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늦은 점심을 먹고, 문득 예전 모 커뮤니티에 적었던 글이 아직 있나 싶어서 퍼온 글. 무려 7년전에 쓴 글인데... 별로 지금과 다른 것 같이 않아서 스스로 놀랐다. 조숙했던걸까 발전이 없는 걸까.

사생활이란건 자기 이야기.
누가 뭐라건 자기 자신만 알면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생활.
인간도 동물이고 암수 딴몸을 지니고 있고
그 육체의 그릇에 들어있기 때문에 영혼도 다른 형상을 하고 있고
그래서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메우려하지만
남는 부분은 허공에 흩날려 버리려하는 슬픈 속성을 지니고서
각자 마음속에 한가지 이상씩의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서
오늘도 내일도 서로 각자 다른 전장을 향해 지친 걸음을 나아가는 것.
그런데 왜 이리도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정신적인 행위들이
많은 걸까.
죽고싶은 것도, 괴로운 것도 따지고 보면 한 순간의 속상함.
겪어본 사람들 만이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감정.
먹구름이 꾸역꾸역 끼어있는 여름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먼 곳에서 밝게 살아가고 있으리라 멋대로 생각하면서
긴 한숨을 푹 내쉬며 나지막히 읊조리는 한마디..
'속상해'
그건, 더 상스럽고 멋진 표현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마음 상해서, 그 느낌을 달리 표현할 필요가 없어서 내뱉는
한마디.
그리고 남는건 마음 한구석에서 아직도 그리는 그 사람의 따스함과
머리 속에서 굴러가는 알량한 자존심.
그 자존심에 이끌려 하루하루 내딛어 가고
그 틈에 결국 되돌릴 수 없는 먼 곳 까지 가버리는
그리고 그리움은 막연한 온기로의 회귀가 되어
누군가의 품에 안기고픈 마음뿐.
그런 사생활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겠지.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거리를 걸으며 유행을 논하고
한적한 호숫가에서 저녁 놀을 바라보며 그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자
함이 아닌,
그저 말초신경의 자극을 통한 따스함의 겉핥기, 그리고 사랑이라는
탈을 뒤집어 쓴 욕망.
그런 사생활을 영위하는 가운데
알지 못할 곳으로 능숙한 걸음으로 나아가는....
그런 마음.
강인한 마음.
강인한 척 하는 마음.
그러나 바보같은 마음.
어쩔 수 없다.
한 번 상한 속. 그렇게라도 달래지 않으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갈것
같으니까. 폭풍속에서 갈가리 찢어져 버릴 것 같으니까.
필요없는 것과 필요한것.
사랑은 어느쪽일까. 그리움은 어느쪽일까.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