷을 주는 것처럼. 오천원을 주면 로또 한 세트를 주는 것처럼. 가끔, 나의 아웃풋은 누구를 위해 어디로 향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뭐, 나름대로 모험이 적은... 그럭저럭 안정적인 길을 선택해서 살아오고 있는 내가 할 정도로 관대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11월도 슬슬 마지막을 고하고, 조만간 멋대로 기획- 2006년에 뜨거웠던 것들에 대한 집필에 들어가야 할 때다. 어차피 자기 만족으로 적어가는 블로그, 작년 거 지금 읽으면서 느끼는 재미만큼만 딱 있어주면 참 좋을텐데. 근데 요번엔 뭘 적어야 하나.

지금, 비즈의 시로이 히바나가 나온다. 문득, 참 좋은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즈 노래가 뭐가 구리겠느냐만서도. 9시 25분을 가리키는 이시간, 왜 나는 집에 안가고 이런 영양가 없는 글을 여기다 끄적거리고 있는 것일까.

뭔가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아쉬운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섭섭한 것 같기도 한데, 그걸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 지 감이 안오는 밤이다. 내 느낌들이 언제는 정확한 감으로 다가왔느냐만서도, 이따금 하느님이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야근은 확실히 인간에게 좋지 않은 행동임에 틀림이 없다. 이 엿같은 감각은 대체 뭐란 말인가. 얼른 열쇠 챙겨서 집에 가야겠다. 집에 가는 길에 클리어해야할 지제네레이션 더블제타 2스테이지가 나를 기다린다. 아아, 나의 정체성은 정녕 건타쿠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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