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11. 정방폭포

정방폭포를 가려면 이리 가면 안 됨
또 다른 느낌의 바다
모든게 작아보이게 되는 스케일

두번째 숙소 유어스 호텔은 준수한 숙소였지만, 여행지에 어울리는 느낌보다는 깔끔한 비지니스 호텔 느낌이었다. 이틀 연속으로 너무 잘 먹고 다닌지라, 아침은 물과 음료로 대신하고, 짐을 꾸려 셋째날의 첫번째 일정인 정방폭포로 향했다. 정방폭포로 이동하는 길은 주로 시내를 지나서 찾아갔는데, 중간중간 공사를 하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이동해야 하는 구간들이 있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였는지 주차장에는 자리가 충분히 있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바로 옆의 입구를 통해서 들어갔어야 했는데, 공원 방향으로 방향을 잘못잡아서 전혀 상관없는 정원을 잠시 들르게 되었다. 짧게 들렀지만,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으러 보낸 탐사대가 제주를 방문했던 곳이라는 전설이 있는 곳임과 동시에, 제주의 아픔인 4.3사건 학살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는 슬픈 장소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폭포를 가는 길 중간 어느 난간에서 파노라마. 새삼 경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 시간이지만 관광객이 많았다.
정말로 폭포가 있었다.
물보라에 비친 무지개가 있었다.
폭포의 정경이 정말 멋지다
폭포를 등지면 보이는 대양
갈매기가 은근히 있었다

정방폭포의 풍경이 기대보다 압도적이었던데다 좋은 날씨와 많지만 혼잡하지는 않은 정도의 인파 속에서 느긋하게 즐겨볼만 했기에, 한참 시간을 보냈다. 바닥이 바위와 자갈 투성이였던지라 편히 앉아 있기는 어렵긴 했지만 풍경을 즐기느라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낙숫물 소리와 물보라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면 대양이 보이고... 그런 풍경을 즐기다가, 화장실도 갈 겸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아침을 걸렀기 때문에 배가 고팠던 것도 있었고. 흠흠.

 12. 중식~제주곶 

제주곶 메뉴

정방폭포를 둘러보고 올라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로컬 식당, 제주곶.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춘 듯한 느낌의 식당이었는데, 여기서 유명하다는 문어라면과 크림라면, 그리고 말육회 유부밥을 주문해 보았다. 말육회는 여기서 처음 먹어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특이한 향이 있거나 하지 않은 그야말로 육회 느낌이었다. 

튀김과 말육회유부밥
푸짐한 해물짬뽕 같은 문어라면
매콤한 해물파스타 같은 느낌의 크림라면

메뉴 자체는 서울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퓨전메뉴였지만, 아낌없이 들어있는 해물들과 깔끔한 식당의 인테리어와 식기들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다리와 배를 쉬면서 앉아있다가, 슬슬 손님들이 들어오는 것 같아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섭지코지를 향해 다소 긴 운행을 시작했다.

섭지코지로 이동하는 길은 거리도 제법되고, 해안도로를 타기 위해서 이정표와 지도를 참고하며 길을 계속 수정하며 가는 길이 한가하기도 하고 압도적인 풍광 덕분에 이동하기가 아주 좋았다. 다녀온지 시간이 제법 지나 사진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적고 있지만, 사진을 통해 떠올리게 되는 그날의 하늘과 풍광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 이레서 제주를 다시 찾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다보니 삼달리라는 곳을 지났다. 드라마 제목아닌가?
원두막이 있었다
날씨가 맘에 쏙 드는 하루였다.
한치?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자동차로 여행을 하다보면 길가에서 지역 특산품을 판매한다는 간판을 보고 한 번 씩 사먹어 보곤 하는데, 제주라는 장소답게 레드향과 천혜향을 사 먹어 보았다. 차에서 내릴 때만 해도 도대체 서울에서 맛있는 레드향이라는 걸 먹어본 적이 없는지라, 맛있는 레드향을 추천해 달라고 할 셈이었더랬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게 철이 있어서... 내가 방문했던 시기에는 이미 레드향은 들어가는 시기라 맛이 싱거울거라며 천혜향을 추천하는 것이 아닌가. 

이동하다가 천혜향과 레드향을 사먹었다.

혹시 둘 다 맛을 좀 볼 수 있겠냐고 물어보자 흔쾌히 그자리에서 하나씩 손질을 해 주었는데, 서울에서 먹어봤던 것들보다 확실히 맛이 좋았다. 맛이 싱거울거라는 레드향도 신맛이 약해서 먹기 좋은 느낌이라, 결국 각각 한 봉지씩 사 보았다. 이 귤들 중 일부는 캐리어에 들어가 서울까지 오게 되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귤을 까먹으며 계속해서 섭지코지로 차를 몰았다.

 - [제주] 결혼 10주년 여행3일차~02 로. 결국 달을 넘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