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이 포스팅을 올리는 2017년 6월초 현재, 세간에는 아직도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전용기로 알려진 닌텐도 스위치(이하 스위치)지만, 내가 스위치를 구입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이 울트라 스트리트 파이터 2 때문이었다. 1996년에 바이오 해저드가 처음 PS1으로 나왔을 때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캡콤의 신작은 내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잘되는건 이리저리 바꿔보고 안해본건 과감히 도전하던 20년전과는 좀 다른 지금의 캡콤이지만, 아무튼 울트라 스트리트 파이터 2는 그 정보가 공개된 시점에서 '어머 이건 사야해'를 외치게 만드는 건 여전했다는 걸 보면 더더욱.

 스위치를 집에 들이고 150시간 정도 젤다의 전설을 달리다보니, 어느 순간 울트라 스트리트 파이터 2(이하 울스파2)가 닌텐도 e샵에 등록되었다는 뉴스가 떴다. 이럴 줄 알고 스위치를 구매하던 날 같이 질러둔 닌텐도 포인트 카드를 등록하고, 삼다수 용으로 등록해 두었던 잔여 포인트를 땡겨와서 울스파2를 결재했다. 이윽고 설치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울스파2를 시작해 보니 이것저것 예상과는 다른 점들이 느껴졌더랬다.

슈스파2 계열 주캐 춘리로 고선생님을 영접하다

 - 1인용 아케이드 모드, 트레이닝 모드를 하면서 온라인 대전 접수를 받을 수 있다.

 이건 뭐 PS3 시절 스트리트 파이터 4가 나왔을 때도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오락실에 앉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혼자 컴까기를 하면서 놀고 있다보면 갑자기 대전자 난입 메시지가 뜨고, 온라인 사용자와 곧바로 대전을 즐길 수 있다. 대전이 끝나고 나면, 승패에 관계없이 원래 하던 1인용 게임모드로 돌아오게 된다. 아직 서비스 초창기라 유저가 많은 탓인지, 사실 제대로 컴까기를 즐길 수 없을 정도로 난입이 자주 들어오는 편.

온라인 대전에서 승리!!


 - 이 게임은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2 HD 리믹스가 아니다.

 울스파2가 많은 비난을 받았던 부분의 하나가, 그래픽 소스가 새로 그린 것이 아니라 HD 리믹스의 그래픽을 재활용했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세상에 어울리는 좋은 리메이크라고 생각하지만, 세간의 인식으로는 PC용 플래시게임 그래픽같아서 싫다는 이야기도 제법 들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좀 맘에는 들지 않는 미국 센스의 그림체도 그렇고.

 그러나, 게임 자체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 그래픽 소스를 HD 리믹스의 것을 사용했다고 해서 게임성까지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처음 가장 크게 어라? 했던 부분은 잡기 풀기의 도입으로, 과거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2 터보(X)는 잡기에 걸리면 타이밍을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낙법을 시전하여 데미지를 줄일 수가 있었는데, 이번 울스파2는 스트리트 파이터 4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잡기가 들어올 타이밍에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잡기 풀기를 할 수가 있다. 다만, 낙법은 사라진 것 같다.

 또, 1/4레버회전으로 나가는 파동권과 1/2회전으로 나가는 작렬파동권을 더 잘 구분하기 위해서 작렬 파동권의 회전방향을 반대로 했다던가 하는 세세한 변경점이 있고, 캐릭터들의 기술에 대한 판정과 대전 밸런스가 변경되어 HD 리믹스에 신캐릭터 좀 넣고 울트라라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 밸런스를 수정하여 대전의 재미를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신작 밸런스 변경판으로 발매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블 류 노멀 엔딩 중에서. 멸살!

 - 고우키에 맞서는 추가 캐릭터의 강력함

 울스파2가 스파2 계열 최신작으로써 충분한 가치를 하는 부분 중의 하나는, 슈스파2터보(X)에서 등장했던 강력한 신캐릭터 고우키의 존재를 따라잡을 새로운 캐릭터 둘이다. 하나는 제로 시리즈에서 자주 얼굴을 내비췄던 '살의의 파동에 눈을 뜬 류=이블 류'인데, 제로 시리즈에서 사용하던 레버앞+중킥으로 사용하던 선풍각, 용권선풍각->승룡권 콤보, 슈퍼콤보 순옥살을 탑재하여 등장했다. 약간 조작해 본 느낌은 제로2의 이블 류를 스파2 시리즈 감각으로 가져왔다는 느낌이랄까.

 또 하나는 '세뇌당한 켄=바이올런트 켄'인데, 애니메이션판 스트리트 파이터2 무비에 등장했던 모습이다. 베가(장군님)에게 붙잡혀 류의 적으로 세뇌당했다는 설정상의 모습으로, 게임에 조작가능한 캐릭터로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제로3에서 등장했던 것 같기도 하고... 기본적으로는 켄인데, 점프가 높고 좁아졌으며 슈퍼콤보는 제로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질풍신뇌각...인 것 같다. 아수라 섬공과는 다른 빠른 달려들기가 추가되었고, 대전에서 이를 활용한 속임수 공격을 사용할 수 있다. 

 이블 류와 바이올런트 켄은 고우키와 마찬가지로 류, 켄을 베이스로 한 악당 이미지의 캐릭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기본이 되는 류, 켄보다 강력한 공격력을 갖고 있지만 대전밸런스를 고려해서 고우키와 마찬가지로 악한 체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정확하게 스테이터스를 알아본 건 아니지만 대전에서 만나보니 그런 것 같은...

 - 온라인 대전모드

 대전 격투 게임이 요즘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역시 온라인 대전이 중요한데, 울스파2의 경우 아직 서비스 초반이라서 그런지 대전상대 잡기는 아주 수월한 편이다. 다만, 닌텐도 ID 계정을 어느 국가로 했느냐에 따라서 대전 매칭이 달라지는 것 같은데, 일본 계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면 비교적 할만한 통신 상태의 상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어느 정도의 렉을 감수하고 플레이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지만, 때로는 정말 쾌적한 대전을 즐길 수 있는 상대들도 만나볼 수 있다.


 - 생각보다 괜찮은 조작감

 가정용 게임기로 대전격투게임을 즐길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조작감인데, 일단 공식적으로 조이스틱이 발매되지 않은 스위치에서 선택가능한 컨트롤러는 본체에 부속된 조이콘과 프로컨트롤러(프로콘)이다. 프로콘의 조작감은 이미 젤다의 전설을 플레이하며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다만 인벤토리 선택용이었던 십자키가 은근히 좌우를 눌렀는데 윗방향이 눌러지는 경우가 있었더랬다. 이건 왼쪽 아날로그 스틱이 이동용이었기 때문에 그립의 문제로 발생했던 것으로, 십자키를 주로 사용하는 울스파2에서는 실수로 점프한다던가 하는 문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6버튼이 제대로 다 붙어있는 조이콘 쪽인데, 손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는 하나 성인 남성인 내 기준으로는 작은 크기가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더랬다. 패키지를 포함한 라인업 대신 꾸준히 발매되었던 SNK의 네오지오용 구작 게임이식판들 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KOF 94나 사무라이 스피릿츠 아마쿠사강림(사쇼4)의 경우, 갖고 싶긴 했지만 조이콘으로는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 같아 구매하지 않기도 했었다. 그런데 울스파2의 경우 조이콘을 본체에서 분리하여 2인용으로 플레이하여도 제법 기술도 잘 나가고 조작감도 나쁘지 않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프로콘으로 할경우 Y-X-R 버튼을 약-중-강 펀치, B-A-ZR을 약-중-강 킥으로 놓아서 PS1 컨트롤러로 조작하는 느낌으로 즐길 수 있었다면 조이콘으로는 X-SL-A를 약-중-강펀치, Y-B-SR을 약-중-강킥으로 놓거나 하는 식으로 커스터마이징 해서 즐겨야 한다는 점 정도가 아쉬운 느낌이었다. 1,2스위치 때도 감동이었던 진동기능도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역대 2D 격투게임 중 아날로그 스틱으로 커맨드를 입력했을 때 제대로 반응하는 컨트롤러가 거의 없었다는 개인적인 감상에 비춰볼 때 조이콘의 아날로그 스틱은 울스파2의 경우 커맨드 입력에 어려운 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2017년 6월 04일 밤 기준 플레이어 레코드

게임을 잘 알지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190여 외 대전을 즐겨보고 느낀 감상은 이 정도... 나의 주캐릭터는 춘리와 블랑카로, 대전상성 다이어그램에서는 비교적 약캐에 들어가지만 20년전 X시절의 주캐로 사용하고 있는지라 C+ 랭크 까지는 그럭저럭 할만한 수준으로 플레이하고 있는 중.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즐길지는 모르겠지만, 한 판에 1백원이라고 생각하고 2배로 뽕 뽑을 때까지는 꾸준히 즐길 생각. 역시 내 세대 최고의 격겜은 누가 뭐래도 스파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