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묘한 느낌의 그림체로 총기 오타쿠+로리콘들을 겨냥한 상업적인 만화...라는 첫인상을 안겨주는 만화 건슬링거 걸. 하지만 등장 당시에 유행이었던 허무함과 상실감을 가득 담아내는 에피소드들로 무장하여 막연히 미소녀물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한 독자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려주는 그런 작품이다.  1년에 2~3권 정도의 템포로 발매되고 있는 단행본은 국내에도 꾸준히 번역본이 나오고 있어, 지난 겨울 일본에서 발매되었던 9권이 최근 국내에도 번역본이 나와서 구매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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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에 등장하는 작은 소녀들은 각자 총을 능숙하게 다루며 온갖 테러 대항 작전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한정된 삶을 충실히 불사르는 것일 뿐이다. 뭔가 내용을 까발리지 않고 설명하려니 무지 어렵지만... 총기에 관심없는 여성 독자 여러분도, 모에물을 혐오하는 밀덕 아저씨들도, 서글프고 애처로운 드라마 한편을 원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하는 작품되겠다. 특히나 7~8권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2기 의체 페트르슈카가 9권에서 잠깐씩 스쳐지나갈 때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시작할 1권부터의 정주행은 애처로움과 눈물을 한껏 자아낼 것이라는 것을 적어두고 싶다. 10권이 기대되면서도 또 박복한 소녀들의 서글픈 드라마가 걱정되는 심정으로 책을 덮게 되는, 그런 9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