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결혼 10주년 여행4일차~01
15. 아침, 조식
시간은 언제나 쉼없이 흐르고, 누군가의 군생활도 끝나고, 누군가의 투병생활도 끝나고, 우리의 여행도 마지막 아침을 열었다. 첫날 저녁에 일몰을 보려 했지만 구름이 도와주지 않았는데, 마지막 날 보고 싶던 일출도 구름은 허락하지 않았다. 어제까지 그리 화창하던 하늘을 만들어 주던 바람은 이 날도 빠르게 구름을 실어나르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하늘을 맑게 열어주지는 않았다. 새벽에 잠시 일어났다가 하늘을 보고는, 아쉬움과 안심을 반반 떠올리며 조금 더 눈을 붙였다.
마지막날도 식도락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던 우리는, 조금은 속을 달랠 겸 죽을 선택했다. 숙소 부근에 몇 곳인가 조개죽을 파는 식당이 있는 것을 찾아냈고 그 중에서 뭔가 구로구 옆의 금천구를 떠올리게 하는 '시흥 해녀의 집'을 선택했다. 처음 눈을 떴다가 잠깐 눈을 붙여서 시간을 보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른 아침의 공기는 차가웠고 바람도 불어닥쳤다. 바람을 거스르며 둘이서 어깨를 감싸안고 10분 남짓 걸어 식당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첫 손님인 듯 했다. 양이 많다는 것을 검색으로 알았기에 주문을 살짝 망설였지만, 조개죽과 전복죽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어 결국 둘 다 시켜보았다. 비린 것을 잘 못 먹는 내 입에 조개죽은 살짝 어려웠지만, 전복죽은 정말 대단히 맛이 있었다. 숙취가 아니더라도, 든든하고 맛있는 아침 식사로 그야말로 적절한.
여행의 마지막날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일출은 못 보았지만 성산일출봉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체크아웃을 한 후 성산일출봉으로 가기 전에 문득 밀가루가 땡긴다는 아내의 입을 달래기 위해서 숙소 근처에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와플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발랭 드 보통'이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의 카페였는데, 오픈한지 얼마되지 않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신축카페(?)였더랬다.
16. 간식, 와플 카페
많은 양의 죽을 위에 때려넣은지 얼마 되지 않았었지만, 여행 중에 밀가루를 별로 먹지 않아서인가 쑥이 들어간 느낌의 와플과 뱅쇼, 커피는 잘도 들어갔다. 편안한 소파와 깔끔한 인테리어를 만끽하며 손님이 없는 카페에서 잠시 망중한을 즐기다가, 슬슬 이동해야 할 시간이 되어 카페를 뒤로 하고 성산일출봉으로 향해 출발했다. 사실 일출봉을 여기에 넣는 바람에 동선이 살짝 한 번 꼬이게 되긴 했지만, 부지런이 움직여서 꼬인 동선으로 인한 시간을 만회할 생각에, 4일 중 가장 열심히 움직이지 않았나 싶다.
17. 성산일출봉
이 날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살짝 애매한 오전 시간이었음에도 이전 3일에 비해 사람이 약간 많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인파로 인해 혼잡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주차를 하고 티켓을 구매하여, 유료 등산로 코스를 타고 성산일출봉으로 향했다. 무료로 갈 수 있는 길로는 성산일출봉에 올라갈 수는 없다고 하던데.. 가보지 않아서 실제로는 어떤 코스인지는 알 수 없었다. 등산로는 초반에는 완만한 경사로로 구성되어 있지만, 계단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다소 가파른 계단이 결코 쉽지는 않은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턱 쯤부터는 위를 보지 않고 발 밑에 집중하며 쉼없이 오르다, 이쯤에서 한 번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상에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성산일출봉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 봉사자 분들도 있는 것 같았다. ...무료는 아니려나..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중국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러한 지형이 세계에서도 드물지만 중국에는 아예 없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 정상에서 땀을 식히고 숨을 고르며 넓게 펼쳐진 일출봉을 둘러보며 경치를 보고 있노라니, 또 전혀 예상치 못하게 감탄을 연발하게 되는 우리가 있었다.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다는 눈앞의 분지(?)를 내려다 보고 있자니, 거기에서만 발견된다는 생물들이 있다고도 하더라. 역시 사람의 발길과 손길이 닿지 않아야 지켜지는 자연이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또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날이 좀 덜 춥거나, 시간이 좀 더 있었거나, 준비를 든든히 했더라면 좀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었겠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성산일출봉을 내려와 다음 일정을 재촉했다. 아침죽과 후식와플이 아직 다 소화가 되지 않기도 했고, 점심을 어떻게 할까 살짝 고민을 하면서 일단 차에 올랐다. 계획으로는 돌문어 등으로 부담되지 않는 점심을 하려고 했는데, 와플이 아직 뱃 속에서 자기 주장을 하고 있기도 했고 다음 장소는 드디어 첫날 이후 처음으로 제주시내로 돌입해야 하는데 갈길이 약간 멀기도 했기 때문이다.
18. 제주시로 가는 길에, 한치구이
점심은 가는 동안 생각하기로 하고, 이번 여행 내내 그랬듯이 해안도로 위주로 차를 몰아 제주시로 향했다. 시간이 제법 걸린다는 메시지를 보면서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화창한 어느 오후 쾌적한 해안도로를 달리는 로망과 함께 하는 드라이빙은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달리다가, 매우 귀여운 간판을 보고 급히 차를 돌리게 되었으니 그것이 오늘의 점심이었다.
그렇게 한치를 오물거리며 계속 차를 몰아, 제주시에 도착했다. 슬슬 일정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 [제주] 결혼 10주년 여행4일차~02 로. 여행기도 이제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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