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아마존에서 찾은 PS2용 자켓 이미지


 요즘에야 대전격투게임이라고 하면 스파4나 킹오파13, 철권 태그2, 블레이블루 정도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데, 나같은 30대 후반 아저씨 게이머들에게는 역시 스파, 아랑, 용호, 버파가 먼저 떠오른다. 요즘 세상에도 구경 못할 타이틀들은 아니지만, 이미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게임 시리즈도 있고. 그 중 최근에 PSN에 풀린 김에 PS3로 즐겨본 게임이 이 용호의권 천.지.인 이다. 


 게임 자체는 용호의권1,2,외전(혹은 3)의 합본으로, 에뮬 수준의 이식이라 당시 오락실 느낌으로 즐길 수 있고, PS2 시절에 있던 유로 온라인 기능은 메뉴는 있으나 사용할 수 없는 정도. 에뮬 수준의 이식이다보니 트레이닝 모드나 기타 서비스 차원의 옵션 기능이 없는게 아쉬운데, 시리즈별로 캐릭터의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센스있는 사람이라면 오리지널 컬러를 만들어 플레이할 수도 있다.


 천.지.인 자체의 특징은 뭐 이 정도고... 용호의권이라는 게임에 대해서 잠깐.


 용호의권 1편은 대략 내가 중학생 때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연신내 미키 오락실에서 주로 즐겼는데, 지금 봐도 거대한 캐릭터들이 줌인 줌아웃 기능을 선보이며 벌이는 격투의 박력이 상당하다. 다소 느릿한 필살기 발동이나, 그만큼 박력있는 연출과 사운드 이펙트, 그리고 위력. 사실 캐릭터가 컸던 탓에 기술 모션이 다소 부족하고, 몇몇 캐릭터는 잡기가 없다던가 점프가 없다던가, 하나의 모션으로 여러기술을 울궈먹는다던가 하는 단점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이 묘하게 박력있고 절도 있어 보이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스토리모드는 어쩔 수 없이 로버트, 대전모드에서는 미키를 주로 썼는데 기억을 떠올려보면 료, 로버트, 존, 킹 유저가 많았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CPU 전의 난이도는 사기급이었던지라 오락실에서는 자력으로 클리어를 못했던 것 같고, 훗날 SFC로 이식된 후 질리도록 즐겼더랬다.


 용호의권 2편은 개인적으로 별로 많이 즐기지 않았는데, 오락실에서 개나소나 미키를 골라서 무한잡기를 시전해 오던 탓에 금방 질려버렸던 것 같다. 다만 모 게임잡지의 부록이었던 OST 카세트 테이프 덕분에 음악이나 사운드 이펙트는 비교적 많이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천.지.인으로 즐겨보니 1편에 비해 정말 많은 부분이 발전한, 잘 만든 격투게임이었던 것을 이제서야 확인하게 되었더랬다. 물론 지금와서 캐릭터들을 파보고 CPU전을 공략해보고 할 정도의 열정은 없지만, 당시 오락실의 무한잡기 열풍 탓에 금방 질려버렸던 당시의 내가 좀 아쉽달까.


 용호의권 외전(3)는 연신내에서 불광동 넘어가는 고개 중턱에 있던 코끼리 오락실에서 몇 번 봤는데, 다시 천.지.인으로 만져봐도 참 대단하다면 대단한 게임인 것 같다. 전작들과는 달리 움직임이 매우 부드러워졌지만 박력은 없고, 버파나 철권을 의식한 듯한 조작과 시스템들이 존재하지만 어색하고, 필살기의 조작감은 보다 부드러워졌지만 쓸모가 없고, SNK 하면 매력과 개성이 공존하는 캐릭터들이었지만 여기선 그딴거 없고... 망할 만한 게임이었고 그래서 망했지만 천.지.인에서 다시 만져봐도 망해도 싼 게임이고.


 이제는 친구들도 다들 결혼하고 아이 낳아 키우느라 모여서 게임할 시간이 없는데, 오랫만에 중고딩 시절 달렸던 게임을 만져보니 친구들과 오락실에서 권을 나누던 추억이 떠올라 아쉬움과 흐뭇함이 교차한다. 언젠가 친구들을 모아 오래된 대전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용호의권 천.지.인이었다.

Comment +3

  • eihabu 2015.08.11 23:13

    용호의권2의 유리/료 BGM은 기가막히지...
    100메가쇼크, 줌인줌아웃의 박력은 지금봐도 막 설레여...

    용호의권2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은데...
    연합고사 공부한다고 독서실 다닐때 미키오락실에서 출퇴근도장찍듯 플레이해서 그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