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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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PSP GO가 발매되는 바람에 구형으로 전락해버린 나의 PSP-3000번. 정식발매품이니 3005가 맞겠지만 아무튼. 요즘 휴대용기기 중에서 상당히 애매한 입지를 가진 PSP지만, 내게 있어선 음원재생기이자 PMP이자 게임기이자 사진 감상기인 말그대로 다용도로 유용하게 쓰이는 기기이다. 물론 거기에 불편함과 불합리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장일단이라는 면에서 분석해 보면 완벽하게 입맛에 딱 맞는 기기라는게 어디있겠나. 일주일 전에 완벽히 맘에 들던 기계도 사람도 노래도 영화도 음악도 지금 다시보면 단점이 보이는게 뒷간 다녀오면 바뀌는 사람마음인걸.

 아무튼, 음원재생기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프습이고, 한가지 앨범을 쭉 듣는게 아니라... 말하자면 아이팟 셔플처럼 사용하는 내 사용 습관 때문에 액정은 없더라도 곡을 앞, 뒤로 넘기는 리모콘은 필수 아이템이라 하겠다. 프습이 처음 나올때만 해도 조만간 SONY MD나 MP3 워크맨에서 흔히 보이던 소위 떡볶이 리모콘(액정이 달린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그게 나오기는 참 어려운 시스템이 프습인지라... 단자 규격이 바뀌고 기기가 업그레이드 된 지금도 그냥 사진에 보이는 20세기 카세트 테이프 워크맨용 리모콘 정도의 기능만 있는 단순한 리모콘을 사용하고 있다.

 프습이라는 기계는 SONY 기계답지 않게 튼튼하고 괜찮은 내구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름 유명하다. 아니라고 우기시는 분들은 지금도 UMD 쌩쌩하게 돌린다는 간증이 이어지는 초기모델 PSP 1000번 시리즈의 현역 활동을 한번 지켜보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개인차, 기계당 차이, 뽑기운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기계가 없다보니 이 발언에 절대 동의하지 않으실 분도 여럿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아무튼, 본체의 썩 괜찮은 수명과는 달리 겉보기에도 단순하고 허접해 보이는 이 리모콘은 현재 사용한지 만2년쯤 된 녀석되겠다. 3번째, 4번째 사진의 왼쪽 녀석인데, 잘 쓰다가 올 여름 초입쯤 클립역할을 해주는 뒷뚜껑이 날아갔고 여름이 끝날때 쭘에는 볼륨을 줄이는게 시원찮게 작동하기 시작했더랬다. 클립이 망가진건 휴대전화 이어폰용 클립으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볼륨을 줄이는게 원활하지 않았던 건 나름 사용에 상당한 지장이었기 때문에, 새걸로 하나 갈아치웠다...라는 이야기 되겠다. 2년전 2000번이 처음 나왔을 때 질렀던 녀석이고, 당시에는 동일한 내용물에 포장만 파란색이었던 것이 지금은 2000/3000번 공용이라는 설명과 함께 노란색으로 포장이 바뀌었더라. 그 당시에는 얼마였는지 가격은 생각나지 않지만 이번엔 2만원대에 구매했던 것 같기도 하고.

 프습고가 발매되고 길거리에서 프습고의 모습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놓지만, PMP 및 다운로드 게임머신이 아닌 UMD 게임머신으로 프습을 바라보는 내겐 프습고는 앞으로 당분간 꽤 머나먼 시일이 지난 후의 기기가 될 것 같다. 어쩌면 영영 구매하지 않을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리모콘을 새로 장만했으니, 또 2년을 더 열심히 가지고 놀아야지. 잘 부탁해, 새 리모콘~