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가끔 프습의 mp3 를 정리하다보면, 우리 나라 노래를 정말이지 찾기가 힘들다. 파주시민의 자랑 도현형님의 노래라던가, 고등학교 시절에 많은 빚을 진 패닉(이적-김진표 두 형님에게 모두)이나 아예 흘러간 명곡 한두곡을 제외하면 죄 일본노래, JPOP이다. 많이 대중화 되었다고는 해도 역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든 취향인지라 대놓고 이야기하지도 않는 편인데, 문득 어째서 대중가요에 대한 내 관심사가 이렇게 일본 노래 일색이 되어버렸는지 궁금함이 들었다. 15년도 더 된 서태지 1집은 지금 들어도 흥겹고 좋다고 느끼는데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된 요즘 노래들은 애초에 관심조차 가지 않는 것은 어째서일까.

 타이틀의 일빠를 먼저 생각해 보면... 기본적으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모든 문화적 컨텐츠를 포용하고 사랑하며 무조건 적인 숭배를 바치고 그 외의(심지어 조국의 것들까지도) 것들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 정도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조건적인 배척까지는 아니지만 신인들의 곡이나 여성 댄스가수라고 하면 일단 뻔하겠다는 선입견이 들긴 하는걸 보면 일빠의 범위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파주시민의 자랑 도현형님이나 패닉, 이승환 아저씨, 서태지, 해처리마왕님 등등의 곡들은 관심도 가고 공감도 하는 걸.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를 꼽으라고 하면 JPOP(중에서도 B'z와 우루후루즈)을 먼저 꼽게 되니 일빠라고 몰아붙이면 반박의 근거가 아무래도 적으려나.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JPOP에 관심이 많은 것은 좁은 창구와 넓은 폭이라는 말로 정의 내릴 수 있겠다. 뭔소리냐 하면... 우리나라에서 JPOP(외에도 미국POP이나 제3세계 음악이나 마찬가지라고 보지만)을 접할 수 있는 창구는 몇몇 유명 인터넷 사이트를 기준으로 할 수 있겠다. 다움과 나베르에 잔뜩 깔려있는 아이돌 및 아티스트 팬카페의 수를 헤아려 보면 좁은 창구라는 말이 틀릴 수도 있겠지만, 노래만 좋으면 출신따위는 OK라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종합적으로 JPOP을 다루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수는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좁은 창구를 두드리고 들어가 보면 그 안에서 정말이지 다양한 가수들을 접할 수 있고, 또 노래들을 추천받을 수 있고 만나볼 수 있다. 요즘은 업로더들도 무차별적으로, 혹은 마이너한 가수들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다양한 PV와 곡을 올리기 때문에 정말이지 다양한 노래들과 가수들의 퍼포먼스를 접할 수 있다 하겠다. 지난 4월을 휩쓴 秋川雅史의 千の風になって의 경우 고등학교 시절 그 집 앞 혹은 보리밭 이후로 거의 접해보지를 못한 테너가수의 가곡이었고,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진지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굳이 클래식 장르의 곡만이 아니라, 국내에선 홍대를 자주 들락거리거나 하지 않고는 쉽게 접하기 힘든 락 밴드의 다양한 기교와 장르라던가, 점점 획일화 되어가고 있는 섹시 여가수(이 표현 볼때마다 당사자들과 그녀의 부모님들이 참 안쓰럽다.)들의 퍼포먼스 혹은 노래와는 다르게 창법이나 보컬을 즐겨볼만한 여자 가수들의 노래들이라던가, 우울한 사랑타령과는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있는 희망적인 사랑타령이라던가, 연주력-라이브를 맛 볼 수 있는 TV 무대라던가.

 국내 TV를 고등학교 시절(10년전이로구나..)의 1/5도 안보는 지금 우리나라 가요프로그램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잘 모르지만, 파주시민의 자랑 도현형님의 연애편지나 이따금 케이블에서 진행하는 음악 프로를 보면 일부 힙합 계열 가수와 전부터 알고 있던 가수들 몇몇을 제외하면 영 땡기는 얼굴들을 만나기가 힘들다. 점심밥 배불리 먹고 와서 뭔 소리를 일케 주절거리는지 나도 모르겠지만, 암튼 어떤 일빠의 궁색한 변명 정도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래도 최근 MC스나이퍼, 에픽하이, 포지션의 곡들은 참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너무나 좋아하는 B'z의 신곡을 보이콧하기로 마음 먹은 탓에 PV를 보지 않느라 알게 모르게 쌓이는 욕구불만과 노래방을 못간지 어언 한달쯤 된 것 같다... 아악!! 점심만 잘 먹으면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